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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돋보기] ‘악플 차단’ 카카오, 댓글·검색어 개편의 의미

2019. 10. 25 by 정혜진 기자

[공공뉴스=정혜진 기자] 가수 겸 배우 고(故) 설리를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 중 하나가 악성 댓글(악플)로 알려지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카카오가 인물 검색 관련 검색어부터 댓글 폐지 등 커뮤니티 기능에 대한 전면 개편에 들어간다.

이는 최근 악플로 인한 피해자가 잇따라 발생하며 악플 문화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목을 끄는 결정이다.

이에 따라 연예 섹션 뉴스 댓글은 이달 중, 인물검색에 함께 뜨는 관련검색어는 올해 안에 폐지될 전망이다.

여민수(오른쪽)·조수용(왼쪽) 카카오 공동대표가 25일 판교 오피스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뉴스 및 검색 서비스 개편 계획’에 대해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카카오>
여민수(오른쪽)·조수용(왼쪽) 카카오 공동대표가 25일 판교 오피스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뉴스 및 검색 서비스 개편 계획’에 대해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카카오>

◆카카오, 연예뉴스 댓글·인물 관련 검색어 폐지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 다음이 연예 분야의 뉴스 댓글을 잠정 폐지하고 인물 키워드에 대한 관련 검색어도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는 25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오피스에서 ‘뉴스 및 검색 서비스 개편’과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연예 섹션의 뉴스 댓글을 잠정 폐지하고 인물 키워드에 대한 관련 검색어도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여 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카카오는 대한민국 전 국민이 이용하는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소명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맥락에서 뉴스와 검색 서비스는 여러 가지 고민을 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는 여러 매체에서 생산되는 뉴스 콘텐츠를 전달하고 그에 대해 사회 구성원들이 의견을 공유하는 장으로써 댓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며 “시작은 건강한 공론장을 마련한다는 목적이었으나 지금은 그에 따른 부작용 역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개편에 대한 배경을 밝혔다.

여 대표는 “최근 안타까운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연예 섹션 뉴스 댓글에서 발생하는 인격 모독 수준은 공론장의 건강성을 해치는데 이르렀다는 의견이 많다”며 “관련 검색어 또한 이용자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검색 편의를 높인다는 애초 취지와는 달리 사생활 침해와 명예 훼손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이번 조치를 시작으로 댓글 서비스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방안을 찾아갈 계획이다.

이에 대해 여 대표는 “기술적으로 댓글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혐오 표현과 인격모독성 표현 등에 대해 더욱 엄중한 잣대를 가지고 댓글 정책을 운영할 것”이라며 “검색어를 제안하고 자동 완성시켜주는 ‘서제스트’ 역시 프라이버시와 명예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된 실시간급상승(이슈)검색어도 근본적인 개편을 하겠다고 밝혔다. 실시간이슈검색어는 재난 등 중요한 사건을 빠르게 공유하고 다른 이용자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하려는 본래의 목적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도록 개편할 방침이다.

실시간 서비스에 대해서는 폐지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한다.

아울러 다음의 ‘뉴스 서비스’ 또한 근본적인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는 담당자들과 오랜 논의를 거쳐 ‘카카오만이 할 수 있는 구독 기반 콘텐츠 서비스’를 만들자는 방향을 잡았고 이에 맞춰 새로운 플랫폼 준비에 착수한 상태다.

이 과정에는 댓글 서비스를 폐지하거나 기사를 생산하는 미디어에게 자율 결정권을 주는 방안도 포함된다.

