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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명의 ,쉼표

El Condor Pasa, 콘돌을 던지다, 자유를 던지다

[이상명의 ,쉼표] 종교를 찾아 헤매다

2019. 07. 08 by 이상명 기자
사진=공공뉴스 DB
<사진=공공뉴스 DB>

[공공뉴스=이상명 기자] 무종교인 나도 종교에 기웃댄 적이 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직후였다. 세상 모든 것은 나밖에 믿을 게 없다고 자신하며 살아왔는데 사랑하는 엄마가 돌아가시고 어디 하나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한 내가 종교를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는 것.

아무리 전도해도 바늘구멍 하나 들어갈 것 같지 않았다는 지인은 “교회 한 번 가볼까”라는 내 말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전도가 성공했다는 기쁨보다는 상실의 슬픔으로 내가 잘못될까 봐 전전긍긍했다고.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고 아직은 충격으로 몸과 마음이 좋지 않은 듯하니 마음을 추스른 후 교회에 가보자고 했다. 교회는 어떤 동아줄이 존재한다는 기대를 하고 가서는 안 된다면서. 믿음이 충만할 때 다시 얘기해 달라고 했다.

그즈음 즉문즉설을 하는 한 스님에 대해 알게 됐다. 너무 괴로운 나머지 인터넷 검색창에 ‘엄마의 죽음을 떨치기 힘들다’라고 의미 없이 적었는데 그와 똑같은 제목으로 동영상이 떴다. 유언 한마디 없이 주무시다 돌아가신 엄마를 그리워하는 딸의 이야기였다. 번쩍. 내 머리에 번개가 스친 듯 ‘띵’ 큰 울림이 퍼졌다.

“세상 도움 안 되는 짓을 왜 하냐고! 그렇게 잠 안 자고 못 먹고 그러면 엄마가 살아 돌아오나? 그런 바보 같은 짓을 왜 하는데!”

울지도 말고 침울해하지도 말고 가장 밝은 목소리로 즐거운 듯, 행복한 듯 “엄마, 안녕!”을 외치라고 했다. 나도 따라 했다. “엄마, 이제는 안녕!” 목소리는 경쾌했지만 내 볼에는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동영상 속 그녀도 떨리는 음성으로 엄마, 안녕을 외쳤다.

그날 이후, 나는 절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던 엄마의 사망. 내가 어느덧 법당 맨 앞줄 한가운데에서 “엄마 좋은 곳으로 가셔서 더는 아프지 않으시길 바라요”를 외쳤다. 마음속 깊이.

오래전 El Condor Pasa(콘돌은 날아간다)라는 영화를 봤다. 무종교인 내가 종교를 찾아 헤맨 것과 달리 영화 속 주인공들은 독실한 종교인이지만 종교의 의미를 혼란스러워하는 이야기였다. 내가 제대로 해석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그 영화를 보면서 종교가 주는 인생이란 무엇일까, 종교란 정녕 인간을 해방시킬 창구인가. 종교의 존재란 무엇일까. 무척 궁금했다.

착하고 성실하며 너무나 예쁘게 살아가는 한 여자아이가 살해됐다. 성당에서 성경공부를 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다. 영화는 이렇게 시작한다. 아이를 예뻐하여 성경공부를 지도했던 신부님과 그 아이의 언니가 겪는 이야기다.

상식적으로 혹은 종교적으로 보아도 그 아이가 왜 살해되어야만 했었는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하느님은 왜 도와주지 않으셨을까. 신부님과 언니는 삶의 방향을 잃어버리고 만다. 마치 내가 엄마가 돌아가시고 사람은 왜 살아야 하며 어차피 끝은 죽는 것인데 무엇을 위해 열심히 사는 것인지 세상을 향해 울분을 토하던 것처럼.

착하고 성실하며 가족을 위해 모든 희생을 했던 나의 엄마는 왜 그리도 일찍 세상을 떴어야 했는지 나는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다. 인간의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워지자 나는 종교를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El Condor Pasa. 콘돌을 던지다. 콘돌은 남미어로 독수리다. 남미 지방에서 독수리는 자유를 뜻한다고 한다. 즉, ‘자유를 던지다’라는 의미다.

자신이 아끼던 여학생의 죽음으로 벗어나 자유롭고 싶었던 신부님과 어린 동생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었던 피해 학생의 언니. 그들의 금기된 행동. 아마도 죄책감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몸부림이 아니었을까.

절대, 종교는 나와 담쌓았다고 자부해 왔던 나도 종교를 기웃거렸다. 세상 믿을 것은 나밖에 없다고 자신해 오던 내가 엄마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을 종교로 찾아 헤매었다. 세상 그 무엇도 절대적인 것은 없다. 엄마를 위해 49재 불교 의식을 치렀다. 엄마를 위한 것이라지만 실은 나에 대한 위로였다.

“이제 그만 엄마를 놓아드려”

El Condor Pasa. 콘돌을 던지다. 자유를 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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