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위·환노위·국토위 등 기업 CEO·임원 증인 채택..비판 재연 우려
20대 국회 4차례 국감 살펴보니..임원급 이상 기업인 전체 32.6%
국감 폐해 제도개선 한 목소리 “상시 국감·전문성 갖춘 인재 발굴해야”
정의당 장혜영 의원 “증인 채택은 권리, 제대로 활용하는 게 국회 의무"

[공공뉴스=강현우 기자] 2021년 10월1일, 제21대 국회의 두 번째 국정감사가 막이 올랐다. 주요 상임위원회에서는 오는 21일까지 3주간 진행되고, 겸임 상임위인 운영위원회와 여성가족위원회 국감은 25~27일 사흘 간 열리는 일정이다. 국정감사는 국회의원이 행정부를 필두로 국가기관의 감사와 감찰을 진행하는 것을 뜻한다. 특히 우리 사회를 둘러싼 문제에 대해 비판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공개 청문회 성격이 강하다. 지난 1689년 영국에서 처음 시작된 국정감사는 그 역사도 깊다. 우리나라의 경우 1948년 국정감사의 첫 포문을 열었다. 제4공화국 당시 관계기관의 사무진행 저해를 이유로 삭제, 제6공화국 헌법에서 국정감사권으로 부활된 바 있다. 올해로 73년째를 맞은 이번 국감은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정감사이자, 내년 대선 정국 한 가운데서 치러지는 국감이라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공공뉴스DB>
<사진=공공뉴스DB>

국정감사의 증인 채택은 매년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왔다. 특히 정치권의 기업인 소환이 갈수록 늘고 있는 가운데 재계 총수들의 건전한 견제와 감찰보다는 무조건적 줄소환을 통한 ‘호통감사’라는 오명을 쓴 지 이미 오래.

현실적인 정책 문제 접근보다는 기업인을 상대로 전문성이 결여된 수준 이하 질문, 허술한 자료 준비 등을 통한 불필요한 군기잡기는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맹탕 국감’이라는 비난을 자초해왔다.

이 같은 분위기는 올해도 여전히 예고되고 있다. 관행적인 보여주기식 국감에서 탈피해 현안을 충실히 짚고 민생을 챙기는 정책 국감에 대한 국민 갈망이 커지는 가운데 소위 ‘제대로 때리고 제대로 맞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 CEO 증인 대거 채택..구태의 재발 우려

1일 국회와 업계 등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공정거래위원회를 대상으로 국감을 실시하는 국감에 기업 CEO들을 국감 증인으로 대거 채택했다.

또한 환경노동위원회도 주요 10대 그룹 총수 가운데 과반이 넘는 6명을 국감 증인 명단에 올리며 전체 20개 상임위원회 중 가장 많은 총수를 불러들였으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등도 기업 CEO들을 소환해 주요 사안들에 대해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형적인 기업인 망신주기 국감이라는 구태의 재발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는 이유다.

앞서 지난 20대 국감도 맹탕 국감이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했다. 입법 빅데이터 분석 기업 폴메트릭스가 지난 20대 국회에서 실시된 4차례 국감에서 채택된 일반 증인·참고인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국회 국감에 소환된 전체 증인·참고인 규모는 총 1673명이다.

이 가운데 기업 대표이사와 사장, 전무 등 임원급 이상 기업인은 546명으로 전체 32.6%를 차지했으며, 주요 기업의 소속 증인·참고인을 살펴보면 삼성과 현대자동차그룹 소속 임직원이 각각 22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밖에 LG와 롯데, SK, KT, 네이버 카카오, 현대중공업 순으로 조사됐다.

또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해 10월27일 21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 논평을 내고 ‘정책은 실종되고 정쟁만 남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임기 첫 국감인 만큼 의원별로 의욕 넘치는 모습을 보였지만 잇따라 드러난 실망스러운 결과와 함께 국감 내내 알맹이 없는 질의만 있고, 심도 있는 질의와 이에 맞는 정책 대안 제시는 없었기 때문.

실제로 지난해 국감에서 위원장과 간사는 반말, 욕설을 내뱉으며 몸싸움 직전까지 갔으며, 일부 의원은 국감 중 휴대전화 게임을 하는 추태를 보였다. 이밖에 유명인을 국감 참고인으로 소환해 인기인의 유명세에 편승, 여론을 선동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국감 폐해..제도 개선 필수 한목소리

시민단체 등은 해마다 되풀이된 국감 폐해를 위해 제도 개선이 필수라는 지적이다.

경실련 관계자는 “국감이 심도 있는 질의와 정책 대안을 만드는 장으로 변모되지 않는다면 매년 최악의 국감이라는 오명을 벗기 힘들며, 국민에게 희망과 비전을 제시할 수 없다”면서 “불명예스러운 수식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상시 국감 도입, 증인 불출석·위증에 대한 처벌 강화 등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각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전문성을 높여 실속있는 정책 국감을 진행해야 한다”며 “각 정당도 공천단계에서부터 분야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발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은 <공공뉴스>와의 통화에서 “맹탕 국감 지적은 보는 시각마다 다르다. 기업이 경제 활동 과정에서 잘못을 저지른 것이 있다면 국감에서 국민 앞에 소명을 해야 한다”며 “증인 채택은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이지만, 제대로 활용하는 것은 국회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도 많은 경제인들이 참석하기 때문에 결과가 어떻게 될 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장 의원실은 “올해는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감으로 그간 정부가 불평등 해소, 개혁 등을 이야기 해왔다. 이번 국감에서 이러한 내용들을 중점으로 짚어나갈 계획”이라며 “이밖에 국민들의 가계부채, 기후 위기 등 이슈에 대해서도 빠짐없이 다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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