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국회 환노위 산재 청문회 개최, 여야 정치권 집중 포화
‘최악의 살인기업’ 꼬리표..대책 부실 속 산재 건수는 지속적 증가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산업재해 사고는 작업자의 불안전한 행동에 의해 많이 일어난다.”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의 ‘자질론’에 불이 붙는 모양새다.  

지난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청문회에 참석한 한 사장이 산업재해 사고 발생 이유를 작업자 탓으로 돌리는 취지의 망언을 해 비난 여론이 확대되고 있는 것. 

현대중공업은 산재 사고에 따른 사망자가 6년 연속 발생한 기업. ‘최악의 살인기업’이라는 불명예를 달고 있는 가운데 산재 사망을 작업자 책임으로 전가하는 듯한 수장의 발언 논란 여파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이사가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관련 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공동취재사진>

◆“산재는 작업자 행동 탓”..집중포화 맞은 한영석

산업현장에서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 약 1년을 앞두고 국회 환노위는 22일 사상 첫 ‘산재 청문회’를 개최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건설 및 택배, 제조업 등의 분야에서 최근 2년간 산업재해가 자주 발생한 9개 기업 대표들이 증인으로 출석했으며 이들에게 여야 의원들의 거센 질타가 쏟아졌다. 

특히 출석한 9개 기업 대표들 중 한 명인 한 사장은 논란에 휩싸였다. 질의 과정에서 그의 답변이 문제가 된 것. 

현대중공업은 2016년 5명, 2017년 2명, 2018년 36명, 2019년 3명, 2020년 4명 등 청문회 출석 기업 중 유일하게 6년 연속 산재 사망자가 발생한 곳이다.

지난해에는 고용노동부 특별 관리 감독 실시 직후 노동자가 또 목숨을 잃어 논란이 됐고, 올해 역시 울산조선조에서 40대 노동자가 작업 도중 철판에 끼어 숨졌다. 

이날 청문회에서 박덕흠 무소속 의원은 “같은 제조업체에 비해 (현대중공업이) 더 많은 문제가 있지 않았냐”며 “1년에 중대재해 사고로 5차례 특별 관리 감독을 받았지만, 개선된 부분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하며 산재 사고 대책에 대해 물었다. 

이에 한 사장은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죄송하고 고인이 되신 분들게 매우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고가 일어나는 유형을 분석해 보니, 안전하지 않은 작업자의 행동에 의해 잘 일어났다”며 “(작업장의) 불완전한 상태는 저희가 투자를 해서 바꿀 수 있지만, 작업자의 불안전한 행동은 상당히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중량물을 취급해 정형화된 작업보다 비정형화된 작업이 많다”면서 “항상 표준작업에 의한 작업을 유도하는데, 아직 불안전한 행동을 하는 작업자가 많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가 작업장의 문제가 아닌 작업자 개인의 탓이라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 결국 지속되는 산재 사망사고를 노동자 부주의 탓으로 돌리는 한 사장의 망언은 여야 의원들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동자의 불안전한 행동으로 산재가 발생한다고 대답할 거면 청문회는 왜 해야 하느냐”며 한 사장의 질책했다. 

또한 이수진 민주당 의원도 “중대재해법이 제정됐는데 조금 전 대답을 듣고 준비를 잘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작업자 탓 하는 것을 보니 중대재해법을 피해가지 못할 것 같다. 현장 진단을 다시 한번 해야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 사장은 “대답하는 과정에서 말솜씨가 없어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에 대해 사과한다”면서 “작업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던 발언은 아니다”라며 뒤늦은 해명을 했다. 

현대중공업 홈페이지 갈무리

◆엇박 대책 속 산재 건수 증가..살인기업 오명 벗을 수 있나?

한편, 현대중공업은 2020년 산재 신청 건수는 653건에 달한다. 2016년 297건에 비해 4년 만에 2.2배가 증가한 것으로, 이는 다른 제조업체들에 비해 확연히 높은 수치다. 

이와 관련, 한 사장은 “실질적으로 산재 사고가 늘어난 것은 아니다”라며 난청 등이 산재로 집계되는 등 기준이 변경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산재사고 중 난청 등 질병에 의한 비율이 높음에도 불구, 현대중공업의 엇박 대책으로 산재 건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조선업 특성상 작업 현장에서 소음이 많이 발생하고 중량물 등을 취급하는 관계로 대부분이 업무상 직업 질병임을 감안해도 계속해서 산재사고가 증가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국회 환노위 소속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고용부로부터 제출받은 ‘2017~2020년 현대중공업의 산재사고 발생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현대중공업의 산재사고는 매년 증가 추세를 보였다.

2017년 전체 산재사고는 374건으로 이 가운데 질병에 의한 산재 건수는 69.7%인 261건이었으며, 2018년은 402건 중 292건(72.6%), 2019년 534건 중 383건(71.7%), 2020년 527건 중 320건(60.7%)으로 집계됐다. 

특히 전체 직업병 산재 승인 건수 중 ‘난청’의 비율은 61%, ‘근골격계질환’의 비율은 36%로 두 질병이 전체의 97%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협력회사를 포함한 모든 임직원이 건강상담과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등 매년 약 60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소음성 난청을 위한 예산은 따로 배정하지 않고 있었다. 근골격계 예방 프로그램은 2016년도 1800만원에서 2020년도 7600만원으로 상승했으나 전체 예산의 1%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질병 산재사고 예방을 위한 예산 증액을 비롯해 산재 사고를 근절시킨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산재 발생 1위 기업으로 그동안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원청 사업주에 대한 처벌 촉구와 구속 목소리를 높여왔다. 

한 사장은 2018년부터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지난해 3월부터는 가삼현 사장이 한국조선해양 대표를 자리를 옮기며 단독으로 진두지휘하고 있다. 

노동자 사망사고가 잇따르는 와중에 홀로서기에 나선 한 사장의 리더십에도 눈길이 쏠렸던 상황. 

한 사장은 이번 청문회에서 “불안전한 작업이 발생하지 않도록 작업표준을 개선하고, 비정형화된 작업을 정형화 할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고 약속했으나, 향후 안전한 작업 환경을 마련해 살인기업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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