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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돋보기] ‘NO 재팬’ 배너기에 혼쭐난 서울 중구청

2019. 08. 06 by 김승남 기자

[공공뉴스=김승남 기자] 제74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서울 중구청이 일본제품 불매와 일본여행을 거부하는 ‘노(보이콧) 재팬-No(Boycott) Japan: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배너기를 설치했다가 철회해 시선이 쏠리고 있다.

앞서 중구청은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과 관련해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동 일대에 ‘노 재팬’ 깃발을 설치하고 일본의 부당함을 알리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일부 국민들은 우리나라를 찾은 일본인 관광객에게 과도한 불쾌감을 심어줄 수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 같은 국민들의 지적이 쏟아지면서 중구청은 결국 배너기를 내리기로 했다. 그러나 구청장이 일본과의 향후 관계에 대한 부작용은 생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망신살만 뻗친 형국이다.   

서울 중구청이 6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 제 74주년 광복절을 맞아 태극기와 함께 일본제품 불매와 일본여행 거부를 뜻하는 '노(보이콧) 재팬-No(Boycott) Japan' 배너기를 가로변에 설치하고 있다.
서울 중구청이 6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 제 74주년 광복절을 맞아 태극기와 함께 일본제품 불매와 일본여행 거부를 뜻하는 ‘노(보이콧) 재팬-No(Boycott) Japan’ 배너기를 가로변에 설치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중구청은 6일부터 퇴계로, 을지로, 태평로, 동호로, 청계천로, 세종대로, 삼일대로, 정동길 등 관내 22개로에 태극기와 ‘노 재팬’ 배너기 1100개를 가로등 현수기 걸이에 설치한다고 지난 5일 밝혔다. 

이는 일본의 우리나라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제외에 대한 항의의 의미이며 가로 60㎝, 세로 180㎝의 이 깃발에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사용된 ‘보이콧 재팬’ 이미지가 담겼다.

구는 이날 오후 722개를 먼저 설치한 뒤 나머지 분량도 가로등 상황에 맞춰 설치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또 중구청 잔디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가로등에도 모두 게시한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중구는 서울의 중심이자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오가는 지역으로 전 세계에 일본의 부당함과 함께 이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우리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데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지자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에 협력·동참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서울 한복판에 NO Japan 깃발을 설치하는 것을 중단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게재되는 등 일부 시민들은 볼멘 소리를 쏟아냈다.

일본 경제보복에 따른 불매운동 움직임이 국민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국가까지 나서서 한국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안 좋은 이미지를 굳이 심어줄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다.

청원인은 “저는 불매운동에 대해서 찬성한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국민들이 힘을 합쳐 일본 기업에 피해를 주고 그걸 바탕으로 일본에서 무역도발에 대한 자각과 반성이 일어나고, 그래야 일본과 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 중심에 ‘노 재팬’ 깃발이 걸리면,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 관광객들이 모두 불쾌해 할 것이라는 게 A씨의 주장. 

또한 A씨는 “일본과의 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일본의 무역도발에 찬성하는 일본 시민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청원인은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불매운동을 정부에서 조장하고 있다는 그림이 생길 것”이라며 “이는 향후 정부의 국제 여론전에도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일본과 관계를 끊으려는 것이 아니다. 서울 중심에 저런 행위를 하는 것을 정부에서 나서서 급히 중단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날 시작된 해당 청원글은 오후 3시30분 기준 1만6700명 이상의 동의를 얻고 있는 상황.

<사진=서양호 중구청장 페이스북 캡쳐>
<사진=서양호 중구청장 페이스북 캡쳐>

이처럼 비판 목소리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서 중구청장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왜 구청은 나서면 안 되냐. 왜 명동이면 안 되냐”며 “일에는 다 때가 있는 법”이라고 맞섰다.

그는 “지금은 대통령조차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고 국회에서는 지소미아 파기가 거론되고 있다”며 “이런 판국에 캠페인과 운동에 정치인과 지방정부는 빠져야 하고 순수한 민간만 필요하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전쟁 중에는 관군, 의병이 다름을 강조하기 보다 우선 전쟁을 이기는 데 집중해야 한다”면서 “이미 전쟁이 시작됐는데 관군과 의병을 가르는 것은 지나친 형식 논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금은 모든 국민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서 대통령과 정부가 향후에 있을 협상과 외교에서 쓸 수 있는 카드를 여러 장 만드는 것이 필요한 시기”라며 “그때까지 중구의 현수기는 대장기를 지키며 국민과 함께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해당 글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은 분위기. 여론의 지적은 더욱 거세졌고, 결국 해당 글은 삭제된 상태다.

한편, 이 같은 반발 여론에도 불구하고 중구청은 배너기 설치를 강행했다가 결국 이날 오후 최종 철회 결정을 내렸다. 

서 중구청장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다시 글을 올리고 배너기를 내리도록 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노 재팬’ 배너기 게첨이 일본 정부와 일본 국민을 동일시해 일본 국민들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와 불매운동을 국민의 자발적 영역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비판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에 국민과 함께 대응한다는 취지였는데 뜻하지 않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로써 이번 ‘노 재팬’ 배너기 설치는 일종의 ‘해프닝’으로 일단락된 분위기. 일각에서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발휘된 좋은 사례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는 반면, 중구청의 아마추어 행정이 논란거리만 낳았다는 비난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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