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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시작되면서 보상 문제 이뤄지지 않아 스스로 목숨 끊은 공장장 조합 측 의견 받아들이지 않으면 무차별 소송 진행하며 ‘굴복’ 시켜 첫 계약과 달라진 교회 보상, 뜻대로 이뤄지지 않자 명도집행 철거

[르포] GS건설 재개발 잡음②-장위4구역 교회 철거, 정당한 절차 있었나?

2019. 09. 10 by 이상호 기자

[공공뉴스=이상호 기자]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드라마 제목처럼 자본의 욕망이 집약된 재개발 지역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다. 세입자나 그곳에 머물러야 하는 이들은 자신의 삶을 하루아침 송두리째 빼앗긴 채 아비규환 속에 몸을 던진다. 그러는 사이 누군가는 몸을 다치기도 하고 목숨을 잃기도 한다. 병을 얻어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에 놓이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 재개발 지역은 누군가에게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디딤돌’이 되기도 한다. 자본을 쥔 이들은 누군가를 속이고, 또 다시 내부적 싸움을 이어나간다. 말 그대로 집약된 자본과 욕망이 서로 충돌하는 것이다. 서류 한 장으로 고소와 고발이 난무하고, 각자의 이야기는 상충된다. 한 작가는 재개발을 두고 ‘욕망과 자본의 블랙홀’이라고 표현했다. 국내 시공능력평가 4위 GS건설의 재개발 현장이 바로 이러했다. 그동안 끊임없이 재개발 비리와 관련 논란의 대상이 되어온 GS건설은 올해 초 재건축 비리와 관련 국세청의 강도높은 세무조사를 받은 바 있다. 현재 GS건설이 추진 중인 재개발 지역에서 적잖은 잡음이 흘러나오는 곳은 서울 증산2구역, 장위4구역, 전라도 광주 북구 우산구역 등 3곳이다. <공공뉴스>는 지난 한 달여간, 이들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GS건설의 각종 비리와 의혹으로 물든 재개발 현황에 대해 단독 취재했다.

텍스트(Text)와 역사적 콘텍스트(Context, 맥락)의 간극을 조절하지 못하면 텍스트는 그저 문서화 된 글로 머물게 되고, 콘텍스트에만 집중하다 보면 명확한 규율이 서질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법에 적용해 보자. 한 사건으로 법의 판단을 받는 이들을 문서인 법전으로만 판결한다면 어떨까? 반대로 판결 앞에서 그 사람의 인간적인 역사성만을 바라본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 사회가 어떤 사건의 피의자를 대하면서 법원이 그들의 과거와 범행 원인, 그리고 반성의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법전을 바탕으로 양형 선고하는 것은 텍스트와 콘텍스트를 총체화 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자본의 욕망이 집약된 재개발 지역에서 각각의 삶은 이 총체적 과정이 생략된다. 자본은 가지지 못한 자를 법의 이름으로 쫒아내고 몰아낸다. 그리고 ‘법이 그렇다’는 이유로 소송 등을 제기해 개인들을 ‘물리친다’.

“재개발 개새끼들 날강도 도둑놈들 개새끼들...어떻합니까 어떻합니까’(어떡합니까 어떡합니까)”

지난 2018년 2월25일, 서울 성북구 장위 4구역에서 니트 공장을 운영하던 김덕기(당시 67, 가명)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남긴 이 글귀는 법이라는 굴레 안에서 자본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준 단편적 사례다.

‘주거환경이 낙후된 지역에 도로·상하수도 등의 기반시설을 새로 정비하고 주택을 신축함으로써 주거환경 및 도시경관을 재정비하는 공공사업의 성격을 뛴’ 재개발은 대형건설사와 조합 등의 욕망이 집결된다.

그 속에 살았던 김씨와 같은 이들은 자본의 욕망에 희생된다. 법이라는 둘레 안에서 재개발을 반대하는 이들은 ‘낙후된’, ‘재정비의 대상’으로 낙인되며 삶의 터전을 잃어야만 했다.

김씨는 재개발에 반대했다. 그는 지난 2001년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220만원으로 장위동에 공장터를 마련했다. 한 대에 1억4000만원짜리 기계도 5대나 구입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재개발 통지를 받았고, 4000만원도 안되는 이주보상비가 측정됐다. 김씨는 조합 측에 “저는 열심히 일하며 거래처와 협력하여 신용과 믿음으로 생활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재개발이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거래처도 잃고 내 돈 들여 이사 갈 수 없습니다”라고 이의신청서를 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말 그대로 ‘법이 그랬기’ 때문이다. 결국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화가 났고, 억울했지만 대형건설사와 조합의 탐욕은 그것을 바라보지 않았다. 한 조합 관계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주보상비 등은 법이 측정한 대로 나오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장위동 철거와 관련해 한 세입자는 “시세가 1억이라는 가정하에서 공시지가는 60%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보상은 공시지가 기준으로 이뤄진다. 이것을 누가 ‘보상’이라고 말하는가? 서울 시내 세입자가 60% 보상을 받고 이주 할 곳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불미스러운 일(김씨 사건)도 이런 이유에서 발생한 것”이라면서 “건설사와 조합이 거둬들이는 막대한 수익을 조금이라도 덜어야 하는 까닭”이라고 덧붙였다.

