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선:표심 가른 공정·부동산..높아진 청년 분노→2030 붙들기 위한 정치권 보완 목소리

[공공뉴스=박혜란 기자] # “그냥 하긴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의무감에 하긴 했는데 워낙 기대가 없어요”(마포구·30)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어서 투표율이라도 높여야겠다는 마음으로 임했어요”(송파구·28)

“진짜 뽑을 사람이 없어서 고민되더라고요. 1번도 2번도.. 그래서 소수정당에 한표 줬어요” (구로구·27) 

“부디 이 힘든 코로나19 시대에 이번에는 사고치지 말고 끝까지 우리 서울시를 위해 일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광진구·28) 

4·7 재보궐 선거에 참여한 2030세대들의 대답은 침울했다. 믿고 지지했던 여당의 잘못된 실책으로 정치 효능감이 떨어지고 불신만 늘은 탓이다. 정치권에선 2030세대가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수치를 보며 분석만 할 것이 아니라 직접 청년의 삶에 들어와 들여다보고, 직접 목소릴 들어야만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를 듣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반영해 정책을 만들어 변화를 만들어내야만 이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 것이다.

한국청년연대, 청년진보당, 청년하다 등 청년단체 회원들은 지난 3월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LH 투기 의혹을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사진=뉴시스>  

# 돌아선 민심..정권심판론 대세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다. 더욱 낮은 자세로, 보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정에 임하겠다. 코로나 극복, 경제회복과 민생안정, 부동산 부패청산 등 국민의 절실한 요구를 실현하는 데에 매진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일 4·7 재보궐선거 결과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또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했다.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은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들은 민주당에 많은 과제를 줬다. 철저하게 성찰하고 혁신하겠다”며 “국민들이 됐다고 할 때까지 당 내부의 공정과 정의를 바로세우겠다. 지도부의 총사퇴가 성찰과 혁신의 출발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김 대행을 비롯해 김종민·노웅래·박성민·박홍배·신동근·양향자·염태영 등 8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의 임기는 내년 8월까지로, 1년4개월여를 남기고 사퇴를 선언한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학계 등에선 정권심판론이 적용됐다는 주장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 회의에서 “지난 4년 동안 협치를 하겠다고 수차례 말했디만 실제로 나타난 모습은 오만과 독선, 아집과 위선, 야당 무시의 일방주의 뿐”이었다고 지적했다.

김해영 전 민주당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선거 결과에 대해 “민심이 매서운 회초리로 성찰과 혁신을 명령한 것”이라고 적었다.

또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역시 “문재인 정권의 무능과 위선, 오만과 독선, 도덕적 파탄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문 정부에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권에 “무능과 부패로 나라를 망치고, 내로남불의 위선으로 국민들 가슴에 피눈물 흘리게 한 국정의 전면쇄신, 그리고 내각 총사퇴를 단행할 생각이 있냐”고 묻기도 했다.

이와 같은 발언들이 이뤄진 이유는 4·7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하면서다.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이긴 곳은 서울 425개 동 중 딱 3곳. 또 전국 21개 선거구 중 호남 4곳에서만 민주당이 승리했다. 

불과 1년 전 치러진 지난해 4·15 총선 때만 해도, 민주당은 국회 전체 의석 수 300석 중 163석을 차지하며 압승을 거뒀다. 비례대표 의석수까지 합하면 총 180석으로 과반을 넘는다.

또한 민주당 소속인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35대부터 38대까지 연이어 3선 재임할 정도로 표심은 진보를 향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국정농단을 일으킨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시킨 촛불시위로 탄생한 정부다.

국정농단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인 최순실씨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관여하고,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학 특혜, 삼성에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검찰에 넘겨져 징역형 22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며 분노했다.

국민의 분노를 알고 있던 문 대통령은 취임 전날인 2017년 5월 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정의가 바로 서는 나라,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 국민이 이기는 나라다운 나라, 꼭 만들겠다”고 연설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8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당선이 확실해지자 두손을 들어 환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8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당선이 확실해지자 두손을 들어 환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연이은 성범죄 사건 이어 부동산 내로남불

문재인 후보가 당선된 19대 대선 투표율은 77.2%로 1997년 15대 대선 이후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초기부터 국민들의 지지가 높았다. 과연 이러한 민심은 왜 바뀐 것일까.

