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 주총서 재선임 안건 확정 예정..은행 내부서 수장 ‘책임론’ 급부상
노조, 연임 반대 적극적 투쟁 예고..회사 측 “의도치 않은 곳에서 만든 이슈”
국내 3대 지방금융지주사 중 실적 ‘꼴찌’..각종 잡음 속 ‘2기 체제’ 순항할까?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진땀을 빼고 있다. 

지난해 말 ‘셀프연임’ 논란 속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된 가운데 DGB대구은행의 캄보디아 부동산 사기 사태와 관련해 내부에서 김 회장의 책임론에 화력을 퍼붓고 있는 까닭.

DGB금융은 오는 26일 정기주총를 열고 김 회장의 재선임이 안건을 확정할 예정이지만, 대구은행 노조는 연임 반대를 위한 적극적 투쟁을 예고한 만큼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그동안 김 회장은 소통을 강조, 최근 경제계 화두인 ESG경영 성과도 적극적인 소통을 바탕으로 높여가겠다는 목표다. 그러나 소통 부재 지적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게다가 지난해 실적은 2019년에 이어 3대 지방금융지주사 가운데 ‘최하위’ 수모를 벗지 못한 상태.

김 회장을 향한 일각의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 속 ‘김태오 2기 체제’가 순항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사진=뉴시스>

◆대구은행 노조, 부동산 사기·연임 논란 맹폭..“김 회장이 답하라” 

18일 전국금융사무노조 대구은행지부(이하 노조)에 따르면, 전날(17일) ‘김태오 회장은 답변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대구은행의 캄보디아 부동산 매입 과정에서 발생한 사기 사건 등과 관련해 김 회장에 책임을 묻고 입장을 촉구했다. 

노조는 성명에서 “김 회장이 아무런 입장 표명 없이 주총 때까지 시간 때우기를 하고 있다”며 “3년 전 연임하지 않겠다는 공언을 지키지 않은 것을 해명하고, 은행장 재임 중 추진했던 주력 사업 실패로 연일 언론지상의 도마에 오르내리는 것에 대해 수장으로서 책임을 묻는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구성원인 직원들이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것”이라며 “성실한 답변을 하는 것은 CEO로서 마땅한 도리”라고 말했다. 

또한 노조는 “당행은 DGB금융의 억압적인 구조 하에서 자율경영을 침해하는 각종 경영간섭으로 몸살을 겪고 있다”며 “은행에 대한 평가방식 변경을 통한 경영압박을 시도하는가 하면 디지털 및 글로벌 사업을 위시한 은행의 각종 사업에 간섭함으로써 불필요한 갈등과 비효율을 부추기고, 그 뒷수습과 책임은 고스란히 직원들이 지고 있는 참담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성명서가 김 회장에게 보내는 마지막 통첩”이라며 “은행의 자율경영을 보장하겠다는 의지를 내놓지 않으면 회장 연임에 대한 직원들의 민심을 분명히 전달하고 그 뜻을 모아 적극적 연인 반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구은행 3급 이상 직원들로 구성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사무금융 대구은행 노조(이하 제2노조)도 같은날 성명을 냈다.  

제2노조는 “해외 현지법인 부지 매입 논란에 대한 의사 결정 과정과 지주, 은행의 대응 상황을 즉각 공개하라”며 노사공동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진실 규명과 해결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본 사태와 관련된 꼬리 자르기식 사태 무마는 결단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노조의 우리사주조합 의결권과 관련해 “대주주 일원으로서 정당한 지위 확보를 위한 취지와 행동에 공감하고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주총 앞두고 비자금 의혹까지 잇단 잡음 뭇매 

앞서 대구은행은 캄보디아 현지 법인인 DGB 스페셜라이즈드뱅크(SB)가 상업은행 승격을 추진하면서 본사로 사용하기 위해 캄보디아 정부 소유 부동산 매입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5월 캄보디아 현지 부동산 에이전트에 총 계약금 1900만달러(약 210억원) 중 선금 1200만달러(약 133억원)를 지급했다. 하지만 계약 한달 후 한 중국계 기업이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해당 부동산은 매각됐다. 

