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현금회수 능력 악화..2020년 회계연도 감사의견 거절 받아
배드민턴에 마스크까지 사업영역 다각화..‘빨간불’ 재무상태에 악영향 지적도
코스닥 시장 이어 또 퇴출되나?..회사 측 “이의신청서, 개선계획서 오늘 제출”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토종 골프브랜드 ‘(주)볼빅’을 이끄는 문경안 회장의 사업 자신감이 오히려 기업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는 모양새다.  

토털 스포츠브랜드를 목표로 사업영역 다각화에 나섰지만, 그러나 이렇다 할 성과는 없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주력 사업은 수출길이 막히는 등 직격탄을 맞아 계속기업으로서 존속 여부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 

회계법인은 볼빅의 감사보고서에 대해 ‘의견거절’ 입장을 냈다. 감사보고서 의견거절은 코넥스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빅은 과거 코스닥 시장 상폐 이후 이번에는 코넥스에서도 상폐 위기에 놓이게 됐다.

스포츠브랜드뿐만 아니라 마스크 사업까지 손을 뻗친 문 회장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 무리수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경안 볼빅 회장 <사진=볼빅 홈페이지 캡쳐>
문경안 볼빅 회장 <사진=볼빅 홈페이지 캡쳐>

◆‘코로나 직격탄’ 현금회수 능력 악화..상폐 위기 직면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볼빅 지난 14일 상폐 관련 내용을 공시했다. 

코넥스시장이 제출한 ‘기타시장안내(상폐 관련)’에는 “볼빅은 3월23일 ‘감사보고서 제출’ 공시에서 최근 사업연도의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인의 감사의견이 계속기업 존속능력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한 ‘의견거절’임을 공시했다”며 “이와 관련, 지난 14일까지 동일한 감사인의 동 사유 해소에 대한 확인서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적혔다.  

이어 “해당 사유는 코넥스시장 상장규정 제28조에 의한 상폐 사유에 해당되며, 이에 대해 볼빅은 상폐에 관한 통지를 받은 날부터 15영업일(5월7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이의신청이 없는 경우에는 상폐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볼빅은 2020년 회계연도에 대해 안진회계법인에서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감사인은 ▲당기말 현재 유동자산 493억9100만원, 유동부채 500억4100만원으로서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초과하고 있는 점 ▲당기 중 영업손실 22억600만원, 당기순손실 32억6500만원 ▲당기말 현재 차입금 잔액 중 일부에 대해 약정에 따라 당기 영업적자 발생으로 인해 차입금 21억5000만원에 대해 조기지급 사유가 발생했다는 점 등을 문제 삼았다.  

감사인은 “이러한 사건이나 상황은 회사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대하여 유의적 의문이 제기할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함을 나타난다”며 “회사가 계속기업으로서 존속할지의 여부는 회사의 매출 증대 등을 통한 재무개선 및 유동성 확보 계획의 성패에 따라 좌우되는 중요한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매출채권 회수율이 나빠지고, 손실채권이 증가하는 등 볼빅의 현금회수 능력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번 감사인의 의견 거절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볼빅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수출길이 막혀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볼빅은 지난해 매출액 378억원, 영업손실 22억원, 당기순손실 32억원 등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대비 11%가량 감소했고, 영업손실과 순손실 규모는 각각 줄었다.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수출이 부진했고, 주요 국가의 국경폐쇄 등이 영향을 미쳤다. 해외 전체 매출액은 64억원으로 전년대비 43.6% 감소했다.

현금회수 능력이 악화되면서 매출채권 회수기간은 점점 길어졌다. 이는 비용을 들여 제품을 팔아 매출을 올린 뒤 회사로 실제 현금이 들어오기까지 기간이다. 

또한 회수가 불가능한 매출채권 비중이 늘어난 점도 회사에 악재다. 매출채권 중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해 대손충당금으로 반영한 금액은 2014년 20억원에서 2015년 21억원, 2016년 22억원 등 매년 증가했고, 지난해 37억원까지 늘었다. 지난해 기준, 볼빅의 매출채권 중 대손충당금 반영 비율은 23%나 됐다. 

아울러 쌓이는 재고자산도 문제다. 볼빅의 재고자산은 지난해 343억원이며, 회전율은 1.2회다. 재고자산 회전율은 2018년 1.7회, 2019년 1.4회 등 매년 나빠지고 있다. 손실로 털어내는 재고자산 평가손실 규모도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볼빅 홈페이지 갈무리

◆마스크까지 손 뻗친 회장님..사업 확장 무리수?

볼빅은 2013년 턴어라운드에 성공하고 매년 꾸준히 매출과 영업이익이 꾸준히 늘었다.

이른바 ‘컬러볼 혁명’을 일으키며 세계 골프 문화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으며, 특히 2019년 충북 음성에 제2공장을 준공하면서 성장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볼빅이 배드민턴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골프 외에 배드민턴, 테니스, 탁구까지 종합 스포츠 브랜드를 목표로 사업 영역 다각화에 나선 것. 

다만 신제품 출시가 연기되면서 지난해 실적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고, 제2공장 증설 등 대규모 투자를 통한 효과도 코로나19로 물거품이 됐다.

이후 문 회장은 충북 음성의 볼빅 1공장에 지난해 5월 마스크 생산설비를 들여와 7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하지만 매출은 기대에 못 미쳤다. 볼빅의 글로벌 인지도를 활용해 해외 수출에도 나섰지만 매출 확대는 여의치 않았다. 

코로나19 사태로 힘든 가운데, 문 회장의 사업 확장 행보가 기업 재무상태에 부담만 가중시키는 것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편, 볼빅은 2015년 12월 코넥스 시장에 입성한 후 줄곧 코스닥 시장 이전 상장을 목표로 움직여왔고 볼빅의 코스닥 상장이 임박했다는 업계의 분석도 나왔다. 

볼빅은 2001년 국내 골프공 업체 최초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지만, 실적 악화 등 이유로 5년 만에 상폐된 바 있다. 

하지만 코스닥 이전 상장은커녕 코스넥 시장에서도 퇴출될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이와 관련, 볼빅 관계자는 <공공뉴스>에 “오늘(27일) 거래소에 상폐에 대한 이의신청서와 개선계획서를 제출했다”며 “차기년도 사업보고서 제출기한까지 개선기간이 부여되고 상폐는 유예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선기간 동안 개선계획서대로 2021년 재무개선과 유동성 확보로 감사의견 거절 사유를 해소해 상장 유지와 주식거래 재개가 목표”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공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