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초구 대검찰청서 사의 표명..문 대통령, 1시간여 만에 수용
그동안 야권 유력 대선 주자로 꼽혀..사실상 정계 진출 선언 분석
이재명·이낙연과 ‘빅3’ 구도 형성, 윤석열發 정계 개편 가능성 대두

[공공뉴스= 유채리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총장직에서 물러난 가운데 그의 향후 행보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야권 진영의 유력 대선 주자로 거론돼 왔던 윤 총장이 임기 종료 4개월여를 남기고 전격 사의를 표명하자 정계 진출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윤 총장의 정계 진출론이 현실화될 경우, 대선판의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사진=뉴시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1층 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오늘 총장을 사직하려 한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윤 총장은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저는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라며 “그러나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저를 응원하고 지지해주신 분들, 그리고 제게 날선 비판을 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윤 총장은 국정농단 특검팀의 수사팀장을 거친 후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한 뒤 2019년 7월 제43대 검찰총장에 임명됐다.

그러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관련 의혹 수사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취임 후 갈등을 빚으면서 정부·여당과 사이가 틀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에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여당에서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 신설과 수사권 폐지 등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청와대도 이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검찰과 정부·여당 간 갈등의 골이 심화돼 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윤 총장이 공개적으로 사퇴 의사를 밝힌지 1시간여 만에 사의를 수용했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오후 3시15분 문 대통령의 사의 수용을 공식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윤 총장의 사의 표명에 문 대통령이 숙고의 시간을 가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윤 총장의 입장을 보고받은 문 대통령은 곧바로 수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의 전격 사의는 ‘윤석열 대망론’에 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윤 총장은 지난해부터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며,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30%에 육박하는 지지를 얻는 등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함께 ‘빅3’ 구도를 형성해왔다. 

이런 상황에서도 윤 총장은 그간 정계 진출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껴왔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날 윤 총장의 발언 중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 보호에 힘을 다하겠다”라는 부분에 주목했다. 정계 진출과 관련해 확답을 피해왔지만, 대선 출마 가능성에 여지를 남겼다는 풀이다.  

사의를 표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떠나며 꽃다발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또한 전날(3일) 윤 총장은 전날 대구를 찾았다는 점도 정계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에서 대선주자로서 존재감을 재확인했다는 것이다. 

윤 총장은 대구고검·지검을 방문해 “국민의 검찰은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지 말고 힘 있는 자도 원칙대로 처벌해 상대적 약자인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지금 진행 중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고 여권의 중수청 설치 추진을 비판했다.  

아울러 내년 3월 대선 준비를 위해 최소 1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사퇴한 것 아니냐는 해석,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대표발의한 이른바 ‘윤석열 출마금지법’ 통과 가능성을 염두에 둔 사퇴 등 분석도 나왔다.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1년 가량 남은 지금이 준비를 시작할 최적의 시기라는 설명이다. 

한편, 야권의 유력 주자로 꼽히는 윤 총장의 등판이 점쳐지자 윤석열발(發) 정계개편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아직까지 윤 총장은 국민의힘과 일정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다. 또 향후 제 1야당과 함께할지, 제3지대를 구축할 지에 대해 정확한 윤곽이 드러난 것도 없다.

그러나 윤 총장이 ‘반(反)문재인 아이콘’이라는 상징적 존재로 부각되고 있다는 평가에는 이견이 없다. 때문에 윤 총장의 정치권 등판은 상당한 후폭풍을 불러 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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