DGB SB 측은 브로커에게 선금 반환을 요구했으나, 에이전트는 다른 건물을 소개해 주겠다며 돌려주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번 사건은 캄보디아의 부동산 거래 관행과 현지 사정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발생했다. 일반적으로 소유권 이전 전단계에서 캄보디아 정부가 매각을 승인해주는 공식 문서인 소저너(SOR JOR NOR)를 발급해 주는데, 이때 선금을 지급하는 게 정상적 절차다. 

결국 대구은행 측은 “DGB SB는 본점 건물의 정상적 매입이 해결될 때까지 캄보디아의 보수적 회계기준에 의거, 기 지급금 전액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고 밝혔다. 

대손충당금은 돈을 빌려줬으나 돌려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추후 돌려받을 수 있고 떼일 수도 있지만 현 시점에서는 떼인 것으로 잠정 결정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까지 번졌다. 당시 현지 은행장은 최근 부동산 매입 과정에서 대구은행이 비자금을 조성하려 했다는 의혹을 법률 대리인을 통해 제기한 것.

금융감독원은 현재 이 사태와 관련한 조사를 진행 중이며, 곧 현장 검사에서도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이 사건 발생 당시 공석이었던 은행장직을 겸직하고 있었고, 최종 결재권자라는 점에서 책임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지난해 12월 사실상 연임에 성공한 김 회장은 셀프 연임 비판을 받기도 했다. 

DG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김 회장과 임성훈 대구은행장, 유구현 전 우리카드 대표를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선정했으며 평가 결과 차기 회장 최종후보에 김 회장 이름을 올렸다. 

앞서 김 회장은 “임기 중 후계자를 양성하고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결국 연임에 성공하면서 뒷말이 나왔다. 

최종 후보군 공개 당시 이제 막 은행장이 된 임 행장과 외부 출신의 유 전 대표와의 경쟁 구도에서 김 회장의 입지가 막강했던 탓이다. 

김 회장은 그룹 회장에 취임한 뒤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CEO육성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조기에 조직을 안정화 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일각에선 일종의 요식행위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지방금융지주사 중 꼴찌 성적..어깨 무거운 ‘김태오 2기 체제’

한편, DGB금융은 지난해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JB금융지주에 내준 2위 자리는 탈환하지 못했다.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하는 DGB금융은 BNK·JB금융 등과 함께 국내 3대 지방금융지주사다. 2018년 5월 김 회장 취임 이듬해인 2019년 실적이 3대 금융지주사 중 유일하게 감소했고, 처음으로 업계 2위 자리를 내주며 3위로 내려앉았다. 

DGB금융의 지난해 순이익은 3323억원으로, 전년 대비 8.1% 증가했다. 하이투자증권, DGB캐피탈 등 비은행 계열사들의 선전이 성장률을 이끌었다.

하지만 주력 계열사인 대구은행의 연간 순이익은 2383억원으로 전년 대비 15.6% 감소하는 침체된 실적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 속 ‘2기 체제’를 준비 중인 김 회장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진 모습. 김 회장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을 불식시킬 방법은 경영능력을 입증하는 방법 뿐이다. 

김 회장은 최근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ESG경영을 강화, 임직원들에게도 ESG 적극 실천을 당부하고 나서는 등 기업가치 향상을 위해 분주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내실을 다지고 기업 내부에서 발생하는 일련의 잡음 해소가 선제 조건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DGB금융 관계자는 “김태오 회장 책임론은 일부 의도치 않는 곳에서 만들어 내는 이슈”라며 “(캄보디아 부동산 사기와 관련해) 현재 금융당국에 보고 했고 수사기관에 형사 고발까지 마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과가 나오면 명백하고 투병하게 모두 밝힐 예정이며, 책임 소지가 있는 관계자에 대한 법적 책임도 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회장 후보 선정은 이사회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라며 “일각에서 얘기하는 셀프 연임 의혹과 비자금 의혹 등은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노조 측의 성명 발표에 대해 “논란을 일으켜서 은행 발전에 도움될 사항은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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