우선 이번 선거가 성추행·성폭행으로 인한 선거라는 것이 근본적인 이유다. 박 전 서울시장은 성희롱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해 7월 극단적 선택을 했고, 앞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자신의 보좌진을 성추행한 사실을 인정하고 같은해 4월 직을 내려놨다. 두 전 시장 모두 민주당 소속이었다. 

원래 당 법규 상 이번 선거에 민주당은 후보를 공천할 수 없었다. 당헌 제 96조 2항에서 “당 소속 공직자의 부정부패로 인한 보궐선거에 후보추천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 하지만 민주당은 당헌을 개정해 전당원 투표로 후보를 추전할 수 있게 해 출마했다. 

이에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끝없는 2차 가해 속 피해자가 방치된 현실에 일말의 책임마저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정치의 자기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었던 무공천 당헌을 전 당원 투표라는 비겁한 방식으로 무력화시켰다”며 비판했다.

민주당의 성범죄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성폭행 혐의로 2018년 4월 기소돼 징역 3년6개월 실형을 받고 수감 중에 있다. 용기있게 피해사실을 폭로한 당시 안 전 지사의 수행비서 김지은씨에게 여론은 가혹했다. 가족들을 비방하고, 피해자를 꽃뱀으로 둔갑시키고, 맥락 없는 증거 유출 등으로 끊임없이 2차 가해를 했다.

또한 1심 법원은 “간음 사건 이후 피해자가 피고인과 동행해 와인바에 간 점과 지인과의 대화에서 피고인을 적극 지지하는 취지의 대화를 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며 안 전 지사에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상사와 직원인 상하관계로, 업무상 위력에 의해 행해진 권력형 성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박 전 시장 사건의 경우에도 지난 3월 피해자의 신상이 인터넷에 공개되거나, 민주당 의원들이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부르는 등의 2차 가해가 이어졌다.

피해자는 오세훈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이 확실시 되자 법률대리인을 통해 “당선 확실 연설 때 그동안의 힘든 시간이 떠올라 가족들이 함께 울었다”고 밝혔다.

두 번째는 부동산 관련 문제가 연일 붉어진 탓이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통해 미리 신도시 투기를 했다는 혐의가 제기되며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수사 범위를 고위공직자로 넓혔다.

현재도 진행 중인 수사는 8일 ‘완주 삼봉지구 투기 의혹’으로 첫 현직 LH 직원을 구속했고, 앞서 전직 경기도청 간부, 민주당 의원 등도 같은 혐의로 기소됐다.

여론조사를 통해 LH 사태 이후 돌아선 민심을 확인할 수 있다. 국정운영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 2020년 12월 셋째주 더 높았던 긍정평가는 2월 첫주에 동률로, 이후 LH 투기 사태가 터진 3월 둘째주부터는 쭉 하락세를 보였다. 이 하락세는 4·7 재보궐선거 이후 처음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다시 긍정으로 되찾았다.

이러한 국정지지율 하락세에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언도 한 몫 했다.

지난달 변 장관은 “LH 직원들이 공공택지 개발 정보를 모르고 투자했을 거란 말이 진심이었냐”는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제가 아는 경험으론 그렇다”라며 국민의 정서와 동떨어지는 언급을 했다. 

변 장관은 어록이 생길 정도로 문제되는 발언들을 해왔다. 지난해 12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여성은 화장 때문에 (모르는 사람과) 아침을 같이 먹는 것이 아주 조심스럽다”고 말해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진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또한 SH사장 재임 시절 내부 회의에서 공공임대주택과 관련해 “못 사는 사람들은 밥을 집에서 해먹지 미쳤다고 사 먹느냐”고 발언했고, ‘구의역 김군’ 사고와 관련해서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걔(구의역 김군)만 조금만 신경 썼었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는데 이만큼 됐다. 이게 시정 전체를 다 흔드는 것”이라고 해 공분을 샀다. 

