여론 조작·광고 논란 속 25일 전격 폐지, 16년 만에 역사로
사용자들 변화 발맞춰 지속적 변화..‘데이터랩’ 서비스 고도화
제2의 실검? 문제는 ‘신뢰성’..서비스 순기능 제대로 발휘할 때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그동안 여론조작, 광고 논란 등 잡음이 잇따랐던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실검)가 오는 25일 전격 폐지한다. 지난 2005년 5월 첫 도입 이후 16년 만에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

네이버는 전날(4일) 오후 공식 블로그 ‘네이버 다이어리’를 통해 “풍부한 정보 속에서 능동적으로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소비하고 싶은 커다란 트렌드 변화에 맞춰 2월25일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모바일 네이버홈의 ‘검색차트’ 판도 폐쇄된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국내 최대 검색 포털로 우뚝..‘실검’ 통해 다양한 정보 발빠르게

실검은 일정 시간 동안 네이버 검색창으로 입력되는 검색어를 분석해 입력 횟수의 증가 비율이 가장 큰 검색어를 순서대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네이버는 그동안 일평균 3000만명의 사용자가 입력하는 다양한 검색 질의어를 바탕으로 실검 서비스를 지원했다. 실검은 재난 상황을 알려주거나 기업 채용소식, 연예인의 근황 등 다양한 정보를 발빠르게 알리며 사용자들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잡았다.

특히 네이버가 국내 최대 검색 포털로 자리 잡으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떤 일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나타내는 지표 역할을 해왔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인터넷 산업은 기존과 비교할 수 없는 규모로 성장하고 자연스럽게 사용자들의 검색 니즈 역시 늘어나면서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일상의 모든 순간을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들이 탄생하고 있다며 네이버는 실검 폐지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모바일 검색 환경의 보편화와 검색 기술의 발전이 맞물려 검색어 종류의 수(UQC, Unique Query Count)는 10년전 대비 33.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 비해 사용자들 역시 더욱 능동적으로 정보를 찾고 생산하는 모습.

이는 전체 검색량보다 검색어의 다양성(diversity)에서 이와 같은 변화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게 네이버 측의 설명이다.

네이버 실검 서비스 잠정 중단
네이버는 지난해 4월 선거기간 중 실검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다. <자료=뉴시스>

◆사용자들 능동적 변화에 발맞춰 ‘실검’→ ‘데이터랩’ 서비스 고도화

이 같은 분위기에 맞춰 네이버는 실검을 10개에서 20개로 확대하고 차트를 다양화했다. 또 2019년 11월에는 개별적으로 설정한 관심사의 정도에 따라 차트를 제공하는 ‘RIYO(Rank It Yourself)’모델을 적용하는 등 지속적으로 변화를 꾀했다.

이번 실검 폐지 역시 바로 이 같은 맥락에서다.

네이버는 “사용자들의 능동적 변화에 맞춰 실검 및 뉴스 콘텐츠가 보여지던 첫 화면을 비우고 각자의 관심사를 확인할 수 있는 ‘검색창’과 ‘그린닷’을 배치했다”며 “다양한 주제판도 사용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방식으로 뉴스 콘텐츠도 ‘언론사 구독’과 ‘개인화 추천’ 기반으로 변화시켜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색어 서비스 역시 사용자의 능동성을 수용할 수 있는 ‘데이터랩’ 서비스 고도화로 이미 무게 중심이 옮겨 갔다”고 강조했다.

네이버 데이터랩은 사용자가 직접 성별, 지역, 연령대, 기간 등을 설정해 분야별 검색 추이를 살펴볼 수 있는 서비스 페이지다. 이를 기반으로 데이터랩은 콘텐츠 창작이나 비즈니스 활동을 하는 사용자들이 정확한 트렌드를 파악하고 인사이트(Insight)를 얻기 위해 반드시 활용해야 하는 서비스로 자리잡아 갈 것이란 분석이다.

따라서 네이버는 앞으로 실검 대신 ‘데이터랩’ 서비스 고도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네이버는 “그동안 사용자로부터 받은 검색어 데이터는 ‘사용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가치있는 정보로 돌려드리겠다’는 급상승 검색어의 취지는 ‘데이터랩’을 통해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네이버 실검 서비스 잠정 중단
네이버가 오는 25일 실검 서비스를 전격 폐지한다. <사진=네이버 공식 블로그 ‘네이버 다이어리’ 캡쳐>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네이버?..막대한 영향력 순기능 제대로 발휘돼야

한편 네이버 실검의 이같은 순기능 속 그동안 여론조작, 광고 논란 등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실검 장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네이버 실검을 악이용한 일부 사용자들로 인해 이미 그 신뢰성은 바닥을 드러낸 상황.

특히 특정 키워드를 짧은 시간에 많이 검색하면 순위에 오른다는 특성 때문에 그동안 네이버 실검은 정치적, 상업적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2019년 8월 네이버 실검 1, 2위 순위에 ‘조국 힘내세요’와 ‘조국 사퇴하세요’ 등이 오르내리며 진보와 보수층의 실검 전쟁이 적나라하게 보여지는가 하면, 지난해 9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하자 ‘문재인탄핵’, ‘문재인지지’ 등이 실검 1위를 다투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삼겹살데이(3월3일), 빼빼로데이(11월11일) 등과 같은 기념일에는 기업들이 앞다퉈 마케팅 용도로 악용하며 실검 서비스의 의미가 퇴색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포털의 실검 서비스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이유다.

표면적으론 사용자들의 변화에 맞춰 서비스 또한 고도화 시키겠다는 전략이지만, 서울시장을 뽑는 4·7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발표했다는 점에서 일각에선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미리 차단하기 위한 결정이 아니냐는 시선도 나오는 실정.

무엇보다 미래, 훗날 언젠가 사용자들이 원한다면 네이버 실검이 또다른 이름으로 탄생될 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문제는 ‘신뢰성’이다.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네이버”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네이버의 힘은 대단하다. 발빠르게 탄생되는 서비스들이 마치 ‘제2의 실검’처럼 비춰지지 않기 위해서는 역기능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순기능이 제대로 발휘되기 위한 시스템의 현실적 점검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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