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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추족:잔소리·명절비용 등 스트레스에 귀성 포기→시대는 변해도 내편은 결국 가족

[공공story] 마지못해 혼자입니다

2019. 09. 12 by 김수연 기자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이제 곧 대학 졸업을 앞둔 A씨는 2년째 혼자 추석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A씨는 이번 추석에도 고향에 내려가지 않을 생각이다. 친척들로부터 “취업준비 잘하고 있냐?”는 질문을 받고 싶지 않은데다 점점 좁아지는 취업문 탓에 스펙 관리에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명절을 보내고 오면 어른들은 남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곳을 취업하라고 강요해 스트레스를 받을뿐더러 또래 사촌들은 모두 대기업에 취업해 용돈을 드리는 모습을 보자니 자존심이 상하고 위축도 됐다. 부모님께는 “취업에 성공해 내년 추석에는 내려가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나 홀로 명절이 지속되는 건 아닌지 A씨는 내심 걱정이 됐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11일 서울 서초구 잠원 IC 인근 경부고속도로가 귀경 차량이 몰려 정체가 일어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11일 서울 서초구 잠원 IC 인근 경부고속도로가 귀경 차량이 몰려 정체가 일어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추석도 고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추석 연휴를 혼자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 1인 가구나 서울에 남아 지인들과 연휴를 보내려는 나홀로 족, 이른바 ‘혼추족’(혼자 추석을 보내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

혼추족이 된 이유는 다양하다. 치열한 기차·버스표 예매 경쟁에 실패한 사람, ‘결혼(혹은 취직)은 언제 하냐’ ‘아이는 언제 가질 거냐’는 부모님 혹은 친척의 잔소리가 듣기 싫은 사람, 이번 연휴는 그냥 혼자 있고 싶은 사람 등 저마다의 이유로 혼추족을 선택했다.

특히 갈수록 극심해지는 취업난과 고용 불안 속에 청년들은 명절을 달콤한 휴식이 아닌 ‘불편한 시간’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귀성보다 ‘명절 대피소’를 찾는 청년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 떠나기보다 ‘남기’를 택한 이유

추석 명절, 나 자신과의 시간을 보내는 혼추족이 늘고 있다. 바쁜 업무와 일상에 치이며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다.

이와 관련, 성인남녀 5명 중 1명이 올해 추석을 혼자 보내겠다는 의향을 밝혔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잡코리아와 알바몬은 민족 대명절 한가위를 앞두고 직장인 746명과 대학생‧취준생 등 성인남녀 2835명을 대상으로 ‘추석 계획’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19.8%가 스스로를 ‘혼추족’이라고 답했다.

추석을 혼자 보내겠다는 응답은 여성(17.3%)보다 남성(22.4%)이 소폭 높았다. 취업 여부에 따라서는 취준생이 28.0%로 혼추족 비율이 가장 높은 가운데 직장인(20.2%), 대학생(12.7%)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결혼 여부에 따른 응답차가 가장 두드러졌다. 미혼 응답자 중 ‘혼자 추석을 보내겠다’는 응답은 21.3%로 기혼자(3.3%)에 비해 7배 가량 응답률이 높았다.

성인남녀들이 정말로 추석을 같이 보내고 싶은 사람에서도 ‘혼자 보내고 싶다’는 응답이 ‘친인척’을 앞섰다. 함께 추석을 보내고 싶은 사람(복수응답) 1위는 ‘부모님 등 직계가족’(43.5%)이 차지했으며 ‘친구, 연인’(37.0%)이 2위에 올랐다. 3위는 ‘나 혼자만’(28.8%)이 차지한 가운데 ‘친인척’은 19.8%의 응답률을 얻어 4위에 그쳤다.

‘올 추석에 친지모임에 참석할 예정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56.8%가 ‘그렇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군 중 친지모임 참석 비중은 대학생이 68.4%로 가장 높았고 기혼자가 64.1%로 나타났다. 반면 불참하겠다는 응답은 취준생(53.4%), 직장인(48.4%)에서 높았다.

친지모임에 불참할 예정이라 밝힌 응답자들은 그 이유(복수응답, 이하 응답률)로 ‘친지들과의 만남이 불편하고 부담스러워서’(39.4%)를 1위로 꼽았다. 이어 ‘현재 나의 상황이 자랑스럽지 못해서’(26.8%)와 ‘평소 왕래가 없어서’(21.5%)가 차례로 2, 3위에 올랐다.

이와 함께 ‘혼자 쉬려고’(21.0%), ‘취업 준비, 구직 활동 때문에’(20.9%), ‘출근해야 해서’(13.4%), ‘올해는 친지 모임이 없을 예정이라’(10.3%) 등의 이유로 친지 모임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이어졌다.

