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경제활동인구 2852만명..35% 가량이 노동법 보호 못 받아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수 356만명, 단시간 노동자 수 156만명 등
953만 근로자, 연차 유급 휴가·유급 휴일·산재보험 등 적용 못 받아

[공공뉴스=정혜경 기자]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지난 16일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노동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시민이 1000만명 가까이 된다”고 밝혔다. 

통계청의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대한민국 인구 수는 5182만명 가량이다. 이 중 15세 이상의 ‘생산활동가능인구’수는 4514만 8천명이고, 그중 재화나 용역을 생산하기 위해 노동을 제공할 의사·능력이 있는 ‘경제활동인구’는 2852만 8천명이다. 심 후보의 주장대로라면 경제활동인구의 35%가량이 노동법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과연 이 발언은 사실일까?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11월 22일 국회에서 '양당체제 종식 공동선언 제안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동취재사진>

◆ 노동법이란 무엇이며, 그 보호를 받지 못하는 직종은?

우선 ‘노동법’이란 무엇인가 짚어보고자 한다. 법제처의 정의에 따르면 노동법이란 ‘근로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고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실질적 평등을 도모하기 위해 취업과 근로조건 및 노사관계를 규율하는 법규범의 총칭’이다. 

대한민국에 단일 노동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임금채권 보장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용보험법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을 포괄해서 ‘노동법’이라고 칭한다. 

심 후보의 주장에 따르면 1000만명 가까이 되는 국민이 이와 같은 법규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5인 미만 사업장 ▲주 15시간 미만 단시간 노동자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등은 현행 노동법 규정 중 많은 부분에서 그 적용이 제외돼있다. 

공공뉴스 팩트체크 팀은 각 근로자의 수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해당 발언의 진위를 확인해 보았다.

한파 경보가 발효된 지난 1월, 서울 종로구 부암동 주택가에서 한 택배기사가 눈이 쌓인 골목길을 천천히 올라가고 있다. 택배기사는 대표적인 특수고용직 근로자다. <사진=뉴시스> 

◆ 노동법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직종의 수 : 최신 통계를 기준으로

고용노동부 노동시장조사과의 『전국, 산업별, 성별, 규모별 사업체수 및 종사자수(종사상지위별)』 통계 (2019년 12월 기준) <사진=KOSIS 통계청 누리집 화면>

고용노동부 노동시장조사과의 『전국, 산업별, 성별, 규모별 사업체수 및 종사자수(종사상지위별)』 통계에 따르면 2019년 12월 기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수는 총 3,564,610명이다.

해당 통계는 통계청의 『전국사업체조사:시도·산업·종사자규모별 사업체수, 종사자수』라는 전수 조사 통계를 가공한 데이터다. 전체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수에서 1인 자영업주 사업체와 가족 사업체, 공무원 재직 기관 근무자 등을 제외한 수치다.

주 15시간 미만 단시간 노동자의 수는 2021년 5월 기준 156만3천명이다. 지난 6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특수고용직 근로자의 수는 어떨까. 이를 공식적으로 파악한 자료는 드물다. 지난 2019년 3월 고용노동부와 한국노동연구원(KLI)이 공동 조사한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규모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으로 특고 노동자 수는 220만9,343명으로 집계됐다.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규모 추정’ 보고서 일부. <사진=KLI 고용노동브리프 제88호>

마지막으로 플랫폼 노동자의 수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올해 11월 18일 발표한 ‘2021년 플랫폼 종사자 규모와 근무 실태’에 따르면 지난 3개월 동안 온라인 플랫폼의 중개·알선을 통해 수입을 얻은 적 있다고 응답한 이들은 약 220만명이었다.

위 조사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수는 356만여 명 ▲주 15시간 미만 단시간 노동자 수는 156만3천명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220만9,343명 ▲플랫폼 노동자 220만명이다.
 
총합계는 953만명가량이다. 이 중 특수고용직과 플랫폼 노동자의 수는 조사 방식에 따라 일부 중복될 가능성이 있다. 더불어 ‘노동법’의 기준, ‘보호받는다’는 표현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관련된 수치는 달라질 수 있다. 

지난 11월 10일, 라이더유니온과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인근 도로에서 안전운임제 도입과 라이더보호법 제정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현재 배달업계에는 배달료에 대한 적정한 기준과 요금체계가 없는 실정이다.<사진=뉴시스>
지난 11월 10일, 라이더유니온과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인근 도로에서 안전운임제 도입과 라이더보호법 제정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현재 배달업계에는 배달료에 대한 적정한 기준과 요금체계가 없는 실정이다.<사진=뉴시스>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현실은..

