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울리는 고용한파..상반기 대기업 채용문 ‘바늘구멍’

전경련, 500대기업 대상 조사.. 54.8% 채용 계획 없거나 계획 수립 못해 글로벌 경기침체 지속, 경영 불확실성 확대..“정부 규제 완화 등으로 도움“

2023-03-07     정진영 기자

[공공뉴스=정진영 기자]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 우려와 경영 불확실성이 짙어지는 가운데 올해 상반기 대기업 채용시장은 암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대기업 절반 이상이 상반기 신규채용이 없거나 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것.

<사진=뉴시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3년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의 절반 이상(54.8%)은 올해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고 7일 밝혔다. 

이 중 신규채용 계획 미수립 기업은 39.7%, 신규채용이 없는 기업은 15.1%였다.

올해 상반기 채용을 하지 않겠다는 기업 비중(15.1%)은 전년 동기(7.9%) 대비 1.9배 늘어난 수준.

이에 대해 전경련은 “고물가·고금리 기조 지속, 공급망 불안 등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경기침체 장기화 조짐이 보이면서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신규채용 규모 축소 또는 채용 중단 등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올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한 기업 비중은 45.2%였다. 이 중 채용 규모가 지난해와 비슷한 기업은 50.8%, 지난해보다 채용을 줄이겠다는 기업과 늘리겠다는 기업은 각각 24.6%로 나타났다.

2022년 조사와 비교하면 전년대비 채용을 줄이겠다는 기업 비중은 24.6%로, 지난해 4.3%보다 20.3%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채용을 늘리겠다는 기업 비중은 16.8%포인트 감소한 24.6%였다. 

기업들은 신규채용을 하지 않거나 채용 규모를 늘리지 않겠다고 한 이유에 대해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 공급망 불안 등으로 인해 국내외 경기 상황이 좋지 않아서(29.0%) ▲회사 내부상황(구조조정, 긴축경영 등)이 어려워서(29.0%)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내부 인력 수요 없음(19.4%) ▲원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증가 등에 대비한 비용 절막 차원(16.1%) ▲고용경직성으로 인해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한 탄력적인 인력 구조조정이 어려움(14.5%) ▲필요한 직무능력을 갖춘 인재 확보가 어려움(14.5%)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신규채용을 늘리겠다고 응답한 기업들은 그 이유로 ▲경기 상황에 관계없이 미래의 인재 확보 차원에서(42.9%) ▲회사가 속한 업종 경기가 좋거나 좋아질 전망(35.7%) ▲신산업 또는 새로운 직군에 대한 인력 수요 증가(28.6%) ▲대기업이 신규채용을 늘려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14.3%) 등을 꼽았다.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들은 상반기 채용시장 변화 전망에 대해 ▲수시채용 확대(31.1%)를 가장 많이 꼽았다.

다음으로 ▲경력직 채용 강화(28.3%) ▲ESG 관련 인재채용 증가(11.9%)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 인재채용 증가(10.7%) ▲인공지능(AI) 활용 신규채용 증가(9.0%) ▲언택트 채용 도입 증가(4.5%) ▲블라인드 채용 확산 등 공정성 강화(3.7%) 등 순으로 올해 상반기 채용시장 변화를 내다봤다.

이러한 전망을 반영하듯 기업들은 올해 상반기 중 수시채용을 활발히 진행할 예정이다.

응답 기업 10곳 중 6곳(57.1%)은 대졸 신규채용에서 수시채용 방식을 활용하겠다고 답했다. 수시채용만 진행하는 기업은 23.8%, 공개채용과 수시채용을 병행하겠다는 기업은 33.3%였다. 공개채용만 진행하는 기업은 42.9%로 조사됐다. 

아울러 공채 및 수시채용 병행 기업 10곳 중 7곳(71.4%)은 전체 채용계획 인원 중 50% 이상을 수시채용으로 뽑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대졸 신규채용 계획 인원 10명 중 7명(67.5%)은 ‘이공계열’ 졸업자가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61.0%)보다 6.5%포인트 늘어난 수준.

이밖에 ▲인문계열(32.1%) ▲예체능, 외국계열 등 기타 전공계열(0.4%) 등 순이었다.

전경련은 “기술융복합, 자동화 등 산업구조의 고도화 흐름 속에서 과학기술 인재에 대한 기업들의 수요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며 “산업현장 수요에 기반해 학과 정원규제 완화, 융·복합 교육과정 확대, R&D 지원 강화 등 적극적으로 과학기술 인력 육성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지난해 대졸 신규입사자 5명 중 1명(22.1%)은 경력을 가졌지만 ‘경력직’이 아닌 ‘신입직’으로 지원한 ‘중고신입’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비중을 보면 ▲10% 이상 20% 미만(23.0%) ▲20% 이상 30% 미만(21.4%) ▲1% 이상 10% 미만(16.7%) ▲0%(12.7%) ▲40% 이상 50% 미만(10.3%) ▲50% 이상(10.3%) ▲30% 이상 40% 미만(5.6%) 등 순으로 확인됐다. 

‘중고신입’의 평균 경력기간은 1.4년이었다. 세부적으로 ▲1년 이상 2년 미만(40.0%) ▲6개월 이상 1년 미만(37.3%) ▲2년 이상 3년 미만(17.3%) ▲3년 이상(2.7%) ▲6개월 미만(2.7%) 등이다. 

전경련은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기업들이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실무형 인재를 선호함에 따라 신입직 채용에서도 경력 있는 사람을 우대하는 분위기”라며 앞으로도 이 같은 경향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들은 대졸 신규채용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과제로 ▲노동, 산업 분야 등 기업규제 완화(30.1%)를 가장 많이 꼽았다.

또한 ▲고용증가 기업 인센티브 확대(21.7%) ▲신산업 성장 동력 분야 기업 지원(16.9%) ▲정규직·유노조 등에 편중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12.9%) ▲진로지도 강화, 취업정보 제공 등 미스매치 해소(10.4%) ▲4차 산업혁명 분야 직업훈련 지원 확대(6.4%) 등을 꼽았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고금리·고물가 기조 지속, 수출 둔화, 경기 침체 여파에 따른 실적 악화 등으로 기업들이 경영방침을 보수적으로 재정비하면서 채용시장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정부와 국회가 규제 완화, 조세 지원 확대 등으로 기업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주고 고용여력을 확충시킨다면 기업들이 일자리를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