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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피해 금액만 70억원 이상 자식인 척 노인에게 접근해 돈 입금 아르바이트 업체로 둔갑해 청년 이용

[공공돋보기] 진화된 보이스 피싱..메신저로 노인 속이고 청년 울리다

2019. 09. 17 by 이상호 기자
김씨가 공공뉴스에 제보한 보이스피싱 일당과의 카카오톡 내용 일부
김씨가 <공공뉴스>에 제보한 보이스피싱 일당과의 카카오톡 내용 일부

[공공뉴스=이상호 기자] 지난 7월 인천에 사는 이모(78)씨는 휴대전화 메신저(카카오톡)로 아들의 연락을 받았다. 연락의 주요 내용은 ‘돈이 급하게 필요하다’, ‘통장과 카드를 모두 분실한 상태다’, ‘친구 통장으로 입금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씨는 아들의 요구대로 600만원의 돈을 김00라는 사람의 통장으로 입금했다. 평소 돈 이야기를 하지 않던 아들의 말이었기에 ‘얼마나 급했으면 이렇게까지 할까’라고만 생각했지, 그것이 이른바 ‘메시지 피싱’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같은 날 김씨는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한 곳에서 연락을 받았다. 아르바이트의 일은 단순했다. 업체가 김씨에게 입금한 돈을 가지고 상품권을 구매하는 일이었다. 상품권을 구매한 뒤 일련번호를 업체에 알려주고 일당을 받는 일이었다. 아르바이트 업체는 김씨에게 “회사 대표가 김00씨의 통장으로 600만원을 입금했으니 상품권을 구입해 일련번호를 알려달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총 598만원어치의 상품권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구매했고, 일련번호를 모두 업체에 알려줬다.

하지만 김씨는 일을 한 수당을 받지 못했다. 의심이 커지자 김씨는 여기저기 관련 일을 찾아보다가 자신이 진화환 보이스피싱의 가해자가 됐음을 알아챘다. 그는 이씨가 입금한 돈을 가지고 상품권을 구매했고, 이 피해는 모두 70대 노인에게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공공뉴스>가 입수한 김씨의 메신저(카카오톡)에 따르면 그는 사건이 발생하기 한달 전부터 아르바이트 업체와 연락을 했다. 아르바이트 업체는 상품권 구매를 요청했고, 일당으로 구매 금액의 8%를 제시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김씨는 이를 수락했고 약 보름 이상 지나서야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할 수 있는 날짜를 업체에서 차일피일 미뤘다. 처음이라는 이유였다”면서 “그러다가 주말에 갑자기 연락이 와서 ‘급한 일인데 바로 시작할 수 있느냐’고 물어 ‘알았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품권을 구매하면서도 이것이 범죄인지 몰랐다”면서 “하지만 수당이 저녁에 입금되지 않았고, 급한 마음에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범죄인지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사건을 담당한 경찰 관계자는 “보통 피싱의 경우 주말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피해자의 경우에도 순간에는 알아차리지 못하나, 얼마 지나지 않아 범죄라는 점을 인식한다. 신고가 들어가는데 평일보다는 주말이 더딘 경우가 많아 금요일 저녁과 토요일에 이런 범죄가 일어난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에서 김씨는 “아르바이트로 알고 시작했을 뿐 보이스피싱의 일종인지 몰랐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자는 발생했고, 아르바이트 업체로 알려진 곳은 해외에서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김씨가 이 문제에 직접 가담하지 않은 것은 여러 가지 증거자료를 통해 알 수 있다”면서 “하지만 피해자가 발생했고, 금액 역시 환수되지 않았다. 방조 혐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부산지방경찰청이 최근 발표한 메신저 피싱의 과정
부산지방경찰청이 최근 발표한 메신저 피싱의 과정 <자료=부산지방경찰청 제공>

이씨와 같은 메신저 피싱 피해자는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메신저 피싱건수는 656건이지만, 올해 건수는 2,432건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피해 금액 역시 지난해 29억 4000만 원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70억 5000만 원으로 늘어났다.

특히 이 메신저 피싱은 문화상품권 구매를 통해 이뤄지는데, 이는 보이스 피싱 과정에서 현금이 오고가며 체포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알려졌다. 아르바이트 인원을 모집해 돈을 다른 사람을 통해 돈을 입금한 뒤 문화상품권을 구매케 해 ‘핀 번호’를 받는 수법이다. 이 핀 번호는 문화상품권을 온라인에서 사용할 때 입력해야 하는 번호로, 게임 아이템을 비롯해 웹툰 등을 결제할 수 있다.

메신저 피싱 일당들은 보안이 취약한 사이트를 해킹,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확인한다. 그리고 피해자에게 문자나 동영상 등을 보낸 뒤 그가 이를 클릭하면 해킹이 이뤄진다.

메신저 프로필 사진을 같게 만들 수 있고, 이를 통해 가족이나 지인에게 돈을 요구하는 형태다. 이 돈은 또 다른 피해자에게 입금되고, 이 사람은 입금된 돈으로 문화상품권을 구매하는 방식이다.

금융당국은 이와 관련해 “카카오톡, 페이스북 메신저 등 SNS를 활용한 사칭형 보이스피싱도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전화·메신저로 가족 등 지인을 사칭하면서 비밀번호, 인증서 오류 등을 명목으로 타인 계좌로 급히 자금을 이체할 것을 유도한다”면서 “카카오톡의 경우 메신저 피싱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해외 접속 사용자를 구별할 수 있도록 사진 밑에 지구본 표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나 지인이 메신저로 돈이나 상품권 구매 등을 요구할 때는 일단 거절하고 정말 가족과 지인이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면서 “또한 가족과 지인이 맞다 하더라도 상품권 구매를 요청받았을 때는 메신저 피싱의 또 다른 피해자가 아닌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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