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현 전 금융위 감사담당관, 손보협회 전무로..정부공직자윤리위 지난달 재취업 승인
금융위 사무관의 금융사 여직원 성폭행 사건 감사담당..거짓말로 사건 무마 의혹 ‘뭇매’
ESG 경영 선포식 등 고객 신뢰도 제고, 잇단 경영진 잡음에 정 회장 노력 물거품 되나?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손해보험협회 전무 자리에 김대현 전 금융위원회 감사담당관이 확정돼 논란이 예상된다. 

정지원 회장에 이어 협회 내 사실상 ‘2인자’로 꼽히는 전무 자리까지 금융위 출신이 차지해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 불씨가 살아난 점도 문제지만, 2016년 금융위 사무관의 ‘갑질 성폭행’ 사건을 감사하면서 거짓말을 하는 등 부실 의혹을 불러 일으킨 장본인인 까닭.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최근 글로벌 경제 화두로 부각되는 등 기업의 윤리와 도덕성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손보업계를 대변하는 협회에서 불편한 이력을 가진 인물이 전무로 내정돼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는 형국. 

더욱이 김 전 담당관은 퇴직공직자 취업심사를 무난히 통과해 제도 유용성에 대한 비판도 나오는 실정이다.

지난해 제54대 손보협회 회장에 취임한 정 회장은 취임 이후 줄곧 ‘신뢰’를 강조해 왔고, 최근엔 보험업계와 ESG 경영 선포식을 개최하는 등 신뢰제고 노력을 다짐했다. 

자격을 심사함에 있어 개인의 과거 행실과 인품 등은 고려되지 않는 것인지 통과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관피아 논란에 더해 과거 언행으로 오점을 남긴 2인자의 등장에 정 회장의 신뢰도마저 추락할 위기다.

정지원 손해보험협회 회장 <사진=손해보험협회>

◆김대현 전 금융위 감사담당관, 손보협회 전무로 재취업 승인 

5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열린 퇴직공직자 취업심사에서 김 전 담당관이 손보협회 전무로 재취업 승인을 받았다.

김 전 감사담당관은 이달 중 취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 업계에서는 김 전 담당관의 전무 내정설이 돌았다. 금융위를 퇴직한 김 전 담당관이 손보협회 전무로 내정돼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는 내용. 

이보다 앞선 같은해 6월, 금융위 출신 김제동 전 금융공공데이터담당관이 생명보험협회 전무이사로 취임했을 당시 김 전 담당관의 생보협회 전무 내정설이 돌기도 했다.

때문에 김 전 담당관의 과거 성폭행 무마 의혹에 대한 일부 부정적 여론이 불거졌던 게 사실.

당초 손보협회 관계자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공공뉴스>에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을 아꼈다.

김 전 담당관의 전무 내정설이 어디를 출처로 두고 있는지도 알 수 없고, 사실관계 자체를 내부적으로도 확인할 길이 없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하지만 결국 ‘내부에서 조차도 모른다’던 차기 전무로 거론됐던 유력 인사는 손보협회 전무 취업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손보협회는 부회장직이 없기 때문에 전무가 조직의 2인자다. 특히 2020년 12월 제54대 손보협회 회장으로 취임한 ‘정지원 체제’에서 김 전 담당관이 전무로 내정됐다는 소식에 업계의 관심이 쏠렸다.

금융유관협회 수장과 2인자 자리를 금융위 출신들이 꿰차면서 관피아 망령을 떨치기 힘들다는 지적. 또 금융위 공무원들의 활발한 낙하산 행보가 금융개혁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더 큰 문제는 김 전 담당관의 과거 이력이다. 그는 2016년 발생한 금융위 5급 사무관의 산하 기관인 금융사 여직원 폭행 사건 감사담당관으로, 사건에 대해 거짓말을 빈축을 샀다. 

김 전 담당관은 사건 보도 전 언론에 “업무상 관계가 전혀 아닌 것으로 안다”며 “미혼인 젊은 남녀가 소개팅하며 벌어진 일이다. 이후에도 만남을 이어갔다”라고 말했다.

또한 두 사람의 업무 관련성에 대해서도 “전혀 관련이 없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하지만 이는 거짓말로 들통났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사무관과 금융사 여직원은 사건 당일 처음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사무관은 중소서민금융정책관실에서 근무 중이고 피해 여직원 산하기관 소속으로 직접적인 업무 연관성도 있었다. 

<사진=뉴시스>

◆관피아, 성폭행 부실감사 논란 ‘2인자’ 등장..정지원 회장 행보 ‘찬물’ 

이 사건 관련,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당국의 사건 은폐 의혹 및 잘못된 언론 대응으로 2차 피해를 줬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2016년 7월 경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금융위가 조직의 명예와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종로경찰서를 상대로 조용한 사건 처리를 요청했다”며 “금융위는 또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연인 관계였다’고 대응해 사건을 무마하려 한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금융권의 구태적인 접대 문화와 조직적인 은폐 의혹, 비상식적인 언론 대응 등 자정능력을 잃은 권력기관의 민낯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결국 내정설이 현실화되면서 손보협회는 비난의 화살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손보협회 관계자는 “(김 전 담당관은) 이미 재취업 승인을 받았고, 손보협회 전무로 취업이 결정된 사안이기 때문에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전했다.  

한편, 정 회장은 취임사에서 “신뢰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며 “보험산업은 소비자의 신뢰가 없다면 산업의 존재 자체가 불가능한 무신불립의 신뢰 산업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신뢰는 적당히 양보하거나 타협할 수 없는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라고 말했다. 

또한 정 회장을 비롯한 보험업계 사장단은 최근 보험산업 지속 성장을 위해 ESG 경영 선포식을 열고 ‘보험산업 ESG 경영 선언문’을 발표하는 등 신뢰도 제고에 힘쓰고 있는 상황. 

그러나 성폭력 사건 부실 감사 논란을 야기했던 인물이 업계를 대변하는 협회 2인자에 오르면서 이런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분위기다.

고객 신뢰를 얻기 위해선 무엇보다 내부 인물들의 신뢰 제고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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