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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인종주의적 혐오·차별 여전→‘똑같은 인격체’ 인식 정립으로 함께 사는 행복한 사회

[공공story]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야

2019. 06. 26 by 김승남 기자

[공공뉴스=김승남 기자] # 베트남 국적 어머니와 사는 다문화가정 학생 A양은 학교 가기가 무섭다. 한국어가 서툰 A양은 말을 알아듣기 힘들 뿐만 아니라 어눌한 발음 때문에 놀림을 당하게 될까봐 친구들에게 먼저 말을 걸지 않는다. 그러던 중 반 친구와 얘기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겼고 며칠이 지나자 필통이 없어지거나 의자를 없애는 등 은근한 따돌림이 시작됐다. 처음에는 부모에게 말하지 않고 버텼지만 괴롭힘의 강도가 점점 심해지자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털어놓게 됐다. 이후 A양은 같은 초등학교 친구들이 많이 진학하는 중학교를 피해 집에서 먼 중학교로 진학했고 그곳에서 또 한 명의 혼혈인을 만났다. 하지만 A양은 혼혈인에게도 등급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친구는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백인 혼혈아로, 친구들이 두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나도 극명하게 갈렸기 때문. 계속된 차별과 놀림을 받으며 어려운 학교생활을 하던 A양은 결국 등교를 거부했지만 선생님의 상담도, 또래 아이들의 위로도 없었다.

전국이주여성쉼터협의회와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 이주여성 관련 사회단체들이 지난 25일 익산시청 앞에서 다문화가족 자녀에 대한 모독 발언을 한 정헌율 익산시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국이주여성쉼터협의회와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 이주여성 관련 사회단체들이 지난 25일 익산시청 앞에서 다문화가족 자녀에 대한 모독 발언을 한 정헌율 익산시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주 초기 다문화가족이 처한 가장 큰 문제는 정착이었지만 최근 이들의 고민거리는 자녀 문제다. 예전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다문화가정의 자녀라는 이유로 혐오발언과 차별이 횡행하고 있기 때문.

이런 가운데 지난해 11월 또래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하고 아파트 옥상에서 추락해 숨진 중학생이 다문화가정 아이로 드러나면서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현대 사회의 세계화로 인해 다문화가정의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인데 아직까지 다문화가정이 경험하는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관심은 부족한 현실이다.

# 정헌율 익산시장, ‘잡종·튀기’ 다문화 비하발언 파문 확산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잡종’, ‘튀기’라고 표현해 공분을 사고 있는 정헌율 전북 익산시장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정 시장에 대한 비판의 글과 영상이 쏟아지고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다문화 인권을 지켜 달라’는 청원글까지 등장한 상황.

이에 정 시장은 “‘튀기’들이 예쁘고 똑똑한데 그 말을 쓸 수 없어 대신 표현한 말로 선의의 뜻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는 모양새다.

전국이주여성쉼터협의회와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등 6개 단체 회원 150여명은 지난 25일 익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 시장이 차별에 기반을 둔 다문화가족 자녀를 모독하는 발언을 했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정 시장의 발언은 용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인식의 문제”라며 “한국 사회에 사는 이주민 당사자들에게 제대로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북에서 두 번째로 많은 결혼 이민자가 생활하는 익산시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단순히 말실수로 취급되고 있다”며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혐오 발언임을 인식한다면 정 시장은 사과의 의미로 자진해서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시장은 기자 회견이 끝날 무렵 나타나 “죄송하다”며 “앞으로 익산시를 1등 다문화 도시로 만들어 그것으로 사죄하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회원들은 “정 시장의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기자회견 직후 정 시장의 소속 정당인 민주평화당 전북도당을 항의 방문했다.

앞서 정 시장은 지난달 11일 원광대에서 열린 ‘다문화가족을 위한 제14회 행복 나눔 운동’에서 “생물학적, 과학적으로 얘기한다면 잡종 강세라는 말도 있지 않느냐. 똑똑하고 예쁜 애들을 사회에서 잘못 지도하면 파리 폭동처럼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행사 현장에는 중국과 베트남 등 9개국 출신 다문화가족 60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발언으로 논란이 일자 정 시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튀기들이 얼굴도 예쁘고 똑똑하지만 ‘튀기’라는 말을 쓸 수 없어 한 말”이라면서 “‘당신들이 잡종이다’고 말한 게 아니라 행사에 참석한 다문화가족들을 띄워 주기 위해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잡종 강세’란 잡종이 내성이나 다산성 등에서 양친보다 우수한 성질을 갖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며 ‘튀기’는 혼혈인을 낮잡아 이르는 우리말 표현이다.

