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연예계 학폭:진실게임 확전된 철없던 시절 일탈→엄연한 범죄, 진전성 있는 사과로 속죄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30대 중반 직장인 박모씨는 학창 시절 괴롭힘을 당한 적 있다.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간 후 몇몇 반 친구들은 박씨를 치고 지나가거나 가만히 앉아 있는데 머리를 때리는 등 특별한 이유 없이 괴롭혔다. 박씨는 2학년 말 전학을 와서 학교에 친한 친구가 없었다. 때문에 삼삼오오 무리지어 놀던 동급생들이 3학년에 올라와 한 반이 되자 박씨를 따돌림시킨 것. 하지만 큰 폭행은 아니었기에 학교에서 소란을 피우기 싫었던 박씨는 참고 넘겼고, 그러자 친구들의 괴롭힘 강도는 점점 세졌다. 참다 못한 박씨는 이런 사실을 담임 선생님께 말했다. 그러나 선생님은 이들에게 주의를 주겠다고 할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박씨를 괴롭힌 친구들이 학교에서 공부도 잘하고, 선생님들 사이에서 평판도 좋았던 까닭. 이후 고등학교에 진학한 박씨는 스스로 학교를 나와 검정고시를 봤다. 자신을 괴롭히던 아이들 중 몇 명이 같은 학교에 다니게 되자 스트레스가 극심해져 학교를 다닐 수 없게 되면서다. 박씨는 대학을 졸업한 후 직장에 다니며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상태. 하지만 SNS를 통해 간간히 괴롭힘 가해자들의 소식을 접할 때면 그 시절의 악몽이 다시 떠올라 지금도 편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사진=픽사베이>

연예인, 스포츠 스타 등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유명인들의 ‘학폭’(학교폭력)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여론의 공분을 사고 있다. 

배구계에서 시작된 ‘학폭 미투’는 야구계로까지 불똥이 튀면서 스포츠계 전반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 또 배우, 아이돌 등 연예계 역시 잊을 만하면 터지는 논란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실정이다. 

# 배구이어 야구까지..‘학폭 미투’ 휘청이는 스포츠계

최근 프로배구에서 학폭 미투가 잇따르는 가운데 가해자로 지목된 남자배구 삼성화재의 센터 박상하 선수가 해당 의혹을 부인했지만, 폭로자가 대면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21일 삼성화재 구단 등에 따르면, 박상하의 학폭 의혹을 폭로한 A씨는 최근 구단 인스타그램 계정에 ‘박상하와 대면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냈다. 

박상하가 삼성화재 구단과의 개인 면담에서 ‘학폭에 가담한 적 없다’는 취지의 진술로 의혹을 부인하자 A씨가 분노하며 구단 측에 직접 메시지를 보낸 것. 

앞서 지난 19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학창시절 박상하로부터 학폭을 당했다는 폭로글이 게재됐다. 

폭로자는 중학생 시절 박상하와 다른 동급생 주도 아래 왕따와 폭행 등이 이뤄졌고, 괴롭힘을 그만둘 것을 요청하자 폭행 수위가 더 심해졌다고 주장했다. 

폭로자는 “아직도 트라우마 때문에 괴롭다. 코뼈 골절, 앞니 2개가 나가고 갈비뼈에 금가서 한 달 병원 생활을 했다”며 ”학교에 갔는데 다들 교내 봉사활동으로 징계가 끝난 것을 알고 어이없고 분해서 죽어버리면 편할까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폭 제보 물타기 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전혀 아니다”라며 “박상하에게 사과 받고 싶지 않다. 마음 속 응어리를 털어내며 그 뿐”이라고 덧붙였다. 

박상하를 겨냥한 폭로글이 확산되자 구단 측은 사실관계 확인 작업에 들어갔으며, 그 결과 폭로글이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삼성화재 구단은 “박상하는 ‘학폭에 가담한 적 없다’고 진술했다”며 “박상하와 면담하고 박상하가 재학했던 학교 측에 관련 내용을 질의해 1차 확인을 했다”고 밝혔다. 

다만, 구단 측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절차를 더 진행하기로 했다. 사실 확인 전까지는 박상하를 경기에 내보내지 않겠다는 방침도 전했다. 

