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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스토리
[공공story] 2월의 손님
#5인 이상 집합금지:초유의 비대면 설, 자영업자 곡소리→희망의 계절 봄과 함께 따뜻한 소식 기대
김수연 기자 (114@00news.co.kr)  2021. 02. 14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이번 설날이요? 처음으로 시댁 방문 순서를 정했어요. 명절 당일 오전에 형님네가 차례를 지내고 이후 고모네가 방문하고 나면, 그 다음은 막내인 저희가 시댁을 찾아 인사를 드리기로 했어요”

서울 은평구에 사는 A씨는 올해 명절 음식 준비도, 차례도 지내지 않았다. 5인 이상 집합 금지 조치로 차례를 간소화하자는 의견에 가족들이 찬성하면서다. A씨는 그동안 명절이면 시댁에 하루 전에 도착해 형님과 함께 전을 부치고 명절 음식을 만드느라 바빴다. 하지만 올해는 차례 음식을 간편 제수용품으로 대체했고, 심지어 5인 이상 모일 수 없는 까닭에 형님네 가족이 차례를 맡아서 지내기로 했다. 몸은 편했지만, 한 번도 이런 명절을 겪어본 적 없는 탓에 A씨는 심적으로 매우 마음이 불편했다. 정부의 방역 지침으로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가족마저도 5인 이상 모이면 벌금을 내야 한다는 안타깝고 웃픈 상황에 실소가 지어졌다.

<사진=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민족 대명절 설날에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바로 ‘비대면 설날’이 현실화된 것. 

평소 만나지 못했던 가족, 친척들과 한 자리에 모여 명절 음식을 만들고 이야기 꽃도 피우던 예년과 달리 2021년 설날은 정부의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에 따라 가족들과의 만남조차 제한돼 그 어느 때보다 가족의 애틋함을 더하게 했다. 

# 코로나發 ‘웃픈’ 설 명절 풍경

1년 넘게 이어져 오는 코로나19는 올해 설 명절 풍경을 바꿔놨다. 가족들은 5명 이상 모일 수 없어 영상통화 등으로 반가운 얼굴들을 마주해야 했고, 추모 공원 입장 제한으로 온라인으로 성묘를 지내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또한 모바일로 세뱃돈과 용돈을 보내는가 하면, 5인 이상 모임을 피하기 위해 시간대별로 나눠 성묘를 다녀오거나 가족을 만나는 가정들도 늘었다. 

이처럼 비대면이 설 명절 새 풍속도로 자리잡은 것은 정부의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 때문.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4일까지 5인 이상 모임 금지를 유지했고, 특히 직계 가족이어도 거주지가 다를 경우 최대 4명만 모일 수 있도록 방역 조치를 강화했다.

앞서 설 명절을 앞두고 성인 4명 중 3명은 올해 귀향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일부는 이 같은 정부의 코로나 방역지침에 따라 고향 방문을 포기했다.

이는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운영하는 비대면 바로 면접 알바앱 알바콜이 전국 성인남녀 999명을 대상으로 구정 계획에 대해 조사한 결과다. 

14일 알바콜에 따르면, 올 설에 고향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답한 사람은 27.5%로, 4년래 최저 수준이었다. 

귀향 계획이 없는 이유는 단연 ‘코로나 시국 및 방역지침에 따라’(56.5%)가 과반을 차지했다. 자의 반 타의 반 설 연휴 대면방문 자제에 동참하게 된 것. 

이 외 ▲‘우리 집으로 모임’(9.2%) ▲ ‘만나러 갈 친지가 없음’(*돌아가신 경우 포함, 7.5%) ▲ ‘가족 잔소리, 스트레스가 예상돼서’(7.2%) ▲ ‘구정연휴가 짧아서’(4.5%) 등의 미귀향 이유가 추가로 확인됐다.

같은 맥락에서 올 구정 계획에서도 #집콕 #5인 미만 #비대면 키워드가 발견됐다. 

