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김소영 기자] 지난달 경기도 평택항 부두에서 화물 컨테이너 적재 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일용직 20대 노동자가 사망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23세 청년 고(故) 이선호씨는 300kg에 달하는 컨테이너에 깔려 머리를 크게 다치는 사고를 당해 끝내 사망했다. 특히 당시 작업 현장에는 안전관리자가 없었으며, 사고 후 사측의 대처도 늦어진 것으로 알려져 더욱 공분을 사고 있다. 

유족 측은 이번 사고를 전형적인 산업재해로 보고 있다. 이에 시민단체도 힘을 보태고 있는 상황. 이들은 사고에 대한 조속한 진상 규명과 함께 진심어린 사과, 그리고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故 이선호씨는 지난 4월22일 평택항 부두에서 개방형 컨테이너 내부 뒷정리를 하던 중 300kg 가량의 지지대가 무너지면서 그 아래에 깔리는 사고를 당해 숨졌다. <사진=KBS 뉴스 캡쳐> 

◆평택항서 23세 청년 노동자 사망..안전관리자 없었다

유족과 민주노총 평택안성지부, 경기도공동행동 등으로 구성된 ‘고 이선호군 산재사망하고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지난 6일 오전 평택항 신컨테이너터미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대책위는 “산재사망하고가 발생한 지 보름이 지나도록 사고에 대한 조사가 진상규명은 유족이 만족할 만큼 이뤄지지 않았다”며 “원청에 책임을 묻고 해양수산청, 관세청 등 유관기관에도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2일 평택항 부두에서 개방형 컨테이너 내부 뒷정리를 하던 이씨는 300kg 가량의 지지대가 무너지면서 그 아래에 깔리는 사고를 당해 숨졌다. 

이씨는 하청에 또 하청을 받은 재하청 업체의 일용직 노동자로, 아버지의 일터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갔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일정 규모 이상의 컨테이너 작업을 할 때에는 안전관리자와 수신호 담당자 등이 배치돼야 한다. 하지만 사고 당시 현장에 안전관리자 등은 없었고, 이씨는 안전 장비도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에는 외국인 노동자 1명이 전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이씨는 동식물 검역 업무를 맡았다. 그러나 3월1일부로 검역 별로 분리해 투입되던 인력이 통폐합됐고, 이 때문에 이씨는 다른 작업도 함께 맡게 됐다. 

이씨가 사고 당일 했던 컨테이너(FRC) 날개 해체 작업은 이날 처음 맡은 일로, 유족 측은 “해당 작업에 처음 투입됐는데 회사가 사전 안전 교육과 신호수 배치를 하지 않았다. 안전 장비도 지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FRC 날개 무게가 300kg인데 고장 나지 않는 이상 간접적인 충격이나 진동에 의해 쓰러지지 않는다”며 컨테이너 구조물의 불량 의혹도 제기했다. 

또한 이씨 사고 발생 직후 회사 측이 윗선에 내부 보고를 하느라 119 신고가 늦어졌다는 의혹도 나왔다. 

그러나 원청 측은 사망한 이씨에게 컨테이너 뒷정리 작업을 지시한 적 없고 주장하며, 안전모 등 안전 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이씨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상황. 

대책위는 “고 김용균씨와 같은 꽃다운 젊은 죽음뿐만 아니라 해마다 2000명 이상, 하루 평균 7명이 노동현장에서 산업재해로 희생당하고 있다”며 “기업은 비용 절감 차원에서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인력을 감원해 위험한 일은 비정규직에게 떠맡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사고에 대해 부두 운영사는 ‘해당 업무를 지시한 적 없다’며 발뺌만 하고 있다”면서 “사고 조사가 더뎌져 2주가 지나도록 장례도 못치르고 있다”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반드시 진상을 밝혀 책임 있는 사람들이 처벌받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경찰은 이씨 사망사고와 관련해 이씨가 해당 작업에 투입된 경위와 안전 수칙 준수 여부 및 사전 교육 여부 등을 수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다시 불 지핀 ‘죽지 않고 일할 권리’..기업의 책임·노력 절실

이번 사고와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산재 보상제도를 촉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300kg 컨테이너에 깔려 돌아가신 이선호군의 안타까운 죽음’이라는 제목의 청원에서 “지금 이 시간 많은 청년들 또는 중장년들이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다가 사망하고 있다”며 “우리는 현장에서 장비에 대한 관리 소홀,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산재로 인한 사망에 대한 당연한 보상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대학등록금을 스스로 마련해보고자 일하다가 23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컨테이너에 깔려 돌아가신 고 이선호군의 안타까운 죽음을 더욱 알리며, 우리는 산재에 대해 돌아보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숨진 이씨의 누나라고 밝힌 한 누리꾼의 글도 온라인 상에서 확산되고 있다.  

이씨의 누나로 추정되는 누리꾼 A씨는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22일 오전까지만해도 조카들 보고싶다고 영상통화하고 나는 아이들을 케어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나중에 통화하자고 끊은게 마지막 통화가 될 줄 몰랐다”고 적었다.  

A씨는 “부모님 손 안벌릴려고 알바 했었던 것”이라며 “알바하면서 그 날도 시험공부한다고 노트북이며 책 다 챙겨가서 공부했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 회사에선 책임자가 계속 지시한 적 없다고 발뺌하고 있으며 안전모 안 쓴 우리 동생을 탓하고 있다”며 “동생 악소리도 못내고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왜 자꾸 발뺌하고 진심어린 사과를 하지 않는 건지 모르겠다”며 울분을 토했다. 

산업현장에서 노동자가 다치거나 사망하는 산재사고가 끊이지 않자 이 같은 중대재해 발생 예방을 위해 원청업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 많은 법안들이 제정 및 개정돼 왔다. 

실제로 홀로 일하다 숨진 태안화력발전소의 故 김용균씨와 구의역 스크린 도어 수리작업 중 사망한 19세 김군의 안타까운 죽음을 우리는 이미 겪어 왔다.

그리고 이들의 고귀한 희생은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일할 권리, 비정규직 문제의 사회적·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 내면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의 계기가 됐다. 

그럼에도 기업들의 안전불감증과 위험의 외주화는 고쳐지지 않고, 이로 인한 크고작은 사고들은 여전히 잇따르고 있는 상황.

끊임없는 지적에도 계속되는 참사의 공식에 국민들이 큰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젊은 청년들의 안타까운 희생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기업들의 책임과 노력이 더욱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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