정 시장이 다문화가족 자녀를 가리켜 ‘튀기’라고 지칭하고 ‘잡종 강세’라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정 시장을 향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25일 브리핑 자료를 내 정 시장의 발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정 대변인은 “단순한 말실수로 치부하기에는 정 시장의 인식 수준이 매우 심각하다”며 “노골적인 혐오발언도 그렇거니와 다문화가족의 자녀들을 잠재적 위험요소로 간주해 지도·관리해야한다는 인식은 위험천만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계청과 여성가족부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2019년 기준 다문화 학생 수가 12만 2212명으로 6년간 매년 증가하고 있다”며 “(다문화 학생들은) 엄연한 대한민국의 아이들이다”고 부연했다.

이어 “정 시장이 모든 익산시민을 위한 시정을 펼치고자 한다면 당장 석고대죄하고 재발방지 대책 등을 내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바른미래당도 정 시장에 대한 공세를 펼쳤다. 바른미래당 다문화행복위원회 우태주 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문화 인식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각성을 촉구한다”며 “우리사회가 다문화가족들을 따뜻하게 감싸안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시장의 언행으로 사회적 공분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정 시장의 다문화가정 비하발언을 비판하는 ‘다문화 인권’이라는 제목의 청원글도 올라왔다.

결혼 13년차로 아이 셋을 둔 다문화여성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잡종’이라 말한 익산시장에게 화가 난다”고 분노했다.

그는 “한국생활 10여년 동안 아이들을 차별받지 않고 자존심 강하게 키우려고 애쓰고 있다. 저 또한 차별받지 않으려고 행동을 조심하고 있다”며 “그런데 시장이라는 사람이 찬물을 끼얹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청와대 청원까지 올리는 이유는 전북단체에 전화하면 이 일이 덮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라며 “정 시장은 말로만 다문화를 위한다고 하면서 행동으로는 보여주지 않고 우리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6월21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다문화과정 농촌정착지원과정 5기’ 현장교육에서 다문화가족 아이가 컵쌓기 가족게임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농협>

# 차별·학교폭력에 노출된 다문화 학생들

최근 한 조사에서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일반 학생들에 비해 우울, 불안, 사회적 위축 및 정체감 혼돈 등 심리 문제에서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다문화가족의 국내 정착이 활발해지면서 학령기에 접어드는 자녀가 늘고 있지만 이들이 차별에 노출되는 빈도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사회적인 이해와 관심, 그리고 적절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여가부가 발표한 ‘2018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다문화가구로 추정되는 가구 수는 총 30만6995가구로 파악됐다.

이중 혼인 귀화자를 포함한 결혼이민자 가구가 85.7%, 혼인 외 방법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한 기타귀화자가 14.3%였다.

거주 지역별로는 경기가 28.7%, 서울 20.4%, 인천 6.5%로 수도권 거주비율이 55.6%로 절반을 넘었다.

다문화가구의 평균 가구원 수는 2.92명, 평균 자녀수는 0.95명이었다. 가족 구성은 부부와 자녀로 이루어진 가족(34.0%)이 가장 많고 이어 부부가구(17.0%), 1인가구(14.4%), 확대가족(12.3%), 한부모가족(12.2%) 순이었다.

10년 이상을 한국에서 지낸 결혼이민자·귀화자 비율은 전체 60.6%로 2015년 조사 때(47.9%)보다 12.7%포인트 늘어났다. 반면 10년 미만 국내 거주자는 같은 기간 대비 2.8%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장기거주로 인해 한국 생활 적응력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결혼이민자·귀화자의 전반적인 가족 관계 수준은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배우자와의 관계에 대한 만족도는 4.31점(5점 척도)으로 2015년(3.98점)보다 높아졌다. 부부간 문화적 차이를 경험했다는 응답은 55.9%로 2015년(59.2%)보다 줄었다.

다만 한국 생활 적응도는 높아진 반면 사회적 관계의 어려움은 지속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생활에 어려움이 없다는 비율(29.9%)은 3년 전보다 4.2%포인트 증가했지만 외로움(24.1%)을 어려움으로 꼽는 비율도 5.6%포인트 증가해 이민·귀화자들이 사회관계망을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개인적인 문제에 대해 도움을 받거나 의논할 사람이 한국에 없다는 비율이 늘어났다. 몸이 아플 때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다는 비율은 38.5%였고 자녀교육 관련이나 집안의 어려움을 상담할 곳이 없다는 비율이 각각 33.9%, 32.7%에 달했다.

특히 다문화가족 자녀 중 학교 폭력을 경험하거나 차별을 경험한 비율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문화가정 자녀의 나이는 만 9세~11세가 45.8%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중학교 학령기인 만 12세~14세 24.1%, 고등학교 학령기인 만 15세~17세 16.4%, 만 18세 이상 13.8%였다.

