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 18일 靑 분수대 앞 기자회견..공공의료 확충 촉구 의견서 전달
부친 정성재씨, 지난달 22일 경산~청와대 도보행진..368.3km 여정 마무리

지난 22일 오전 경북 경산중앙병원 앞에서 고(故) 정유엽군 아버지 정성재씨(가운데)와 정유엽사망대책위원회 관계자 등 50여명이 공공의료 강화를 촉구하는 청와대 도보 행진을 하고 있다. 정군은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의료공백 속 급성 폐렴으로 숨졌다. 사진=뉴시스
지난 22일 오전 경북 경산중앙병원 앞에서 고(故) 정유엽군 아버지 정성재씨(가운데)와 정유엽사망대책위원회 관계자 등 50여명이 공공의료 강화를 촉구하는 청와대 도보 행진을 하고 있다. 정군은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의료공백 속 급성 폐렴으로 숨졌다. <사진=뉴시스>

[공공뉴스=박혜란 기자] 지난해 3월 대구 영남대병원에서 코로나19 의료공백으로 세상을 떠난 17세 고(故) 정유엽군의 사망 1주기인 18일, 보건·의료·시민사회 단체들이 정군과 같은 또 다른 희생이 없도록 공공의료 확충 문제 등에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는 고 정유엽 학생 사망 1주기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정군의 1주기를 추모하고 공공의료 확충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기자회견 사회는 변혜진 건강과대안 상임연구위원이 맡았고, 권영국 정유엽사망대책위 자문변호사, 정군의 아버지 정성재씨,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강은미 정의당 의원, 고운 코로나19의료공백실태조사단 활동가 등이 발언했다.

전진한 정책국장은 “지난 1년 의료공백으로 제2, 제3의 정유엽군이 발생했고 여전히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라며 “정부가 더 이상 의료를 돈벌이 대상으로 보고 영리화에만 집중해서는 안 되며 천 리 길을 걸어온 정유엽 아버지의 공공의료 확대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라고 소리쳤다.

강은미 의원은 정부가 의료공백에 대안을 세우겠다고 한 약속을 환기하며 “앞으로도 언제든지 다가올 수 있는 감염병 위기를 감당하기 위해서라도 공공병원을 촘촘히 만들고 구멍 뚫린 국가의 보호가 강화되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경제2팀장은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고 국민들의 삶은 힘들어져 가는데 여전히 정부의 대책은 미미하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와 국회는 예비 타당성 문제 등으로 인해 공공병원을 확충하기 어렵다는 핑계를 대며 공공 인프라 확충 없이 힘없고 소외된 계층의 희생을 담보로 이 상황을 넘기고자 하는 것이 납득이 어렵다”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직후 참가자들은 의료공백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 공공의료 확충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2020년 3월 대구는 집단감염으로 인해 병상이 꽉 찼고 의료진 부족 등으로 의료체계가 마비됐다. 정부는 의심증상만 가지고 병원을 찾지 말라고 당부했고 고열과 호흡곤란 증상이 있던 정군은 해열제를 먹으며 집에서 경과를 지켜봤다. 

이틀이 지나도 열이 42도를 웃돌자 정군은 선별진료소가 마련된 경산중앙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선별진료소가 문을 닫아 온도 체크 후 해열제와 항생제만을 처방받을 수 있었다.  

다음날 병원을 다시 찾은 정군은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한 뒤 집으로 돌려보내졌다. 이날 오후 구토와 호흡곤란 증세가 악화됐고, 병원에선 “오늘을 넘기기 어렵다”라는 말을 듣고 3차 진료기관 영남대 병원으로 넘겨졌다. 

두 병원에서 열세 번에 걸친 코로나 검사를 받고 입원 5일 만에 18일 사망했다. 사인은 급성 폐렴이었다. 그의 나이 17세였다.

지난 22일 오전 경북 경산중앙병원 앞에서 고(故) 정유엽군 유족 등이 공공의료 강화를 촉구하는 청와대 도보 행진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군은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의료공백 속 급성 폐렴으로 숨졌다. 사진=뉴시스
지난 22일 오전 경북 경산중앙병원 앞에서 고(故) 정유엽군 유족 등이 공공의료 강화를 촉구하는 청와대 도보 행진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군은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의료공백 속 급성 폐렴으로 숨졌다. <사진=뉴시스>

한편, ‘정유엽과 내딛는 공공의료 한걸음 더’라는 구호를 적은 노란색 조끼를 입은 정군의 부친은 지난달 22일 정부에 의료공백과 진상 규명에 대한 진정성 있는 행보를 요구하며 경산에서 행진을 시작했다.

정씨의 행진은 이날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정유엽과 내딛는 공공의료 한걸음 더’ 수도권 모임과 코로나19 의료공백 실태조사단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서울 청와대 사랑채를 목표로 한 총 368.3km의 여정이었다. 정씨는 김천, 영동, 옥천, 대전, 세종, 천안, 평택, 오산, 안양을 거쳐 서울에 이달 16일 도착했다. 도보행진 24일차인 17일에는 시민들과 함께 오전 10시부터 대림역에서 서대문 정동사거리까지 걸었다. 

2월22일 도보행진에 나서기 앞서 정씨와 정유엽사망대책위원회(대책위) 관계자 등 150여 명은 정군의 응급치료를 거부했던 경북 경산중앙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군 사망 사건은 우리 사회 의료공백 전반의 문제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라며 정부의 진정성 있는 행보를 요구했다.

대책위는 정군 사망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와 정부·시민·전문가가 참여하는 코로나19 의료공백 전반에 대한 사회적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응급의료 시스템 및 의료를 방역으로만 보는 감염병 대응지침 개선 등 의료공백 재발방지 대책 마련과 모두가 안심하는 공공병원 확충과 취약계층 의료 평등권 확보 등 공공의료 강화 등을 요구했다.

저작권자 © 공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