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의미:친누나 살해 비정한 남동생 vs 아들 잃은 父의 절규→‘가정의 달’ 소중함 되새기기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혼자 생활 중인 30대 직장인 여성 A씨. 그녀는 바쁜 직장생활 탓에 설날과 추석 단 2번만 본가를 찾고 있다. 부모님은 A씨에게 한달에도 3~4번씩은 “가족끼리 여행을 한번 가자”, “가족끼리 밥 먹게 집에 와라” 등 요구를 한다. 하지만 그때마다 A씨는 “시간이 없다”며 거절하기 일쑤. 가까운 거리도 아닐 뿐더러, 주말 하루 왔다갔다 하는 것이 시간 낭비라고 느꼈고, 그 시간에 집에서 쉬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A씨는 속으로는 ‘그러면 안 된다’라고 생각하고 있고, 딸이 보고 싶은 부모님의 마음도 이해는 하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요구를 하는 부모님에게 가끔  짜증을 내기도 했다. 그리고 짜증을 부리고 전화를 끈은 뒤에는 항상 후회와 죄송한 마음이 밀려왔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많은 사람들은 그동안 소홀했던 가족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가정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되새긴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들려온 가족을 둘러싼 사건사고는 끝모를 슬픔과 함께 사회의 참담한 단면마저 드러내고 있다. 

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남동생 A(27)씨가 지난 2일 인천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남동생 A(27)씨가 지난 2일 인천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 온국민 충격에 빠뜨린 친누나 살해 20대

최근 친누나를 잔혹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20대 남동생의 범행 사실이 드러나면서 온 국민이 경악했다. 

남동생은 누나가 잔소리를 한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고, 이후 누나의 죽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고인을 사칭해 SNS에 글을 올리고, 자신이 살해한 누나의 장례식에서 영정사진까지 들고 나오는 등 범행을 은폐하려 한 것으로 확인돼 큰 분노를 자아냈다. 

5일 경찰에 따르면, 인천경찰청 수사전담반은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된 남동생 A(27)씨를 전날(4일)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중순께 인천 남동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서 친누나 B씨(30대)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뒤 인천 강화군 석모도의 한 농수로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가 경찰에 검거된 것은 범행을 저지른 뒤 4개월 만이다. 농수로에 버려져 있던 B씨의 시신을 인근 주민이 지난달 21일 발견해 112에 신고하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선 것. A씨는 같은 달 29일 경북 안동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B씨를 살해한 뒤 그 시신을 10일 동안 아파트 옥상에 방치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후 12월 말 여행용 가방에 시신을 넣어 렌터카 차량으로 석모도의 한 농수로에 유기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경찰에 체포된 A씨는 조사에서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다. A씨는 “(범행 당일) 늦게 들어왔다고 (누나가) 잔소리를 해 말다툼을 하다가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A씨가 자신의 범죄 사실을 은폐하려 했던 정황들이 잇달아 포착되면서 곳곳에서 엄벌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남매의 부모는 딸이 사라진 사실을 알아채고 2월14일 인천 남동경찰서의 한 지구대에 가출 신고를 했다. 당시 A씨는 한 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으며, 누나 B씨가 집을 나간 마지막 시기를 묻는 경찰 질문에 A씨는 “2월7일”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2월6일 오전부터 7일 오후까지의 엘리베이터 CCTV 영상을 확인했지만, B씨의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자 A씨는 경찰에 누나가 6일 새벽에 나갔다고 번복하며 “누나가 평소 외박을 자주 했다. 외박 사실을 부모님에게 감춰주기 위해 7일 나갔다고 한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A씨는 누나의 계정으로 메시지를 보내 B씨가 살아있는 것처럼 꾸몄다. 남매 부모는 A씨가 누나로 위장해 보낸 메시지를 받고 지난달 1일 가출신고를 취소했다. 

아울러 누나의 휴대전화 유심(USIM)을 다른 기기에 끼운 뒤 메시지를 혼자서 주고받기도 했다. A씨는 이렇게 위조된 메시지를 경찰에 보내 수사를 방해했다. 

뿐만 아니라 A씨는 모바일 뱅킹을 이용해 B씨 명의의 은행 계좌에서 자신의 계좌로 돈을 이체해 생활비로 쓰기도 했다. 

지난달 B씨 장례식에서 A씨는 시신 운구 과정에서 누나의 영정사진을 직접 들었다.  

A씨는 추가 조사에서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잘못했다. 선처를 바란다”면서 “부모님에게도 사죄한다”고 했다. 

경찰이 프로파일러(범죄분석관)을 투입해 A씨에 대해 조사한 결과,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성향은 나타나지 않았다.

<사진=故손정민씨 아버지 블로그>

# 아들 잃은 아버지의 애끓는 부정 

해당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남동생에게 사형을 구형해달라는 내용의 청원도 올라왔다. 이달 3일 시작된 청원은 이날 오후 1시 기준 8만1300명 이상의 동의를 얻고 있다. 

청원인은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지만 사건 이후 은폐 정황이 매우 악질적”이라며 “예로부터 친족 고의 살해는 죄질이 무겁다고 여겨져 왔다. 특히 이 사건 가해자는 ‘왜 늦게다니냐’는 말을 들었다는 이유로 가족을 죽인 것이 너무 터무니없고 끔찍하다”고 분노했다. 