더불어민주당 21대 초선의원들이 지난 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재보선 결과에 대한 초선의원들의 공동 입장문 발표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공동취재사진>

# ‘20대 현상’ 끊임없이 변화하는 청년들 

이번 선거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20대 남자의 지지율이다. 상대적으로 진보성향을 보여 온 20대였지만, 이번 결과는 달랐다. 20대 이하 남자의 오세훈 후보 투표율은 72.5%로 60세 이상 여자(73.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러한 변화에 원인 분석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2030 남성의 표 결집력을 과소평가하고 여성주의 운동에만 올인했으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성평등이라고 이름 붙인 왜곡된 남녀갈라치기 중단하지 않으면 민주당에 20대 남성표 갈 일은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민주당 2030 의원(오영환·이소영·장경태·장철민·전용기)들은 이날 입장문을 내 “돌아선 국민의 마음의 원인은 저희를 포함한 민주당의 착각과 오판에 있었다”며 “선거 유세 현장과 삶의 현장에서 만난 20·30대 청년들은 민주당에 싸늘하고 무관심했다”고 했다.

민주당 청년의원들은 도종환 민주당 비대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보궐선거 참패요인을 야당탓, 언론탓, 청년탓으로 돌리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입장을 전한 바 있다.

20대 여자는 간소하긴 하지만 약 4% 오 후보보다 박 후보를 더 지지했다. 또한 이들의 경우 무소속·소수정당 지지율이 15.1%로 전 연령 중 가장 지지율이 가장 높았다.

성범죄 사건에 분노해 페미니즘 공약을 내건 두 후보에게 표를 주었단 것도 하나의 해석이다.

2030세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공정’ 이슈는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크게 발화됐다. 조국 사태는 2019년 8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과 아들에게 붉어진 의혹들로 인해 사퇴까지 하게 된 사건이다. 

관련 의혹들은 ▲의학전문대학원 재학 중 두 차례 낙제를 하고도 지도교수로부터 3년간 총 1200만원의 장학금을 받은 것에 ‘황제 장학금’ 의혹 ▲고등학생 때 의학 영어 논문에 제1저자로 등재된 의혹 외에도 ▲무시험 전형 논란·한영외고 및 고려대학교 부정입학 의혹 등을 받아 현재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대부분의 청년 세대들은 소위 아빠찬스·엄마찬스 등도 쓸 수 없는 현실에 깊은 박탈감을 느껴 거리로 나왔다.

고려대학교와 서울대학교에서 조 장관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고, 이어 연세대학교와 부산대학교, 단국대학교 등 50여개 대학교 재학생들 중심으로 전국대학생연합촛불집회 집행부가 구성됐다. 

조 전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촛불집회에는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 이후 최대 규모인 300만명이 참가했다고 주최 측은 발표했다.

이렇게 불만이 터져나오며 청년세대들은 외친다. 우리도 살고 싶다고.

조희원 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은 1월 공익활동가 학교 강연에서 “청년문제는 세대가 아닌 시대의 문제, 즉 모두의 문제”라며 “어른들이 해결하지 못해 우리가 해결하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586세대가 제도적, 절차적 민주주의를 이뤄냈지만 그들이 간과한 모레알 같은 문제들이 우리에겐 너무 크게 다가오는 것을 ‘청년감수성’이라고 표현하며 “그 문제들을 공부하고 실제로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방송인 김어준씨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러한 20대 현상, ‘20대론’은 우리나라뿐만이 아닌 세계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미국 ‘밀레니얼 푸어’도 우리와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방송에서 그는 ‘20대론’의 원인은 “사회구조적인 문제”라며 “현재 20대들은 성장과정에서 투자한 비용 대비 일자리를 통해 벌어들이는 회수 비용이 더 적다. 일자리가 크게 부족한 탓”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청년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실업과 주거문제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청년주거지원금, 청년실업급여 말고 이를 해소할 근본적인 대책들이 필요하다.

구조적으로 잘못된 부분들을 제도적으로 고치고, 보완하며 더 나은 청년들의 삶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한 노력이 없다면 1년 후 있을 대선에서 거대 양당 모두 2030세대의 표를 얻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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