올 추석 명절 동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정(복수응답)으로는 ‘수면, TV시청 등 충분한 휴식’(44.8%)을 꼽았다. ‘가족, 친지 모임’(41.8%)은 휴식에 밀려 2위에 머물렀다. 또 아르바이트, 명절 특근 등 ‘근무’(25.6%)가 연휴 중 중요일정 3위에 꼽혔으며 ‘개인적인 공부’(23.7%), 명절 상차림 등 ‘명절 일손 돕기’(19.1%), ‘구직 활동, 취업 준비’(18.6%), ‘고향 지인, 친구와의 만남’(17.8%) 등의 응답이 나왔다.

이처럼 명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고 1인 가구가 늘면서 명절 풍속도도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개인 여가시간을 중시하다 보니 연휴를 이용해 여행을 떠나거나 휴식을 취하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는 것.

더욱이 명절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면서 근무나 다른 방법으로 시댁 및 처가 방문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사람인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486명을 대상으로 ‘명절포비아’(명절공포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직장인 39.8%가 명절포비아를 느끼는 것으로 집계됐다.

결혼 여부에 따라서는 기혼자가 45.3%로 미혼자(36.6%)보다 더 많이 느끼고 있었다. 명절포비아를 느끼는 이유 역시 결혼 여부에 따라서 차이가 있었다.

미혼의 경우 ‘어른들의 잔소리가 부담스러워서’(61.3%, 복수응답)를 1위로 꼽았다. ‘용돈, 교통비, 추석선물 등 경비가 부담되서’(54.1%), ‘친척들과 비교가 싫어서’(24.1%), ‘연휴 후 밀린 업무 처리가 부담스러워서’(22.4%), ‘명절 후유증이 두려워서’(19.8%) 등의 순이었다.

기혼은 ‘용돈, 교통비, 추석선물 등 경비가 부담되서’(66.5%, 복수응답)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다음으로 ‘처가, 시댁식구가 불편해서’(27.4%), ‘추석 상차림 등이 힘들어서’(21.4%), ‘귀성길이 멀어 피로해서’(16.1%), ‘명절 후유증이 두려워서’(14.9%) 등을 들었다.

명절포비아를 느끼는 직장인의 46.1%는 이러한 명절포비아를 겪느니 차라리 출근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출근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도 12.8%였다.

명절포비아는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절포비아를 경험한 응답자의 72.5%(복수응답)가 ‘만성피로’를 느끼고 있었으며 ‘우울증’(30.6%), ‘소화불량’(29.9%), ‘두통’(24.2%), ‘불면증’(14.5%) 등을 호소했다.

명절포비아를 유발하는 대상은 결혼유무와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미혼은 ‘친척’(45.9%)을 1위로 꼽았으며 ‘부모’(22.7%), ‘직장 상사’(10.5%), ‘조부모’(8.1%) 등의 순이었다.

기혼은 ‘시부모 등 시댁 식구’(34.3%)가 1위를 차지했다. ‘배우자’(14.1%), ‘부모’(12.1%), ‘친척’(11.3%) 등이 뒤를 이었다.

기혼의 경우는 성별 차이가 컸다. 기혼남성은 ‘배우자’(21.1%), ‘부모’(19.5%), ‘친척’(15.8%) 등의 차이가 크지 않았던 반면 기혼여성은 ‘시부모 등 시댁식구’(73%)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이어 ‘배우자’(6.1%), ‘친척’(6.1%) 등의 순으로 차이를 보였다.

아울러 직장인들이 명절 때 가장 듣기 싫은 말은 ‘결혼은 언제 하니’(17.8%)였다. ‘돈은 좀 모아 놨니’(16.5%), ‘살 좀 빼야(찌워야) 겠네’(13.7%), ‘연봉은 얼마나 받니’(13.5%) 등이 뒤따랐다.

2019 설 명절 성평등 체감 점수. <자료=서울시>
2019 설 명절 성평등 체감 점수. <자료=서울시>

# 명절 성평등 체감 점수, 女 44점 vs 男 67점

흔한 명절 풍경이라 하면 여성들은 음식을 장만하고 오랜만에 만난 온 가족들이 함께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는 것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고, 명절의 풍경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혼추족이 있는가 하면, 고정된 성역할의 구분 없이 음식 준비나 설거지, 청소 등 명절 가사노동을 함께 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평등한 명절 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도 보인다.

이처럼 성평등 명절을 시도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지만 명절 연휴기간 여성과 남성의 성평등 체감 점수 차이가 여전히 큰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올해 추석을 앞두고 시민이 직접 겪은 성평등 명절 사례를 담은 ‘서울시 성평등 명절사전’ 3번째 편을 지난 10일 발표했다.

지난 설명절 연휴기간(2월1일~11일) 진행된 이번 시민참여 캠페인에는 총 2044명의 시민이 참여해 실제 명절을 겪은 경험담을 토대로 의견을 제시했다.