이들이 지난 1년간 학교폭력을 경험한 비율은 8.2%로 2015년(5.0%)에 비해 3.2%포인트 증가했다. 학교폭력을 경험해도 특별한 조치 없이 그냥 참는다고 답한 비율은 48.6%였다.

지난 1년간 차별을 경험했다는 비율도 9.2%로 2015년(6.9%)에 비해 상승했다. 차별 가해자 중 64.0%는 친구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고민 상담 대상은 부모가 38.3%, 친구가 33.2%였는데 전체 청소년의 48.1%가 친구와 고민상담을 하는 것과 비교하면 다문화가족 자녀가 친구와 고민을 상담하는 비율은 낮았다.

이런 가운데 다문화가족의 자녀는 학교급이 높아질수록 취학률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의 학급별 취학률은 초등학교 98.1%, 중학교 92.8%, 고등학교 87.9%, 고등교육 49.6%였다.

이는 일반학생과 비교하면 중학교 취학률은 5.1%포인트, 고등학교 취학률은 4.5%포인트, 고등교육 취학률은 18.0%포인트 낮았다.

학업을 중단한 사유는 ‘그냥 다니기 싫어서’가 46.2%였고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주요 이유로는 63.6%가 학교공부가 어렵다고 답했다.

최윤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결혼이민자·귀화자는 한국어, 생활문화 등 초기 적응에는 안착했지만 정착단계로 접어들면서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발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가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다문화가족의 장기 정착 경향을 반영해 관련 정책을 전환하고 학령기로 접어든 다문화가족 청소년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주배경 아동‧청소년 지원 방안’을 마련‧시행할 계획이다.

진선미 여가부 장관은 “다문화가족의 자녀들이 청소년기에 접어드는 만큼 이주배경으로 인한 적응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학업과 진로, 가정과 지역사회의 성장 지원 강화 등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다문화 어울림 부모교실이 열린 지난 2016년 11월10일 서울 강서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어린이가 ‘엄마가 많이 하는 말’을 적고 있다. <사진=뉴시스>
다문화 어울림 부모교실이 열린 지난 2016년 11월10일 서울 강서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어린이가 ‘엄마가 많이 하는 말’을 적고 있다. <사진=뉴시스>

# “교육격차 해소하자”..다문화 학생 교육여건 개선 법안 발의

한편, 한국 거주 다문화 학생의 수는 12만명이 넘었으며 다문화가족도 해마다 급증하고 있어 한국 사회는 급격히 다문화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정부는 2006년부터 다문화 원년을 선언하고 다양한 다문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은 문화적·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겪고 있는 실정.

더욱이 다문화 학생은 경제적 취약성과 문화적 이질성으로 인해 학업성적이 부진하고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여러 가지 교육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8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인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다문화 학생의 교육여건을 개선하고 다문화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법안을 내놓기도 했다.

안 위원장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다문화 학생의 교육여건을 개선하고 다문화에 대한 의식이 함양될 수 있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실시하도록 하는 ‘교육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한 다문화 교육의 정책 수립 및 시행에 관한 기본사항을 규정하고 현행 지원 대책과 시스템을 체계화함으로써 다문화 학생의 학교 적응과 교육격차 해소, 교육의 질을 향상해 사회 통합에 이바지하려는 ‘다문화 교육 지원법안’도 발의했다.

안 위원장은 “다문화가족과 학생들은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자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소중한 이웃”이라며 “다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다문화축제 등 다문화행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다문화 학생들이 더는 상처받지 않고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문화가정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자녀들이 학교나 사회에서 겪는 문제들도 속출하고 있다.

특히 다문화가정 자녀의 학업 중단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그 이유로는 대부분 친구나 선생님과의 관계 문제, 어려운 가정형편, 난이도 높은 교육 등이 꼽힌다.

뿐만 아니라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학교 폭력을 경험하거나 차별을 받는 경우도 많다는 점도 문제다. 이는 다문화가정의 자녀가 학교에서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많이 경험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청소년기의 또래 집단은 유사성이 많을수록 집단 유대감이 높아지고 관계가 유지된다. 그러나 다문화가정의 자녀의 경우 다른 피부색과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어 집단 내에서 소외되거나 무시당할 가능성이 있고, 실제로도 곳곳에서 이 같은 장면이 종종 목격되곤 한다.

집단에 소속됨을 느끼고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받는 경험이 중요한 만큼 다문화가정의 청소년 자녀들이 겪는 집단 따돌림이나 소외감 문제는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아울러 모두 다 차별 없이 존중받고 사랑받아야 대상이라는 점을 다문화가정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상기시켜줘야 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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