심상정 의원실에 해당 사실을 문의했다. 정책팀의 추산으로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수는 350만명 ▲주 15시간 미만 단시간 노동자 수는 160만명 ▲특수고용직 165만명 ▲프리랜서 400만명 ▲플랫폼 노동자 220만명 등으로 집계됐다. 심 의원실 담당자는 '일부 수치의 경우 중복되어 집계될 수 있다'고 밝혔다. 

수치엔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지언정, 그 규모는 여전히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이 엄청난 수의 노동자들은 과연 어떤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을까?

근로기준법 규정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정당한 이유 없이도 근로자를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다. 또한 근로시간(주 52시간제 등)도 적용받지 않으며, 연장근로시간 제한도 받지 않는다. 연장·야간·휴일 근로 시 가산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됨은 물론이다. 연차 유급 휴가도 부여하지 않아도 되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유급 휴일(관공서 공휴일)도 부여하지 않아도 된다. 야근을 하거나 주말에 일해도 가산수당을 받지 못하는 등 많은 부분에서 법 적용을 제외받는다.

‘주 15시간 미만 단시간 노동자’란 근로기준법상 ‘4주 동안(4주 미만으로 근로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을 평균하여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를 의미한다. 이들은 근로기준법 55조 휴일규정을 적용받지 못한다. 따라서 1월 1일과 같은 휴일에 일하더라도 휴일근로가산수당을 받을 수 없다.

특수고용직이란 고용 근로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용역·도급·위탁 등의 계약 형태로 노무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다. 이들은 고용원 없이 종속적인 위치에서 자신이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생활하는 사람들이므로 임금노동자의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계약 형식적인 측면에서 보면 고용계약이 아닌 위·수탁 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에 임금노동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

보험설계사, 학습지 방문강사, 교육교구 방문강사, 택배기사, 대출모집인, 신용카드회원 모집인, 방문판매원, 대여제품 방문점검원, 가전제품 배송설치기사, 방과후학교 강사(초·중등학교), 건설기계조종사, 화물차주 등의 12개 업종이 대상이다.  

현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하면 일부 특수고용직에 대해서도 산재보험이 적용된다. 하지만 제한 없이 적용제외 신청이 가능해서 임의 가입 형태로 볼 수 있다. 또한 '주로 하나의 사업에 그 운영에 필요한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할 것', '노무를 제공할 때 타인을 사용하지 아니할 것' 등의 전속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제한 없이 적용제외 신청이 가능한 특성으로 인해 그간 특수고용직의 산재보험 가입률은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고용보험법 등 개정안’ 덕분에 올해 7월 1일부터 질병·육아휴직 등 법률에서 정한 사유로 실제 일하지 않는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에만 산재보험 적용제외가 가능해졌다.

플랫폼 노동자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 온라인 플랫폼의 중개·알선을 통해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다. 배달·배송·운전, 음식조리·접객·판매, 통·번역 등 전문서비스, 사무보조·경비 등의 직종이 전체 플랫폼 노동자의 72%를 차지한다.

이들은 특정 사용자와의 근로계약 없이, 특정 근무 시간·근무 장소에 매이지 않는다. 여러 플랫폼에서 일감을 얻어 건별로 일을 처리하고 수수료를 받는 식으로 일한다. 우리가 흔히 ‘라이더’라고 부르는 배달 직종 근로자들이 대표적이다. 

라이더들은 통상적으로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로 분류된다. 식당 주인의 직접 지시와 통제를 받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플랫폼 기업으로부터 수락률·평점 등을 통해 평가받고, 이에 따라 일감 배분에서 불이익을 받기도 한다. 

지난 4월, 배달전문 플랫폼의 일감 배분 시스템이 이슈가 됐다. 해당 플랫폼은 근무평점에 따라 배달기사들에게 등급을 매긴 뒤 1등급부터 차례로 일감을 배분한다. 2등급으로 떨어지면 일감을 잡기가 어려워 월수입이 크게 줄어들기에 라이더들은 화장실도 마음대로 다녀올 수 없다.  

이처럼 열악한 근무환경이 플랫폼 노동자를 옥죄지만, 노동법과 사회보장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다수의 플랫폼 노동자들은 법적으로 보호받기 힘들다.

지난 9월 6일,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국회 소통관에서 '신노동법'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동취재사진>

심상정 후보가 “지금은 노동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시민이 1000만명 가까이 된다”라는 발언을 한 취지는 이 같은 현실에 발맞춰 법을 바꿔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 9월, 심 후보는 대선 1호 공약으로 “일하는 시민 모두를 위해 근로기준법을 폐지하고 ‘일하는 시민의 기본법’(신노동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평등수당, 주 16시간 이상 최소노동시간보장제, 전 국민 일자리보장제, 평생학습 자기개발계좌제 등도 함께 공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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