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기가 인터넷 서비스 속도 저하 논란..업계 전수조사로 불똥
새노조 “부실 관리 사과는 말 뿐” 지적..위기대응 능력 ‘시험대’
쪼개기 후원 수사 등 비재무적 리스크 산적, 구 사장 거취 ‘흔들’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취임 2년차에 접어든 구현모 KT 사장이 ‘마(魔)의 4월’을 보내고 있다. 

최근 10기가 인터넷 서비스 속도 제한 논란으로 뭇매를 맞은 가운데 그 책임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갑질’ 자행 의혹까지 불거지며 파장은 더 확산됐고, 게다가 KT의 불법 정치 후원금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점도 구 사장의 입지를 흔들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환경·사회·지배구조(ESG)가 기업 경영의 대세로 자리 잡으며 KT도 ‘KT 노사공동 ESG 경영’을 선언하는 등 ESG경영 실천 의지를 드러낸 상태. 

구 사장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가능한 활동을 이어가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하는 대표 ESG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그러나 ESG 기조를 역행하는 적절치 못한 수장의 리스크 관리는 오히려 KT의 지속가능 경영 수준을 평가하는 데 악재로 작용하는 형국이다. 

구현모 KT 사장 <사진=뉴시스, 공동취재사진>

◆KT 發 인터넷 속도 저하 논란..하청업체 갑질까지 뭇매

최근 유튜버 ‘잇섭’이 제기한 KT 발(發) 인터넷 속도 저하 논란의 불똥이 업계 전반으로 튀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동통신 3사에 대한 전수조사를 예고한 것이다.

앞서 지난 17일 잇섭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10Gbps(기가비피에스) 요금을 내면서 100분의 1 수준인 100Mbps(메가비피에스) 속도로 이용 중이었다는 내용의 영상을 게재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잇섭은 속도 문제를 KT 고객센터에 문의하자 명확한 설명 없이 원격으로 문제가 해결됐다.

이후 요금 감액을 요청했지만, 이 과정도 원활하지 않았다. KT 측은 소비자가 서비스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음에도 자사 모뎀 고장 문제는 확인하지도 않은 채 문제가 없으니 감액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한 잇섭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댓글을 통해 한 대행사로부터 영상 삭제 요청을 받았다고도 밝혀 KT를 향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결국 KT는 21일 홈페이지에 임직원 일동 명의로 사과문을 냈다. KT는 “최근 발생한 10기가 인터넷 품질 저하로 인한 불편과 심려를 끼쳐 드려 깊은 사과의 말씀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KT는 이러한 품질 저하 발생 원인 파악 결과, 10기가 인터넷 장비 증설과 교체 등의 작업 중 고객 속도 정보의 설정에 오류가 있었음을 확인했다”며 “이후 신속히 10기가 인터넷을 이용하는 전체 고객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해 총 24명의 고객정보 오류를 확인하고 수정 조치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KT의 사과문에도 여론의 시선은 싸늘했다. 그동안 이통사가 국민을 속여온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졌고, 정부가 나서서 이통사의 인터넷 속도를 전수 조사해야한다는 요구로 확대됐다.   

결국 정부가 전수조사 카드까지 꺼내들자 여론 공분은 한풀 꺾이는 듯 했지만, 그러나 KT는 앞에서는 사과하면서 뒤에서는 하청업체에 책임을 떠넘기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26일 KT새노조에 따르면, KT가 사과문을 내고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을 약속한 같은날 하청업체에 긴급 문자를 보내서 속도저하의 책임을 떠넘기며 심지어 차감조차 하겠다는 악질적인 갑질 대응을 했다. 

KT새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하며 구 사장의 진지한 반성과 함께 총체적 관리 부실에 대해 이사회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문책을 촉구했다. 

KT새노조는 “문자내용에도 나와있듯 요금이 비싼 고품질 인터넷을 개통해 놓고 통신품질의 기본인 속도측정조차 지금껏 관리하지 않았다”며 “이는 KT가 지금껏 속도 미달인 상태로 기가 인터넷을 개통해왔음을 거꾸로 시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동안 KT는 영업실적 때문에 기가인터넷이 불가한 곳에도 개통하도록 하청을 압박해왔다. 그런데 이제 문제가 터지니까 이걸 하청업체의 책임으로 떠넘기고 있는 것”이라며 “부실관리에 대한 사과는 말뿐이고 고객응대 갑질에 이어 하청갑질로 책임을 떠넘기겠다는 태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KT새노조는 “아현 화재로 인한 통신대란 이후 수도 없이 통신 관리의 중요성이 제기됐다”면서 “LTE 속도 꼴지부터 인터넷 속도 저하 문제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이 KT의 통신서비스를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안정감을 주고 있지 못하다는 게 내부자들의 뼈아픈 성찰이지만, 단기실적에 집착하는 경영진은 이런 성찰에 전혀 응하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특히 “구 사장 체제의 등장 이후 경영진이 디지코 전환 등 뜬구름 전망에 집착하며 본업인 통신업의 부실관리가 심화되고 있다는 게 내부의 진단”이라며 “구 사장에게 통신본업에 대한 관리 부실에 대해 진지하게 반성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구 사장 등장 이후 전매특허인냥 모든 직원들에게 강조했던 고객발 자기혁신의 시험대에 가장 극적으로 오른 이는 구 사장 자신”이라며 “우리는 구 사장의 진지한 성찰과 사과를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KT 새노조는 ▲10기가 인터넷을 위한 기본 망투자부터 개통, 고객민원 응대와 대책수립에 이르기까지 총체적 관리 부실의 책임에 대해 이사회 차원의 진상규 명 ▲갑질과 꼼수 대응의  책임자 문책 등도 요구했다. 