구단은 “해당 건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명확한 사실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게시글 작성자와 대면 면담과 구체적인 사실 확인을 진행하고, 해당 건에 대한 추가 확인 내용을 빠른 시일 내에 말씀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해당 의혹으로 박상하는 은퇴했으며, 학폭 의혹을 제기한 A씨를 형사고소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박상하의 감금·폭행 의혹이 거짓 폭로였음을 자백하며 허위사실임이 밝혀졌다.  

배구계 학폭 미투 파문은 쌍둥이 배구선수인 이재영·이다영 자매로부터 촉발됐다. 이번 사태와 관련,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 배구단은 15일 이재영·이다영에게 ‘무기한 출전정지’ 징계를 내린 상태다.

이달 10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현직 배구선수 학폭 피해자들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이번사태의 시작을 알렸다. 

글쓴이는 피해자가 총 4명이라고 밝히면서 “10년이나 지난 일이라 잊고 살까도 생각해봤지만, 가해자가 자신이 저질렀던 행동은 생각하지 못하고 SNS로 올린 게시물을 보고 그 때의 기억이 스치면서 자신을 돌아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용기내어 이렇게 글을 쓴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배구선수에게 당한 학폭 피해 사례를 총 21가지로 요약해 나열했다. 

당시 글에는 가해자 실명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하지만 글에서 언급된 SNS 내용, 출신 초등학교·중학교 등을 통해 이재영, 이다영이 아니냐는 추측이 이어졌다. 

논란이 확대되자 이재영, 이다영은 각자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자필 사과문을 올리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사과에도 여론은 싸늘했고, 구단의 미온적 대처에 대해서도 지적이 쏟아지며 결국 흥국생명 배구단은 이들의 징계를 결정했다. 

곧바로 남자프로배구 선수들도 학폭 미투 사태의 중심에 섰다. OK금융그룹의 송명근과 심경섭의 고등학교 재학시절 학폭 사실이 뒤늦게 폭로됐고, 특히 두 사람을 비롯해 여러 선배들에게 폭행을 당한 피해자는 고환 봉합 수술을 받는 등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송명근, 심경섭은 해당 학폭 가해 의혹을 인정하고, 잔여 경기 출전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구단에 전달했다. 

OK금융그룹 측은 공식 입장을 통해 두 선수가 학폭 사실에 대해 사과하고 수술치료 등 지원을 했다고 밝혔지만, 피해자는 진심어린 사과는 없었다며 제대로 된 사과를 요구했다.

<사진=뉴시스>

# 연예계도 러쉬..이제는 진실게임 양상으로 

이처럼 배구계를 뒤흔들고 있는 학폭 폭로는 이제는 야구계까지 번진 모습.  

자신이 학폭 피해자라고 밝힌 B씨는 19일 자신의 SNS에 초등학교 4학년 가해자가 다니던 학교로 전학을 간 이후 집단폭행, 따돌림 등으로 시달리다가 결국 6학년 때 다시 전학을 가게 됐다고 주장했다. 

B씨가 가해자로 지목한 인물은 한화이글스 소속 투수 C선수다. C선수는 구단과의 면담에서 학폭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에 착수한 구단 측은 이날 “구단은 피해를 주장하고 계신 분의 일관적인 입장도 존중한다”며 “주장이 사실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구단이 권한 내에서 최선을 다한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사자들 간의 기억이 명확히 다른 점, 무엇보다 확실한 근거가 될 수 있는 학폭위 개최 기록이 없는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안타깝지만 구단의 권한 범위 내에서는 더 이상 사실관계 입증이 어렵다는 게 결론”이라고 전했다.  

현재 논란에 휩싸인 선수는 결백을 증명하고 싶다는 일관된 입장을 밝히고 있는 상태라고 구단 측은 설명했다. 

아울러 최종적으로 법적 대응까지 염두에 두고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며,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입장.

