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60대 협력업체 노동자 쓰러진 채 발견 후 끝내 사망..일각서 과로사 가능성 제기
회사 측 “사인 심근경색, 무리한 연장근로 無”..노조 “이유 불문하고 현대중공업은 살인기업”
잇단 재해 근본 원인, 다단계 하청구조·불공정 하도급 지적..11월 임기 만료 앞두고 위기감 ↑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올해 11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잇단 산업재해 사망사고로 재판에 넘겨진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검찰이 공소를 유지해 유죄 입증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가운데 사업장 내에서 또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가 숨져 책임론이 점점 더 확산되는 까닭.

추락, 부딪힘, 질식 등 다양한 사고로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자 현대중공업 내부에서도 ‘살인공장’이라는 쓴소리가 쏟아져 나오는 실정. 

하도급 업체에 대한 도 넘은 불공정 행위, 그리고 위험의 외주화로 인해 현대중공업에서 안타까운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상황 속 안전관리를 미흡하게 한 책임자 일벌백계로 산업계에 경각심을 심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 <사진=뉴시스>

◆또 쓰러진 협력업체 노동자..노조 “배 만드는 공장 아닌 살인공장”

24일 현대중공업 및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3시40분께 현대중공업 해양H도크 펌프실에서 60대 협력업체 노동자 A씨가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A씨는 현대중공업 계열사인 현대중공업모스의 협력업체 소속으로 알려졌다. 사고 발생 당일 동료 작업자에 의해 발견된 A씨는 해양H도크 펌프실 지하 1층과 지하 2층 사이 계단참에 쓰러져 있었다. 

당시 현장에는 별다른 사고 흔적이 없었으며, A씨의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과로사 가능성을 들고 나왔다. 고인이 최근 쉬는 날 없이 일했다는 유족 측의 주장이 제기된 것. 

또한 다단계 하청구조가 재해 발생의 근본 원인이라는 시각도 있다. 현대중공업은 2016년 계열사 현대중공업모스를 세워 크레인 운영 업무를 맡겼는데 이후 안전사고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 이달 1일 현대중공업모스에서 추락 사고가 발생했고, 하청노동자인 B씨는 머리를 심하게 다쳐 의식이 없는 상태다. 올해 들어서만 현대중공업 계열사와 하청업체에서 4명이 사망하고 B씨를 포함해 3명이 중상을 입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다단계 하청 구조와 불공정한 하도급이 재해 발생 지속 원인이라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내부에서는 사망사고와 관련 회사를 향한 볼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 노조원은 “지병이든 사고든 뭐가 중요한가. 어찌됐든 노동자가 회사에 출근해서 사망한 것”이라고 사측의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또 다른 노조원들도 “입사 전 신체검사를 받고 채용에 문제없으니 입사했을 것이다. 이유 불문하고 현대중공업은 ‘살인기업’”, “배 만드는 공장이 아니라 ‘살인공장’”이라고 회사를 규탄했다. 

이와 관련,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공공뉴스>에 “병원에서 (노동자 A씨의) 사인을 심근경색이라고 밝혔다”며 “내부적으로 확인한 결과 무리한 연장근로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안전관리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동자 사망사고 관련 현대중공업 노조 게시판에 올라온 노조원 비판글. <사진=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안전 대책 실효성 의문..‘공염불’ 된 한영석의 약속

앞서 고용노동부는 5월 중 현대중공업을 대상으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 바 있다. 올해 2월에 이어 5월에도 중대재해가 지속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이 무색하게도 지난달 13일 현대중공업에서 노동자 1명이 또다시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고, 한 달여 뒤인 이달에도 ‘죽음의 행렬’은 계속됐다. 

이처럼 계속되는 사망사고는 현대중공업이 내놓은 안전관리 대책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

지난해 6월 안전관리 종합대책에 이어 올해 6월 추가 대책까지 마련했지만, 사실상 ‘빚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최근 긴 여름휴가를 끝낸 현대중공업은 17일 ‘노사 공동 안전 결의대회’를 갖고 안전한 일터 만들기에 함께 노력하기로 했지만, 사업장 내 노동자 사망은 피할 수 없었다.

휴가 직후 집중력이 떨어져 안전사고 위험이 높다고 판단, 임직원의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 번 일깨우고 안전의식을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 진행된 결의대회에서 한영석 사장은 “안전한 현장을 만드는 것이야 말로 회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며 “안전한 일터 조성에 노사가 협력해 세계 일류 안전기업을 이뤄내자“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 사장의 안전 강화 약속은 이번에도 역시 공염불이 됐다.

<사진=현대중공업>

◆산재 재판에 국감까지..임기 만료 앞두고 ‘유종의 미’ 글쎄

한편, 오는 11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한 사장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임기 끝자락에 덮친 산재 관련 재판과 다가오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석에 오를 가능성도 농후하기 때문. 

2019년부터 이듬해 7월까지 4차례 노동부 특별점검 결과 적발된 현대중공업 각 사업부의 안전 조치 미비 사항은 635건에 달한다. 이에 따라 검찰은 회사와 대표이사 등 모두 1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사업장 내에서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발생한 연이은 산재 사망사고 5건과 관련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및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한 사장이 연루된 이 재판은 내달 27일 시작된다. 이번 재판에서 검찰은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 

검찰이 책임자들의 유죄를 받아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가운데 계속된 노동자 사망사고로 한 사장의 위기감도 커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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