이어 “사람을 25번이나 찔러서 죽인 것은 절대 우발적으로 이뤄진 범행이 아니다”라며 “고인을 사칭해 수사망을 피해가려 한 것은 반성의 기미가 아예 없는 것이다. 여러모로 너무 교모하고 악질적인 범죄자”라고 호소했다. 

특히 “이렇게 극악무도한 범죄자와 같은 사회를 공유하는 것이 두렵다”면서 “신상공개는 당연하고, 꼭 사형을 구형해 이 사회에서 범죄자를 격리해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4개월 만에 시신이 발견돼 세상에 알려진 피해자가 너무 안타깝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친누나를 살해하고 범죄 은폐를 시도한 비정한 남동생이 있는 반면, 갑작스러운 아들의 실종과 사망 소식을 접하고 사인규명에 누구보다 적극적인 아버지의 애끓는 부정은 많은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최근 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시고 잠들었다가 실종 6일 만에 차가운 주검으로 돌아온 22살 대학생 고(故) 손정민씨의 발인이 이날 이뤄졌다.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치러진 발인식에는 유족과 친구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손씨 아버지 손현씨는 아들의 발인을 앞둔 이날 새벽 자신의 블로그에 “지난주 일요일부터 진행된 믿을 수 없는 일들이 1차전을 마감했다”며 “장례가 치러지는 4일간 너무나 많은 분이 애도해주셨고 아무 연고 없이 오셔서 위로해주시고 힘을 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손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11시께부터 이튿날 새벽 2시까지 반포한강공원에서 친구와 술을 마시고 잠든 뒤 실종됐다. 

이후 손씨 아버지는 아들의 행방을 애타게 찾아다녔다. 인근 아파트 단지에 1000여장의 전단지를 배포하고 아들이 사라진 한강공원 곳곳에 현수막도 걸었다. 또 자신의 블로그에도 글을 올리는 등 행방이 묘연한 아들 찾기에 온 힘을 쏟았다. 

아버지 손씨는 당시 블로그에 “우리 부부에겐 99년생인 아들이 하나 있다. 정말 정성을 다했고 자랑스러운 아들이 있어서 좋았다”며 “사춘기도 없었고 어릴 때부터 같이 놀아서 저랑도 친하다”며 아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이러한 아버지의 필사적 노력을 본 누리꾼들도 손씨의 무사귀환을 기도했지만, 결국 손씨는 실종 장소인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같은 달 30일 오후 3시50분께 숨진 채 발견돼 국민들의 안타까움을 불러일으켰다. 

손씨 사건을 두고 현재 온·오프라인에서는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각종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 속 사고냐 아니냐를 두고 말들이 오가고 있는 것.

특히 온라인 상에서는 대학생 손씨의 죽음이 단순 사고가 아닌 사건으로 보인다며 진상을 규명해달라는 목소리가 확산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3일 올라온 이 청원은 등록 하루만에 동의 20만명을 넘기며 정부의 공식 답변 요건을 충족한 상태다. 해당 청원은 현재 관리자가 검토 중으로, 정식 공개 처리가 되지 않았다. 

손씨의 아버지는 “경찰 수사를 미흡하지 않게 해달라”는 취지의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하기도 했다. 

<사진=평창군청>

# ‘가정의 달’ 5월, 가족의 소중함 되새기기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날 등 유난히 가정과 관련된 행사가 많아 ‘가정의 달’이라고 불린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 공동체의 근간인 가정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물론 끈끈한 가족애를 자랑하면서 화목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경우도 많지만, 부모의 폭력·성폭력 등 학대로 숨지거나 다치는 아이들과 반대로 자식의 부모 학대 등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족이라는 끈으로 묶인 공동체는 편하게 생각하면 한없이 편한 존재. 그래서 허물이 없고 타인보다 더 가깝기 때문에 기본적인 예의나 선을 지키지 못할 때도 많다.

또한 남들은 수용할 수 없는 과도한 요구를 가족에게 당연하게 하는 사람들도 허다하고, 범죄 대상을 가족으로 삼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점은 불행한 이면이 아닐 수 없다.  

최근에는 핵가족화를 넘어 1인 가정이 크게 증가하면서 가족의 의미와 소중함을 많은 이들이 더욱 잊고 지낸다. 경제활동으로 인한 바쁜 일상, 밀려오는 피곤함에 가족에게 소홀해지게 되고 어쩌다 시간이 나면 친구들과의 만남으로 가족은 또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왕래가 자연스럽게 줄어든 점도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망각하게 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자신의 곁을 묵묵히 지키며 서있을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기도 모자란 그런 제한적인 시간 안에 다투고 상처를 입히고 서로에게 소홀히하는 모습은 절실한 반성이 필요한 대목. 

가정은 우리가 살아가는 가장 작은 사회다. 가정이 건강해야 그 가정이 속한 사회도 건강할 수 있고, 나아가 나라도 건강해진다. 

가정의 화목과 평화는 소통이 출발점. 지금 당장 진심을 담은 한마디로 가족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그 소중함을 되새겨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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