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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노동시간↑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고작 ‘48분’ 고소득층 시간적 여유多 vs 경제활동 많을수록 시간 빈곤자

[공공돋보기] 부와 시간의 재분배, 복지의 새로운 개념이 필요하다

2019. 08. 21 by 이상호 기자

[공공뉴스=이상호 기자] 이탈리아 사회경제학자 루이지노 브루니 교수가 제안한 ‘관계재’ 개념은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생기는 재화를 말한다. 가족이나 연인간의 사랑, 우정, 동료애 등이 이 재화에 포함된다. 관계재 효용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상과 함께하는 경제적 비용은 물론 시간이 필요하다.

돈이 없다면 가족을 비롯한 친구·연인과의 관계가 단절될 수 있고 심각한 경우 ‘생활 속에서 인연을 맺고 조우하는 사람들 간 형성되는 모든 것’을 부정하는 일도 발생한다. 취업을 하지 못해 명절에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 이들, 경제적인 이유 연애·결혼·출산·집 등을 포기한 ‘N포세대’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7년 6월 대전 동구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진행했던 제10회 가족행복사진 공모전 수상작 15점을 선정했다. 사진은 행복상을 받은 김유진씨의 작품 ‘아빠 비행기’ 사진제공=대전 동구청
지난 2017년 6월 대전 동구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진행했던 제10회 가족행복사진 공모전 수상작 15점을 선정했다. 사진은 행복상을 받은 김유진씨의 작품 ‘아빠 비행기’ <사진제공=대전 동구청/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멕시코에 이어 노동시간이 가장 길고 경제생활을 하는 부부가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48분이라는 점, 이와 관계해 정부가 진행한 실태조사(2018년)에서 아동의 결핍 수준이 31.8%에 이른다는 부분 역시 시간이 관계재의 요소임을 보여준다.

고소득층의 경우 시간적 여유가 저소득층 보다 많다는 연구결과(2014년 한국노동패널조사)와 정규직 고학력 부모가 비정규직 저학력 부모보다 자녀를 돌보는 시간이 길다는 조사(노혜진 KC대 교수 연구)에서 드러나듯 경제력과 시간은 많은 부분 관계돼 있다.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장거리 이동시 비행기나 고속열차로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공항이나 놀이동산의 패스트트랙, 웹툰 미리보기 역시 비용을 지불하면 기다림을 줄이는 방법이 된다. 비용지불을 통해 시간이 확보되는 셈이다.

시간도 마찬가지다. 경제적인 부분과 다르게 시간은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지지만, 활용도는 다르다.

경제적 충족을 위해 노동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면 이는 시간의 빈곤과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경제력이 충족되더라도(혹은 충족되지 않더라도) 시간의 빈곤을 겪을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 한국노동패널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이뤄진 연구를 보면 여성의 44.6%, 남성의 23.6%가 소득이나 시간 중 한 가지 빈곤을 겪고 있었다. 소득과 시간 모두 빈곤을 경험하는 이들은 남성의 2.5%, 여성의 9.1%였다.

이런 맥락에서 살펴본다면 정부가 추진하는 복지 정책이 단순한 부의 재분배 뿐만 아니라 시간까지 고려된다면 좀 더 효율적인 방안이나 대안들이 제시될 수 있다.

루이지노 부르니 교수는 관계재를 설명하는 강연에서 “행복은 다른 행위의 수단이 아닌 그 자체로 목적이지만,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보내는 시간 같은 관계재는 더 많은 소득이나 소비를 위해 쉽게 포기한다”면서 “행복이 개인의 마음상태가 아니라 사회적 공공재이고, 개개인의 좋은 삶을 위해서 정부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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