여 대표는 “가 보지 않은 길이기에 이 개편 이후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저희도 명확히 말씀드리기 어렵고 비즈니스 측면에서 보자면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이번 결정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조금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는 방법의 시작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원자력안전위원회 소관 감사 대상기관 종합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원자력안전위원회 소관 감사 대상기관 종합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악플 심각성 대두..‘인터넷 준실명제’ 도입 목소리

고 설리의 사망 사건 이후 인터넷 댓글과 악플이 극단적 선택을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을 중심으로 ‘인터넷 준실명제’ 도입 등 관련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도 “사이버 테러에 가까운 것들에 대해 이제 가벼이 넘기지 않겠다”며 “악플러들이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수사기관에 의뢰, 법적 조치와 정부에 질의 청원하는 등 강경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악플에 대한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법령을 개정하고 국회의 법안 개정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방통위 종합감사에 참석한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방통위도 (인터넷 준실명제 도입) 법안이 발의되면 적극적으로 지원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여야 의원들 모두 악플을 근절해야 한다는 취지를 이해하고 관련 제도를 강화하기로 했다.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근 악플은 인터넷 실명제를 재검토하지 않는다면 답이 없다고 할 정도”라며 “실명제가 되지 않는다면 준실명제라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댓글 아이디의 풀네임과 IP를 공개해 온라인 댓글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준실명제 도입을 검토해야 할 때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익명에 숨은 폭력이자 간접살인이 벌어지고 있다”며 “표현의 자유를 넘어 언어폭력의 자유, 간접살인의 자유까지는 허용될 수 없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은 “혐오 차별 표현에 대해서는 명예훼손 외에는 법적으로 취할 조치가 부족하다”며 “악플로 가장 큰 수익을 차지하는 포털과 커뮤니티 운영사의 부당이득에 대해서는 아무도 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혐오차별 표현과 허위조작 정보 등은 정치적 입장 때문에 여야 간에 이견이 있지만 국민 이익은 물론 공동체 문제와 직결되는 삶의 문제로 반드시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한 위원장은 “(악플방지 법안 도입을) 검토하겠다”며 “악플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법령 중 손을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범죄, 최근 5년 사이 2배↑

한편, 최근 가짜뉴스 유포나 악성 댓글 등 사이버 상에서 타인의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인격을 모독하는 행위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김병관 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8880건이었던 사이버 명예훼손 및 모욕 범죄 발생 건수는 2018년 1만5926건으로 크게 늘었다. 최근 5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

이로 인한 검거건수 및 검거인원 역시 2014년 6241건(8899명)에서 2018년 1만889건(1만5479명)으로 증가했다.

올해 9월까지 포함해 최근 5년간 발생한 사이버 명예훼손 및 모욕범죄 발생건수는 총 8만537건으로, 이로 인해 7만7875명(5만6280건)이 검거됐다.

사이버 명예훼손 및 모욕 범죄와 관련해 검거된 인원 중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경우는 2014년 4475명(2014년 검거인원 8899명 중 50.3%)에서 2018년 5941명(2018년 검거인원 1만5479명 중 38.4%)로 늘어나고 있다.

사이버 모욕죄(1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 벌금)는 피해자가 신고를 해야 수사가 이뤄지는 ‘친고죄’이며 사이버 명예훼손(7년 이하 징역 혹은 5000만원 이하 벌금)는 신고가 없어도 수사가 이뤄지나 피해자가 선처를 요청하면 죄를 묻지 않는 ‘반의사불벌죄’다.

김 의원은 “가짜뉴스나 악성 댓글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며 “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는 피해 당사자는 물론 그 가족 및 주변인들에게까지 심각한 인권 및 사생활 침해로 이어지는 범죄 행위인 만큼 정부 당국이 그 근절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악성 댓글로 고통 받는 피해자는 한둘이 아니다. 큰 죄의식 없이 올린 댓글이 피해자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는 것은 물론 심지어 자살까지 이어지게 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악플에 대한 사회적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포털 사업자로서 사회적 책임을 지겠다는 카카오의 선제적 조치가 악플 근절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다만, 연예 뉴스 댓글과 인물 연관검색어 폐지 등은 임시 조치인 만큼 단순한 일회성 문제제기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이를 토대로 다양한 후속조치를 이어가는 게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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