김씨의 죽음 위에 들어설 재개발 건물은 GS건설의 자이 아파트. 하지만 김씨와 같은 이들은 현재에도 장위 4구역에는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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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위 4동에 위치한 교회를 철거하기 위해 몰려온 용역직원들의 모습. <사진=이상호 기자>

◆“건설사가 소송을 걸면 이길 수 없다”

이영락(가명) 장위 4구역 재개발 반대 협회장은 올해 68세로, 45년째 이곳에 거주하고 있다. 김씨에게 장위 4구역은 말 그대로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공간이다.

결혼 직후 처음 터전을 잡은 곳이며, 남편과 아이들의 추억이 남아있는 장소다. 조합에 가입해 새로 생기는 아파트의 입주 또한 가능했지만 이를 거부한 채 10년 동안 재개발 반대 일을 하고 있다.

그는 <공공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장위동은 과거 왕의 사위, 부마가 쉬었다 가던 곳이라고 한다. 큰 연못도 있고 경관이 좋아서 그런 것 같다. 내가 여기 처음 이사 왔을 때 지하실에 연못에서 흘러나온 모래가 있었다. 그 당시 기억이 너무 좋았다. 여기서 나는 결혼도 했고, 아이도 하나 나았다. 추억이 이 동네 곳곳에 묻어 있다. 그런 이유로 재개발에 반대했다. 그 반대 과정에서 전단을 돌리고 많은 사람들과 접촉을 했는데, 돌아오는 것은 소송이었다”재개발 반대를 이어가던 이씨는 2015년 3월 GS건설과 조합 측으로부터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로 고소당했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 받았다. 그리고 그는 벌금을 내지 않아 이른바 ‘노역’생활을 해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한쪽 눈을 실명했다. 간도 상해 65%를 떼어 내어야만 했다.

이씨는 “처음 재개발을 반대했을 때는 많은 기억을 지우고 싶지 않은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아니”라면서 “솔직히 지금 무섭다. 한번더 재판에 회부될 경우 더 많은 벌금을 내야 하는 상황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GS건설과 조합 측은 재개발 관련 소송 대부분을 김앤장 등 대형 로펌에 수임했다. 이씨는 “작은 목소리로 아무리 대응해봤자 우리가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상식(가명) 꿈꾸는 교회 목사 역시 “조합 측의 거짓말로 우리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과거 재개발 이야기가 나왔을 때 교회에 대략 231평의 보상을 해주겠다고 조합이 약속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 목사에 따르면 2009년 교회는 재개발의 보상에 따른 합의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관리처분 시작을 앞두고 보상을 차일피일 미룬 것이 지금의 시점이 됐다.

조합 측은 9월1일 협상을 하자는 이유로 만남을 요청했지만 명도소송을 진행했고, 교회 교육관은 철거됐다. 철거 과정 중 투입된 용역에 의해 교회 신도 몇몇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이 목사는 “합의를 하고 지키지 않았다. 이야기를 나누자고 하곤 철거용역을 투입했다”면서 “지금 이제 본당 하나 남았다. 신도들과 나는 이곳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현재 조합 측이 약속을 지켜주길 바란다”면서 “합의를 하고도 지키지 않는 상황인데 쫒겨나고 강제로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이들은 오죽했겠나”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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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을 위해 철거된 터의 모습 <사진=이상호 기자>

◆늦어지는 재개발, 대화가 필요하지만...

결국 장위4구역의 연내 분양은 연기됐다. 이주와 철거 절차가 남은 데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앞두고 분양 방식을 확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합 측은 이를 남은 사람들의 탓으로 돌리며 “교회와는 협의, 나머지는 명도집행하겠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교회 관계자는 “교육관 철거 역시 불법으로 이뤄졌다. 교회 본당의 철거가 들어오면 몸을 불사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과거 용산 참사를 돌이켜 봐도 이 문제가 단순히 세입자와 경찰의 대치가 아니었듯, 지금 장위4구역도 마찬가지”라면서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지면 결국 용산때와 마찬가지로 조합은 물론 시공사인 GS 건설까지 영향을 받고 모두가 잃어버린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조합장 측은 “교회와는 이야기를 해 나갈 것”이라면서 “지금 현재 분양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는 정부의 정책 때문이지 이런 문제가 원인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와 관련, GS건설 측은 “(취재에 대한 내용은) 조합에 관련된 이야기 일 뿐”이라면서 “개개인의 소송은 너무 많이 진행된 것은 사실이지만 조합 측이 이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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