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앞 돈뭉치 전달하다 덜미..울산 경찰, 현장서 용의자 검거
재택알바, 고액알바 등 광고로 현혹..쉽게 노출된 범죄 구인구직

[공공뉴스=박혜란 기자] 보이스피싱 범죄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휴가 중이던 경찰이 보이스피싱 범행 현장으로 의심되는 장면을 목격하고 용의자를 검거해 화제다. 

해당 경찰을 응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고액알바’ ‘단순알바’ 등의 이름으로 구인구직란에 올라와 있어 접근이 쉬운 보이스피싱 알바를 막을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일 전화금융사기 범행 현장을 목격한 경찰관이 불심검문으로 용의자를 검거하는 모습이 학교 주변 폐쇄회로TV에 녹화됐다. 사진제공=울산경찰청
<사진제공=울산경찰청>

◆ 생활정보지 구인광고 통해 시작한 범행

울산 울주경찰서는 지난 1일 휴가 중이던 경찰이 초등학생 딸을 데리고 집에 가던 중 보이스피싱 범행 현장을 발견해 피의자를 체포하고 현재 수사 중이라고 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현석(42) 수사과 경사는 울주군 범서읍 한 초등학교 앞에서 40대 남성이 50대 남성한테서 돈뭉치가 든 것으로 추정되는 봉투를 받는 모습을 목격했다.

박 경사는 직감적으로 보이스피싱 범행 현장일 것으로 예상해 신분을 밝힌 뒤 두 사람을 불심검문했다. 

검문 결과, 봉투 안에는 1000만원이 들어있었다. 돈의 출처를 묻는 박 경사에 피의자 A씨는 “정당한 업무”라고 답했지만, 그의 손에 들린 휴대전화에서 “자리를 이동하라”는 중국 동포 억양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에 박 경사는 도주하려는 A씨를 막고, 울주경찰서 형사과에 출동지원을 요청해 범인을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정부지원자금을 싼 이자로 대출하려면 기존 대출금 1000만원을 일시 상환해야 한다’는 수법으로 돈을 가로채는 전화금융사기 조직 수거책으로 확인됐다.

A씨는 “생활정보지 구인광고를 보고 전화해 이런 일을 하게 됐다”며 범행 사실을 모두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의 여죄와 공범 등을 추가로 수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시민을 대상으로 대면편취형 전화금융사기 범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계좌이체나 금융기관 관계자를 만나 돈을 전달하는 경우 100% 전화금융사기 범죄로, 절대 속지 말고 112에 즉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울산경찰청 홈페이지 칭찬게시판엔 박 경사에 대해 “든든하다” “연일 수고하시는 경찰관들의 원래 본연의 모습이 이런 모습임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라며 응원의 메시지가 올라왔다. 

<자료제공=울산경찰청>
<자료제공=울산경찰청>

◆ 범죄인지 몰랐어도 처벌대상..개인 주의 필요

한편, 범죄인지 모르고 시작한 아르바이트가 사실은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을 도와준 것으로 드러나 경찰수사를 받게 된 경우가 적지 않아 주의가 요구된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달 21일 ‘전화번호 변조기’로 불리는 사설중계기를 2월 중순부터 약 한달간 집중단속한 결과, 13명을 검거해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으로 입건했다.

이들은 재택 알바 또는 부업 등의 광고를 보고 중계기를 설치했다. ‘인터넷 모니터링 부업’ ‘집에 기계만 설치하면 월 15만원~20만원’ 등의 광고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위치기반 서비스라며 배달앱 위치 제공하는 목적으로 장비 보관만 해주면 돈을 주겠다는 수법도 쓰이고 있다.

그러나 광고에 속아 중계기를 설치했다고 하더라도 형사처벌 대상이다. 전기통신 사업자가 아님에도 통신을 중개하거나 발신 번호를 바꿔주는 행위 등은 전기통신사업법상 위반이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학비를 벌기 위해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해 실형이 선고된 대학생 B씨(23)에게 미필적 고의를 이유로 징역형 집행유예 처벌을 받았다.

B씨는 지난해 7월6일부터 사흘간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원의 지시를 받고 세 차례에 걸쳐 3300여만원을 인출해 조직에 송금했다. 같은 달 10일 또 다른 피해자로부터 900여만원을 받으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사기방조와 사기미수 방조 혐의로 기소된 B씨는 원심에서 1년 6개월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형이 낮춰졌다.

춘천지법 형사1부(김청미 부장판사)는 B씨가 “대학생으로 사회경험이 부족하고, 학자금 마련을 위해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찾다가 범행에 가담하게 됐다”며 “이 사건 범행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범행이고, 피고인이 직접 취득한 이득이 사기 범행으로 인한 피해액에 비해 소액이다. 처벌 전력이 없고 8개월여간의 구금기간동안 범행을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감형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처럼 자신이 모르고 범행을 저질렀어도, 그에 대한 피해가 명백할 경우 처벌되기 때문에 개인의 주의가 필요하다. 

더불어 정부 및 지자체 차원에서 단순알바로 둔갑한 보이스피싱 범죄 구인구직 글들을 확인해 제재할 수 있는 대책 마련도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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