구정 계획 1위로 꼽힌 ▲’집에서 휴식, 집콕’(34.2%)를 대표적으로 ▲’가족모임_5인 미만’(15.9%) ▲’친구모임_5인 미만’(6.0%) 등 연휴 중 모임에도 5인 미만이란 전제가 달리는가 하면, ▲’안부전화’(7.0%) ▲’온라인 성묘·차례·추모(1.5%) ▲’온라인 가족모임’(1.2%) 등 비대면 연휴 계획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같은 비대면 명절 분위기 속 서울 관악구에 사는 30대 직장인 이모씨도 올해는 고향에 내려가는 것을 포기했다. 부모님과 오빠부부가 모일 것을 고려해 가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씨는 “5인 이상 금지 조치 때문에 이번에는 고향에 내려가지 않았다”며 “집에 가게 되면 정부가 제한한 인원 수도 넘고, 올해 명절에는 친구들도 만나기 힘들 것 같아 홀로 조용한 명절을 보냈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 벼랑 끝 내몰리는 자영업자들

지난해 12월23일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행된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라는 정부의 강력한 방역 조치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차원.

그러나 이로 인한 비대면 명절은 소상공인들에게도 적잖은 타격을 줬다. 차례를 포기하거나 함께 나눠 먹을 식구가 줄어든 만큼 제사상을 간소화하는 가정이 늘면서 전통시장 등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현저히 줄어든 것. 

뿐만 아니라 명절과 관계없이 코로나 사태 장기화 속 단체 모임이 금지되자 자영업자들의 곡소리는 더욱 커졌다. 영업 시간 제한으로 이미 연말 대목을 놓친 가운데 인원 제한까지 더해지면서 이들은 벼랑 끝으로 몰린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비수도권의 영업 시간 제한을 완화하자 수도권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커졌다. 이에 정부는 현재 적용 중인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오는 15일부터 2단계로 완화하겠다고 밝힌 상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13일 수도권은 2단계, 비수도권에 대해서는 1.5단계로 거리두기를 조정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의 식당·카페, 실내체육시설, 노래연습장 등 다중이용시설의 밤 9시 영업 제한 시간은 밤 10시까지 완화된다. 

다만 개인 간 접촉을 줄이기 위한 핵심 방역 수칙인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15일부터는 직계가족은 동거 여부와 관계 없이 5인 이상 모일 수 있도록 했다는 점.  

하지만 많은 자영업자들은 아직도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영업 제한 시간이 1시간 늘어난 것에는 환영하지만 눈에 띄는 차이는 없고, 또 5인 이상 모임이 여전히 금지된 상황에서 경영난 해소에는 큰 효과도 없다는 것이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정부 차원의 더욱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으면서, 정부 역시 고심이 깊어지는 실정이다. 

<사진=뉴시스>

# 공동체 정신으로 위기 타파

올 겨울은 우리 국민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혹독했다. 지속된 감염병 사태로 고용시장은 그야말로 쇼크가 현실화됐고, 소비심리도 위축된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막바지 북극발(發) 한파까지 더해지면서 몸과 마음이 모두 꽁꽁 얼어붙었다.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경제지표를 봐도 ‘최악’, 고용지표도 ‘최악’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우리 국민들은 정부의 방역지침에 동참하며 어려움 속에서도 힘겹게 견뎌내왔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공동체 의식이 살아있다는 것을 방증사는 대목. 공동 목표를 향해서는 최소한의 개인 희생을 감수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잊을 만 하면 터지는 집단감염 사태는 이런 정부와 국민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기적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단 한번의 행동이 많은 사람들을 위기로 빠뜨릴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셈.

이제는 더이상 버틸 수 없다고 말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 사상 초유의 비대면 설 명절로 보고 싶었던 가족들의 얼굴을 보지 못했던 이들의 애타는 마음을 모두가 헤아려야 한다.

끊임없이 노력하는 상황엔 언젠가는 보답이 따르기 마련. 1년 넘게 감염병과의 싸움이 지속되고 있지만, 분명히 그 마지막은 모두의 얼굴에서 환한 미소가 그려질 것을 확신한다. 

딱딱하게 굳어있던 땅이 초록빛으로 물드는 3월의 봄을 앞둔 2월. 희망의 소식처럼 반가운 손님이 꼭 찾아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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