구단 측은 모든 절차가 마무리 될 때까지 판단을 유보하고 결과를 기다릴 계획이다. 추후 이번 사안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한 조치를 취하고, 사실이 아닐 경우에 대해서도 구단차원에서 향후 대응을 검토할 방침이다.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학폭 미투가 스포츠계 전반으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일부 선수들은 사실을 전면 부인, 진실게임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이런 움직임은 비단 스포츠계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최근 종영한 ‘경이로운 소문’은 물론 ‘스카이캐슬’, ‘스토브리그’ 등으로 큰 인기를 얻은 배우 조병규도 학폭 의혹에 휩싸였고, 소속사 측은 법적 대응을 시사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처음 조병규의 학폭 의혹을 제기한 누리꾼의 주장은 허위로 밝혀졌고, 사과로 일단락됐다. 이 누리꾼은 조병규가 뉴질랜드 유학시절 언어폭력과 음담패설을 일삼았다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그러나 이후 조병규와 관련된 학폭 의혹이 연이어 등장하며 시선이 쏠리는 상황. 뉴질랜드에서 조병규로부터 상습 폭행과 금품 갈취를 당했다는 등의 내용이다.

이에 소속사 HB엔터테인먼트는 “악의적인 목적으로 조병규 배우를 향해 무분별한 허위사실을 게재한 이들을 대상으로 법적 책임을 묻고자 경찰 수사를 정식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커뮤니티, 포털사이트, SNS 등에서 단순 의견 표출을 넘어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수준을 벗어난 악성 댓글, 게시물 등을 작성하거나 유포한 네티즌에 대해 묵과하지 않고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밖에 걸그룹 (여자)아이들 멤버 수진도 학폭 의혹에 휘말렸다. 소속사는 사실이 아니라며 아니라며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법적 조치를 경고했다.

자신의 동생이 수진의 중학교 동창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SNS에 “다른 멤버들에겐 죄송할 따름이지만 내 동생이 받았던 시간을 더 이상 모른 척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며 동생이 학폭을 당했다고 호소했다.  

누리꾼 D씨에 따르면, 수진은 D씨의 동생과 동생 친구를 화장실에 불러 서로 뺨을 때리게 하거나 단체 문자를 보내 D씨의 동생을 왕따시키고, 현금을 갈취하는 등 방법으로 괴롭혔다. 

TV조선 예능 프로그램 ‘미스트롯’ 시즌2 참가자 가수 진달래는 학교폭력 사실을 인정하고 프로그램을 공식 하차한 바 있다. 

<사진=뉴시스>

# 제대로된 해결책과 진정성 있는 사과를...

체육계 학폭 파문에 대한 심각성이 커지자 문재인 대통령도 근절 목소리를 높였고, 정치권에서도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학폭 그동안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며 꾸준히 지적의 대상이 돼 왔던 것. 청소년 범죄에 더 강력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상으로 형식적인 매뉴얼이 아닌 제대로 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대중은 요구한다.     

교육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0년 학폭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학폭 피해는 전년대비 0.7% 감소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등원 비대면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학폭 비율 일부는 감소했으나, 사이버 폭력과 집단 따돌림 비중이 증가했다는 점이 이같은 추측을 뒷받침한다.

학폭은 엄연한 범죄 행위지만, 많은 사람들은 학폭을 철없던 한 때의 일탈로 치부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또 가해 당사자들도 언어나 신체적 폭행 등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그저 재미나 과시용으로 일삼기도 한다. 

하지만 힘없고 보호받지 못한 아이들에게 학폭은 큰 상처와 트라우마로 남게 되며 성인이 돼서도 가슴 한 켠에 평생을 품고 살아가야 하는 멍으로 존재한다. 

문제는 피해자들은 수십년이 지나서도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심각할 경우 극단적 선택으로까지 내몰리지만, 가해자들은 잊고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들이 소위 ‘잘 나가는’ 인물이 됐을 때, 피해자들의 허탈함과 분노는 극에 달할 수밖에 없다.

자신은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서 살고 있는데 범죄를 저지르고도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부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두 얼굴은 피해자들의 끔찍했던 과거의 기억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학폭에 대한 전국민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내놓을 방안에 대해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발성 이슈가 아닌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처벌 강화 등으로 죄의식 없는 가해 청소년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는 피해 청소년들의 심리 상담 등이 절실히 필요하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해자의 사과다. 하지만 진정성 없이는 용서도 없다. 용서는 피해자만이 할 수 있는 그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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