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택배노동조합, 8일 고덕동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규탄 기자회견
차량 출입 금지로 손수레 이용해 배송..소요시간 기존보대 3배 가량 증가

[공공뉴스=박혜란 기자] 서울에 한 아파트에서 택배차량의 단지 내 지상출입을 금지하면서 후문에 100여개의 택배가 쌓이는 ‘택배 대란’이 일어난 가운데, 택배기사들이 이러한 아파트 측의 ‘갑질’을 철회하라며 일어섰다. 

택배차량이 아파트 단지 진입을 못해 발생한 '택배 대란' 현장인 서울 강동구 고덕동 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 후문에 지난 5일 오후 지상주차통제 안내문만 설치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택배차량이 아파트 단지 진입을 못해 발생한 '택배 대란' 현장인 서울 강동구 고덕동 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 후문에 지난 5일 오후 지상주차통제 안내문만 설치돼 있다. <사진=뉴시스>

전국택배노동조합은 8일 오전 서울 강동구 고덕동 그라시움 아파트(5000세대) 입구에서 택배차량 지상출입금지를 결정한 입주자대표회의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날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일방적인 택배차량 지상출입금지에 맞서 개인별 배송을 중단하고 아파트 입구까지 배송한다”고 밝혔다.

택배노조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제시한 저상택배차량(1m27cm) 개조에 대해 ▲적재량 감소로 인한 노동시간 증가 허리를 펼 수 없는 좁은 공간으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 유발 택배노동자의 몫인 개조 비용 등의 이유로 어렵다며 협상을 요구했다.

또한 “택배 차량의 지상 출입 금지로 인해 손수레를 이용해 배송함으로써 배송 소요 시간이 기존보다 3배가량 증가했다”며 아파트 측의 일방적인 결정을 “갑질”이라고 못 박았다.  

노조는 “14일부터 아파트 입구까지 배송한 뒤 입구에 물건을 적재하고, 노조가 찾아오는 고객에게 전달할 것”이라며 “매일 저녁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의 갑질 철회를 위한 행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맞섰다.

아울러 노조원들은 “234명 택배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 179개 아파트(중복 포함)가 택배 차량 지상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며  “지상 출입 금지 조치 아파트를 배송불가지역으로 지정할 것”을 택배회사에 요구했다.

한편, 지난 1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에서 단지 내 지상 도로의 택배차량 진입을 막으면서 ‘택배 대란’이 일어났다.

아파트는 지하주차장을 통해 이동하도록 지침을 내놨지만, 대부분의 택배차량이 지하주차장 높이(2.3m)보다 높아 들어갈 수 없었다.

이에 택배사들은 아파트 후문 근처 경비실에 택배상자를 내려놓고 가며 약 100개의 택배물품이 높이 쌓이기도 했다.

이러한 ‘택배 산’은 아파트 측이 찾아가라는 안내를 통해 일부 가져갔고, 이후 주말에 비가 온다는 소식에 택배기사들이 회수해가며 사라졌다. 현재 이 아파트에 배달 온 택배기사들은 손수레를 이용해 물품을 배달 중이다.

택배 대란이 붉어진 고덕동 아파트만의 일이 아니다. 정부는 2019년 1월 택배차량 진입을 위해 지상공원형 아파트 지하주차장 입구 높이를 2.7m로 만드는 지침을 정했으나, 서울시 아파트 대부분이 지침이 나오기 전에 건축 승인을 받아 지어져 곳곳에서 마찰이 빚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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