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용방안 속도 높이는 정부..전문가들 ‘우려’ 목소리 ↑

[공공뉴스=박혜란 기자] 자가진단키트 도입을 전제로 한 유흥시설 등의 영업 연장을 골자로 하는 ‘서울형 거리두기’를 오세훈 서울시장이 연일 강조하고 있다.

최근 정부도 자가진단키트 활용방안을 마련을 언급, 실제 방역 현장에서의 사용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 그러나 실효성을 둘러싼 많은 지적들이 나온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 <사진=뉴시스><br>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 <사진=뉴시스>

◆지역사회 감염 이어져..‘숨은 확진자’ 찾겠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13일 “자가검사키트가 허가되면 약국 등에서 구매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집에서 검사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같은 자가검사 키트라고 하더라도 사용자가 전문가인지, 일반인인지에 따라 정확도의 차이는 있을 것”이라며 “직접 면봉을 코 깊숙이 넣으면 고통스럽기 때문에 전문가와 비교해 정확성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앞서 전날(12일) 질병관리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련 부처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여한 회의에서 자가진단키트 활용방안을 마련과 더불어 신속한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날 회의에서 질병청은 전문인력이 필요한 비인두 검체 채취 방식 대신 비강검체 사용 방안을 마련해 개인 스스로 진단할 수 있는 방식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한 식약처는 자가진단키트 활용 가능성이 높아질 상황이 올 것을 대비해 관련 제품 개발 및 도입에 집중할 계획이다. 

진단검사키트 도입에 소극적이던 방역당국이 이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한 것은 이달부터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1일 브리핑에서 “자가진단키트 활용 방안 관련 전문가 회의를 2일 개최한다”며 “적용 가능성, 개발 지원 가능성, 해외 상황 등에 대해 다각적인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준욱 방대본 제2부본부장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또 대유행이 다시 발생할 상황에 대비해 검사 확대 방안이 요구되는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권 본부장은 “자가진단키트 방식 검사를 바로 도입하겠다는 건 절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자가진단검사가 현재 지역사회에 숨어 있는 감염자가 많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라 검사 정확도가 다소 떨어지더라도 간편성과 접근성을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최근 정례브리핑에서 “신속자가진단키트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검사 역량을 늘리려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쉽게 검사를 진행하고 접근성을 높이려는 것”이라며 “직장이나 학교 등에서 스스로 해보고 싶은 수요가 있어 보조적인 수단으로 도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한 “현재 승인받은 제품이 없다. 정확성이 담보된 키트를 개발할 수 있게끔 정부에서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사진=뉴시스><br>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사진=뉴시스>

◆ 꾸준히 도입하자던 정치권..방역당국 ‘소극적’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코로나19 장기화가 확실시된 지난해 9월 무렵부터 신속진단키트 도입 목소리가 지속됐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소극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자가진단키트는 정확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단점은 있지만, 가격이 PCR 방식의 8분의 1에 불과하고 검사 시간은 15분 정도”라며 “자가진단키트를 병행 사용하는 것이 선제적 코로나 방역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후 같은 해 11월 중순 미국FDA(식품의약국)가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를 승인하자 국내에도 도입되는지에 관심이 쏠렸다. 당시 미국은 하루 평균 확진자가 15만5000명에 달했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자가진단키트의 국내도입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자가진단 방식은 확진자가 급증해 PCR검사를 다 시행할 수 없을 때 사용하는 부수적인 방안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이 방식은 빠른 시간 내에 검사를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정확도가 떨어져서 가짜양성과 가짜음성 결과의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했다. 

다만 우리나라 상황과 역학적인 특성을 판단하고 어떤 사회적 또는 법률적 제약점들을 같이 검토해 의견을 수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여지를 남겼다.

이후 12월 초 수도권 거리두기단계가 2.5단계로 상향되고, 중순엔 일일 신규확진자가 1000명대를 넘어서는 등 3차 유행이 시작됐다. 이때 ‘숨은 감염자’가 많았다며 이 깜깜이 확진자를 찾기 위한 대안으로 자가진단키트가 주목받았다. 

이에 실효성 없다며 선을 긋던 더불어민주당이 입장을 바꿨다.

당시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국민 누구나 손쉽게 신속진단키트로 1차 자가검사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추가 정밀 검사를 받도록 하면 어떨지 논의할 시기가 됐다”며 당 정책위에 방역당국과 신속진단키트를 통한 자가진단 방안 협의를 지시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신속진단키트 도입 찬성과 반대 의견이 엇갈렸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사진=뉴시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사진=뉴시스>

◆ 의료계 ‘환영’보다 ‘우려’ 많아

한편,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사용을 두고 의료계에서는 환영보다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날 KBS1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자가진단키트 비용을 비롯한 결과의 정확성, 인력 부족, 검사 시간 등의 문제를 들어 현장 도입에 한계성을 지적했다.

엄 교수는 “유럽 질병관리본부는 유병률이 2% 이상인 나라에서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간단히 얘기하면 확진자가 매일 수천 명, 수만 명씩 나오는 대규모 유행 상황에서 확진 검사를 모두에게 할 수 없다 보니 보조적인 방법으로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정확성에 대해 “신속항원 검사 같은 경우 50%가 안 된다. 가짜음성이 나온 확진자가 유흥시설을 이용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가짜 양성 결과에 빚어질 혼선도 있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양성 결과가 나오면 그 사람을 격리해 확진검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그게 밤 시간이다. 방역대응 인력이 쉬어야 하는 시간에 또다시 일해야 한다. 확률적으로 하룻밤에 10만명이 검사한다고 치면 1000명의 확진자가 나올 것”이라며 인력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해당 영업장은 그날 밤에 폐쇄해야 한다.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자가진단키트를 아무리 싸게 공급한다고 해도 1만원 전후의 가격이 책정될 가능성이 큰데, 매일 10만명씩 검사한다면 10억씩 투자하는 것이다”라며 “이를 시가 감당할 것인지 아니면 개인이 감당한다고 하더라도 1만원씩 추가적인 비용을 시민들이 내고 이런 영업장을 운영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도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신속진단키트로 영업 시간을 늘리거나 거리 두기 단계 완화 근거로 쓰기는 아직 어렵다”며 “시범 사업을 하는 건 좋으나 노래연습장보다는 보육시설이나 콜센터나 이렇게 감염 위험이 좀 높은 곳에서 해 보면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과학적으로 검증도 되지 않은 자가진단키트를 보급하겠다는 이야기가 들린다”며 “검사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행을 꺾을 수 있는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강화가 우선”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방역은 과학적 분석을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시행돼야 하며 정치적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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