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방해 및 직권남용 혐의 구속영장 청구..9일 새벽 영장 기각
오세용 부장판사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 이뤄졌다고 보기 부족”
백 전 장관 “적법 절차로 업무 처리”..대전교도소서 대기 후 귀가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구속을 면했다. 

검찰이 백 전 장관의 신병 확보에 실패함에 따라 이른바 ‘윗선’을 향하던 수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사진=뉴시스>

대전지법 오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일 새벽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백 전 장관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앞서 백 전 장관은 지난 8일 대전지법 301호 법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영장실질심사는 오후 2시30분부터 6시간 가량 진행됐다.  

백 전 장관은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취재진에게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 국정과제였다”며 “장관 재임 기간 동안 적법 절차로 업무를 처리했다”고 강조했다.

심문 후 3시간여 동안 대전교도소에서 대기하던 백 전 장관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에 따라 곧바로 귀가했다. 

오 부장판사는 “백 전 장관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히 이뤄졌다고 보기 부족하며, 범죄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면서 “현재 단계에서 구속 필요성과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어 “이미 중요 참고인이 구속된 상태고 관계자들의 진술이 확보된 상태여서 피의자에게 증거 인멸의 염려가 없다”며 “불구속 상태에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백 전 장관은 2018년 산업부 실무자가 월성 1호기를 2년6개월간 한시적으로 가동하는 방안을 보고하자, 즉시 가동 중단 방안을 재보고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월성 원전 운영 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이사회는 조기폐쇄를 의결했다.

또한 이듬해 12월 월성 원전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를 앞두고 산업부 공무원들의 자료 삭제 과정에 개입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당시 월성 1호기 관련 내부 자료 530개를 삭제한 혐의로 기소된 산업부 공무원 3명으로부터 “월성 1호기 경제성을 낮추는데 개입한 것은 백 전 장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등 고발 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상현)는 이달 4일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등 혐의로 백 전 장관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한편, 검찰은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수사를 바탕으로 청와대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며 수사에도 일단 제동이 걸리게 됐다.

검찰은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무방해와 직권남용 혐의 특성상 이를 입증할 보강 증거를 확보하기는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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