그러면서 “ESG경영과 SNS 시대에 더 이상 구태의연한 KT의 과거 위기 대응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거짓말이 쌓여서 오히려 더 큰 리스크를 낳을 뿐”이라고 경고했다. 

<사진=뉴시스>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檢 수사 재개..구현모 거취 ‘촉각’

이번 사태 후폭풍이 거센 상황 속 KT는 돌아선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KT의 국회의원 ‘쪼개기’ 불법 후원 의혹에 대한 수사를 1년여 만에 재개한 것은 구 사장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모습. 

구 사장은 KT의 쪼개기 후원이 이뤄지던 시기 황창규 전 회장의 비서실장과 경영지원부문장을 지내 이 사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자신이 이끌고 있는 기업 리스크 관리를 위해 힘써야 하지만 수장 본인을 둘러싸고 안팎으로 쏟아지는 잡음에 리더십과 위기대응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이달 6일 쪼개기 후원(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과 관련해 KT 상무 김모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2018년 KT 전직 임원 제보를 토대로 회장 비서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황 전 회장을 비롯해 전·현직 임원을 소환 조사한 뒤 기소 의견(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검찰에 넘겼다. 당시 혐의를 받던 임원중에는 구 사장도 포함됐다.

이들은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3년여 간 19·20대 국회의원 99명의 정치후원회 계좌에 회사 돈 4억4190만원을 불법 후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경찰 수사에 따르면, 이들은 회삿돈으로 주유상품권 등을 구입한 뒤 이를 되팔아 현금화하는 상품권 깡 수법으로 총 11억여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여야 의원들에게 후원금 명목으로 들어간 돈은 후원 한도를 맞추기 위해 다수의 임직원 명의로 보내져 ‘쪼개기 후원’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비자금 중 후원금을 제외한 7억여원은 경조사비나 접대비 등으로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로 송치된 사건은 담당검사가 자주 변경되며 그동안 수사가 지지부진했다. 이에 사건 고발인인 KT새노조는 봐주기식 지연수사라고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1년여 만에 재개되면서 구 사장의 거취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3월 구 사장 선임 당시 KT 이사회는 ‘임기 중에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한 중대한 과실 또는 부정행위가 사실로 밝혀지면 이사회의 사임 요청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구 사장은 당시 KT 대표이사 후보로 거론됐으나, 쪼개기 후원 문제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거셌다. 따라서 이러한 조건을 내걸고 사장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진척이 없던 수사가 재개됐고, 구 사장은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사장직을 떠나야 할 위기에 놓였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KT사옥에서 KT ESG 경영실천을 위한 노사공동 선언식이 열렸다. 구현모 KT 사장(왼쪽에서 두번째)와 최장복 노조위원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서명이 끝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표 ESG 기업” 포부 공염불 되나?..위기대응 능력 시험대

한편, KT는 이달 15일 서울 종로구 KT 스퀘어에서 ESG 경영실천을 위한 노사공동 선언식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KT 노사는 ESG에 대한 책임강화 및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뜻을 모았다. 

노사는 공동 선언문을 통해 미래세대를 위한 친환경 경영추진 및 넷 제로(Net Zero) 2050 달성, 디지털 혁신 기술을 통한 사회 문제 해결, 국내 최고 수준의 준법경영과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 노사공동 ESG 위원회 구성 등 ESG 경영을 적극 실천하기로 결의했다. 

뿐만 아니라 ESG 10대 핵심 프로그램도 공개하며 글로벌 경영계 화두인 ESG 경영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그러나 “대표 ESG 기업이 될 것”이라는 구 사장의 당찬 포부는 벌써부터 ‘공염불’ 우려가 나오는 실정. 

KT는 ‘국민기업‘ 이미지를 강조해 왔지만 구 사장 취임 이후 스마트폰 ‘갤럭시노트20’ 고의 개통 지연으로 방통위로부터 1억6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고 이번 인터넷 속도 제한 논란까지 겹치며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었다. 

더욱이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 연루된 구 사장의 도덕성 결함 논란은 본인의 입지까지 위태롭게 만드는 상황.

ESG 본질은 ‘비재무적 리스크’다. 이 리스크를 줄이지 못한다면 실제 ESG 역량을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결국 구 사장의 국민 신뢰를 저버리는 듯한 나홀로 ESG 역행 행보는 자신뿐만 아니라 KT에 독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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