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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법 개정안 통과 앞두고 대학 시간강사 대량 해고 정부 “시간강사들 지원 약속” 밝혔지만 현실적 대안 없어 “독재 시절 지식인 입막음으로 시작된 시간강사 폐지돼야”

[공공돋보기] 대규모 구조조정만 부추긴 시간강사법의 역설

2019. 08. 30 by 정혜진 기자
8월 고등교육법 개정안(이하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대학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강사들이 담당하던 강좌를 줄이면서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됐다. <사진=뉴시스>
8월 고등교육법 개정안(이하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대학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강사들이 담당하던 강좌를 줄이면서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됐다. <사진=뉴시스>

[공공뉴스=정혜진 기자] 올해 1학기 대학에서 강의할 기회를 잃은 강사는 총 7834명으로 이중 절반 이상은 강의로만 생계를 유지하던 전업강사였다.

30일 교육부가 발표한 ‘2019년 1학기 대학 강사 고용현황’에 따르면, 강사 재직 인원은 현재 4만692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만1621명 줄었다.

대학들이 시간강사를 줄이는 대신 강사법 적용을 받지 않는 겸임·초빙교원을 늘리면서 이 같은 문제는 더 가속화 됐다.

겸임교원은 지난해 1만8393명이었다가 올해 2만2817명으로 4424명 증가했다. 초빙교원은 같은 기간 7440명에서 7951명으로 511명 늘었다.

이와 관련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강사 고용안정 및 처우개선을 통해 고등교육의 질을 제고하고자 만들어진 강사법이 현장에 안착돼 그 취지를 살릴 수 있기를 바란다”며 “새 제도가 안착되는 과정에서 강의 기회를 잃은 학문 후속 세대 및 강사들의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연구교육 안전망 마련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교육부의 방침에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교육부 지원 정책이 현재 시간강사들을 위해 금액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것은 ‘박사급’으로 한정돼 있다. 현재 대학의 시간강사 절반 이상이 박사 미만의 학위자인 점을 고려하면 현실과 동떨어진 지원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교육부의 지원정책으로는 박사 혹은 박사 수료생 신분으로 강의를 하던 강사들은 일자리를 잃어도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이 진행한 시간강사법 폐지 집회 모습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이 진행한 시간강사법 폐지 집회 모습 <사진=뉴시스>

◆문제의 발단은 법의 허점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강사법)이 통과됐다. 강사법의 핵심은 ▲서면계약 형식의 강사 임용 ▲강사 1년 이상 고용 2년 재임용 절차 보장▲방학 기간 임금 퇴직금 4대보험지급 등이었다.

법안이 통과됐고, 대통령령을 공포했지만 당시 시간강사들은 “법이 통과되도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학이 법 시행이 되는 8월 전 시간강사들을 해고할 것이란 우려였다.

김동애 대학강사교원지위회복과 대학교육정상화 투쟁본부장은 법안 통과 직후 “8월1일 이후 신규 임용 강사와 겸임교원·초빙교원 등을 대상 범위로 한다. 현재 대학은 재정 부담이란 이유로 시간강사들을 대량해고 하고 있고 또 그럴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강사법이 시간강사들을 해고하는 이유가 된다. 결국 시간강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법인데, 강사의 해고를 낳는다는 프레임이 형성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시간강사 A씨는 두 곳의 대학에서 강의를 할 수 없게 됐다.

그는 8년 간 강의를 해온 성균관대학교에서 해고됐다. 성균관대학교는 그에게 임기가 1년인 초빙교수 전환을 요구했지만, A씨가 거절하자 “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또한 인하대에서의 강의 역시 소형 강의라는 이유로 폐강돼 일을 할 수 없게 됐다.

현재까지 시간강사로 일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이 23명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부장은 “이는 알려져 있는 수치일 뿐 더 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강사법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전담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대학의 시간강사제도 역시 사라져야 할 ‘적폐’의 하나라고 지적한다.

해고 시간강사 B씨는 “시간강사 제도는 군부시절의 잔재”라면서 “시간강사 제도는 당시 지식인들의 독재 반대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이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려대는 지난해 강사법 시행에 대비해 강사 수를 최소화 하는 것을 골자로 한 대응책을 마련했다. 자료는 강사 수 대폭 축소를 골자로 한 고려대 대외비 문건.
고려대는 지난해 강사법 시행에 대비해 강사 수를 최소화 하는 것을 골자로 한 대응책을 마련했다. 자료는 강사 수 대폭 축소를 골자로 한 고려대 대외비 문건. <사진=뉴시스>

◆군부독재의 잔재, 시간강사

시간강사가 만들어진 계기는 박정희 정권 때다. 1975년 당시 대학을 중심으로 군부 독재 타도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박정희 정권은 법 개정을 통해 학내 집회 및 시위를 탄압하려 했다.

타깃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들이었고, 군사정부는 당시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관계법을 만들어 박정희에게 비판적인 교수의 재임용을 막아섰다.

실제 법이 첫 실시된 1976년 전체 교수의 4.2%인 460명이 재임용에서 탈락했고, 이들 대부분은 군사정부에 반대 목소리를 내던 교수들이었다.

이후 학내 시위가 거세지자 박정희 정권은 교육법 제75조 제1항 제2호에서 적시된 교원의 범주에서 강사를 빼고 전임강사를 넣었다.

이 법은 ‘대학·교육대학·사범대학·전문대학에는 학장·교수·부교수·전임강사와 조교를 둔다’는 개정안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전임강사라는 법에 표기된 시간강사가 만들어졌다.

교수들의 재임용 법안이 실행되면서 대학 측은 군사정부의 뜻을 따르게 됐다. 학교 측은 군사정부 타도 집회가 발생하면, 스승인 교수들을 동원해 막아섰고, 분담지도교수제를 실시해 교수에게 요주의 학생들의 동태를 보고하게 하고 가정방문과 면담을 강요키도 했다.

김 부장은 “학문을 가르치는 사람의 신분은 중요하다. 지위가 보장돼야 하고, 그래야 체제 등 사회 불합리에 저항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박정희 군사정부에 의해 신분보장을 받지 못한 시간강사들은 자신의 생존만을 걱정하게 됐다”고 전했다.

자신의 지위를 결정하는 이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시간강사들은 결국 비판적 지식인이 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B씨 역시 “시간 강사의 역사는 결국 민주주의의 탄압에서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법 개정 등의 도임을 통해 정부가 이를 해결하는 것은 좋은 방향이나 더욱 실질적인 방법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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