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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속고발권 폐지 추진→국민 충족 역부족..소극적인 공정위 개혁의지도 ‘불명확’

[공공돋보기] 갑(甲) 횡포에 목소리 높이는 을(乙)

2017. 11. 17 by 황민우 기자

[공공뉴스=황민우 기자] 이른바 ‘갑(甲)의 횡포’를 제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사회적으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는 ‘을(乙)’이 갑에 직접 맞서 싸울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그동안 공정거래위원회만 행사할 수 있었던 유통3법(가맹법, 유통법, 대리점법)상 전속고발권에 대한 폐지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것.

이에 따라 앞으로 시민단체나 소비자 개인이 가맹·유통·대리점으로부터 억울한 일을 당했을 경우 이들의 갑질을 직접 검찰에 고발하거나 법원에 중지 명령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시민단체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공정위가 가맹본부나 대기업들의 불공정 행위를 제대로 고발하지 않고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문제는 10년 가까이 논의만 하고 있을 뿐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던 해묵은 숙제 중 하나.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 당시 공약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공정위가 1981년 출범 때부터 함께한 온 전속고발권을 절반 가량 폐지하기로 하면서 문 대통령의 공약은 절반 정도의 성공을 거둔 셈이 됐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뉴시스>

◆공정위, 가맹법·유통법·대리점법 전속고발권 폐지 추진

13일 공정위에 따르면, 전날 발표한 ‘법 집행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 중간보고서’에 가맹법·유통법·대리점법 등 ‘유통3법’에서 전속고발권을 폐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TF는 공정거래법 집행시스템의 혁신을 위해 외부전문가와 정부관계부처 등이 참여하는 기구로, 지난 8월 출범해 그동안 현행 공정거래 분야의 법 집행 시스템 개선안을 논의해 왔다.

TF는 전속고발권 존폐 등 공정위의 법집행과 관련된 11개 과제에 대한 토론을 진행해 논의가 시급한 5개 과제에 대한 논의를 먼저 마무리지었다.

일단 TF는 전속고발권이 존재하는 ▲공정거래법(71조) ▲하도급법(32조) ▲대규모유통업법(42조) ▲가맹사업법(44조) ▲대리점법(33조) ▲표시광고법(16조제3항) 등 6개 법률 중 공정거래법을 제외한 5개 법률의 존폐여부를 우선 논의했다.

TF는 또 공정거래법에 ‘사인(私人)의 금지 청구권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에도 합의했다. 이는 개인이나 기업이 거래 상대방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법원에 직접 ‘중지 명령’을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는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시정 명령을 공정위만 내릴 수 있다.

다만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의 전속고발제도는 좀 더 논의를 거친 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도급법의 경우 원사업자가 중소기업이 아닌 하도급 거래에 한해 전속고발권을 폐지하자는 ‘부분 폐지’ 방안과 ‘현행 전속고발권 유지’ 의견이 모두 나왔기 때문.

표시광고법은 음해성 고발이 남발할 우려가 있다는 점 때문에 존치와 폐지로 의견이 나뉘었다.

뿐만 공정거래법의 전속고발권 폐지 보류됐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정거래법은 상당 부분 경제분석을 해야 하는 조항들이 많다”면서 “법위반 행위를 처벌하는 게 아니라 경쟁을 제한하고 공정 거래를 제한하는 경제적인 폐해가 입증돼야 한다”면서 공정거래법은 내달 중 재논의를 거치기로 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과징금 부과수준은 기존 대비 2배 높였다. 담합행위의 과징금 부과율은 종전 10%에서 20%로, 시장지배적지위남용은 3%에서 6%, 불공정거래행위는 2%에서 4%로 높이는 데 의견을 모았다.

현재 하도급법·대리점법·가맹법 등에만 도입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공정거래법과 유통업법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신규 도입하고 하도급법·가맹법·대리점법상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데는 대부분 공감했다. 그러나 도입범위(어떤 위반행위에 도입할 것인지) 배상액(3배·10배)에서 의원들의 의견이 갈렸다.

공정위는 전속고발권 폐지 등을 포함해 TF에서 논의한 내용이 실제 법률 개정으로 이어지기까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고발권을 더욱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한편 고발지침도 개정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가 갑자기 전속고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면 우리 사회가 이 논란과 이견을 적극적으로 정리해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전속고발권에 대한 공정위의 적극성이 이 제도의 개선범위를 정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여연대 “공정위 개혁 의지 있지만 보다 혁신적 조치 필요”

한편, 시민단체는 공정위의 ‘법 집행체계 개선 TF’의 중간보고서 발표와 관련해 ‘징벌적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사인의 금지 청구제’ 도입 등과 관련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공정위의 개혁을 바란 국민의 눈높이를 충족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12일 논평을 통해 “(‘법 집행체계 개선TF’) 중간보고서를 보면 공정위가 현재 공정거래분야 감독과 관련해 지적돼 온 문제들의 근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동안 공정위에 대한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공정위의 권한 분산에 대해서는 개혁의지가 있는지도 불명확할 정도로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참여연대는 ‘전속고발권 폐지’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에서의 폐지에 대해서는 사안의 복잡성을 이유로 논의시기를 늦춰 아예 중간보고서에 담기지도 않았다”면서 “전속고발권 폐지에 소극적인 공정위가 자신들의 권한을 유지하기 위해 시간을 끈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특별법에 대한 내용도 문제삼았다. 가맹법 등 상대적으로 적용범위가 좁은 일부 법률에 대해서만 폐지로 의견이 모아졌고, 하도급법과 표시광고법 등 적용범위가 넓고, 활용도가 많은 특별법에 대한 전속고발권 폐지는 폐지하지 말자는 복수의 의견이 제시됐다는 것.

참여연대는 “전속고발권 폐지는 지난 대선 당시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자, 지난 국정과제에 포함된 내용”이라며 “이에 대해 적용범위가 좁은 3개의 법률에 대해서만 부분적으로 폐지하는 안을 제시한 것은 대통령 공약사항에 대한 실천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차제에 논의되는 공정거래법에 대해서는 전면폐지의 단일한 안을 국회에 제시해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이번에 제시된 중간보고서는 그동안 공정위의 개혁을 바란 국민의 눈높이를 충족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며 “이번 발표가 중간발표인 만큼 향후 논의에서는 보다 혁신적인 조치로 국민을 위한 공정위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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