‘2019 설 명절은 얼마나 평등하다고 느꼈나’라고 묻는 ‘성평등 명절 체감 점수’는 전체(2044명) 평균 49.6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여성과 남성 간 차이는 20점 이상 벌어졌다. 여성 평균 점수는 44.05점으로 50점 이하 점수대에 분포돼 있었고 남성 평균점수는 67.13점으로 50점 이후 점수대에 상당수 분포돼 있었다.

제안자 중에는 “명절에 성평등을 전혀 경험할 수 없었다”며 0점을 준 사람이 129명에 달했다. “이 정도면 세상 좋아졌지. 성평등해!”라고 생각하며 100점을 준 사람은 80명이었다.

‘명절에 겪은 성평등 명절 사례’를 제시해달라는 요청에 2044명 중 1298명(63.5%)이 성평등 명절 사례를 제시했다. 반면 성차별 명절 사례 또는 성평등 명절을 겪어본 적 없다는 응답은 358건이었다.

성평등 사례 1298건 중 가장 많이 꼽힌 것은 명절 음식준비, 운전, 집안일 등을 나눠서 한 것(867명, 66.8%), 그 다음으로 많은 제안은 명절 방문 순서를 평등하게 했다는 것이었다(297명, 22.9%). 한 명절에 시가·처가를 정해서 가기, 명절 당일 아침에 시가에만 있던 관행을 바꿔본 사례 등이다.

명절 음식 준비를 간소화하고 집에서 밥을 해먹는 대신 외식을 하는 것도 성평등 명절 문화로 꼽았다(78명). 외식을 하고 여행을 가는 등 기존 명절 관습에서 탈피해 즐겁게 새로운 명절을 만든 것도 사례로 언급됐다.

차례 지낼 때 남녀가 같이 절을 한 경우 남녀 구별된 상을 받다가 같이 밥을 먹은 것을 성평등 명절 사례로 제시한 시민도 41명 있었다. 외식을 하고 여행을 가는 등 기존 명절 관습에서 탈피해 즐겁게 새로운 명절을 만든 것도 사례로 제시됐다.

또한 양가 부모님 용돈을 동일하게 드리고 아이들 세뱃돈을 아들 딸 구별 없이 준 사례(15명)도 있었다.

아울러 시민들은 ‘서방님’, ‘도련님’, ‘아가씨’ 관련 호칭을 어떻게 바꿔보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이름’(~씨, 님) 등의 호칭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들 호칭을 이름으로 부르는 것 외에 동생, 삼촌·이모 등으로 부르자는 의견도 있었다.

이번 시민참여 캠페인 참가자는 여성 76%, 남성 24%, 20대·30대·40대가 약 90%였다. 기혼자는 63%, 비혼자는 37%로 나타났다.

이번 추석에도 명절 성평등 체감 점수 및 체감 사례와 관련한 시민 의견조사가 진행된다. 11일부터 오는 18일까지 재단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강경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는 “시민들의 의견을 직접 들어보니 명절 풍속도가 성평등하게 바뀌고 있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며 “성별 고정관념에 따라 특정 성에 짐을 지우는 것들을 개선해 나간다면 모두가 더 행복한 명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일 서울 송파구 서울 놀이마당에서 열린 ‘사랑의 송편 빚기’ 행사에서 한 아이가 송편을 빚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5일 서울 송파구 서울 놀이마당에서 열린 ‘사랑의 송편 빚기’ 행사에서 한 아이가 송편을 빚고 있다. <사진=뉴시스>

# 시대가 변해도, 그래도 추석이다!

한편,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걱정이 쌓이는 이들이 많다.

흩어졌던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덕담을 나누고 풍요로운 수확에 대한 감사와 기쁨을 나누는 날이지만, 각자의 처지와 상황에 따라 추석 연휴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경우도 있다.

시댁에 가서 음식을 장만해야 하는 며느리들은 양가 부모는 물론, 조카들 세뱃돈까지 챙겨야 하는 부담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취준생 역시 명절은 성가시거나 두려운 날이다. 당장은 내세울 것 없는 곤궁한 처지, 친지들의 잔소리 등이 귀성을 기피하는 이유다.

이 밖에도 귀성길 교통체증, 명절 가사 노동 등을 이유로 명절에 귀향을 포기하는 ‘귀포족’, 혼자 추석을 보내는 ‘혼추족’이 늘고 있는 실정.

하지만 아무리 혼자서 추석을 보낸다고 하더라도 추석이 ‘가족의 명절’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감정을 정확히 읽어내기 어려운 무미건조한 텍스트보다는 직접 말을 해야 진심이 전해지기 마련이다.

가까이 있을수록 소홀해지기 쉬운 만큼 가장 소중한 인연은 부모와 자식임을 잊지 말고 이번 추석에는 무심히 지나친 가족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뜻 깊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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