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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 확대:“공교육 정상화 역행” vs “금수저 전형 폐지”→국가적 책임교육 논의 통한 갈등 해소

[공공story] 정해진 답은 없다

2019. 11. 03 by 김소영 기자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 최근 정부의 ‘정시 확대’ 선언이 교육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서 열린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국민께서 가장 가슴 아파하는 것이 교육에서의 불공정”이라며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혀 대입 제도 개편 논의에 불씨를 당겼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학생부 종합 전형 비율의 쏠림이 심각한 대학들, 특히 서울 소재 일부 대학에 대해서는 정시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이 확대될 수 있도록 협의해 왔다”고 설명했다. 즉, 정시 확대 대상이 ‘서울 주요 대학’으로 한정된다는 것. 이는 대입 공정성 논란이 주로 학생과 학부모의 선호도가 높은 서울권 주요 대학에 집중된 이슈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행 대입은 물론 교육제도 전반의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가운데 교육계 안팎은 찬반 양론으로 갈라져 극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박정근(왼쪽 네 번째부터)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장, 유석용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수석대표 등이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용산역 ITX 1회의실에서 열린 전국진학지도협의회·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공동기자회견에서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 마련 발언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정근(왼쪽 네 번째부터)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장, 유석용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수석대표 등이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용산역 ITX 1회의실에서 열린 전국진학지도협의회·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공동기자회견에서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 마련 발언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대학 입시 공정화를 위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위주로 정시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자 학종파와 정시파의 해묵은 논쟁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정시 확대 방침은 공교육 정상화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교육 정책에 일관성이 없어 사회적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과 수시전형이 ‘금수저·깜깜이’ 전형 등으로 불리며 대입제도의 공정성을 해치는 만큼 정시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다.

# 고교 교사·대학입학처장, ‘대입 정시 확대’ 반대 한목소리

정부가 대학 입시 공정성 강화를 이유로 서울 소재 주요 대학의 수능 위주 정시 비율을 높이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전국 대학 입학처장들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4년제 대학 입학처장들의 협의체인 전국대학교 입학관련처장협의회는 지난 1일 입장문을 통해 “지난해 공론화를 거쳐 ‘2022학년도 수능 위주 전형(정시) 30% 이상’ 등이 권고된 상황에서 이를 시행해보기도 전에 정시 확대가 재논의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수도권 주요 대학의 정시를 확대한다는 방안은 지역 간 대학 불균형을 심화하고 현행 수시 전형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크다”며 “교육부가 고교 교실 수업을 강화해온 2015 개정 교육과정 방향에도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재 논의되는 대입 개편은 지난해 공론화를 거쳐 발표했던 2022학년도 시행안을 그대로 수행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향후 2025학년도에 고교학점제 등이 예정돼 있으므로 대입 개편은 이에 맞춰 안정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의 10여년 전 사례 때문에 공정성 확보를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자기소개서 폐지, 학교생활기록부 비교과영역 미제공 등의 극단적인 방안은 대학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며 학종의 근간을 뒤흔든다”고 우려했다.

이어 “학종 취지에 맞게 자기소개서 반영은 대학 자율에 맡기고 학생부 비교과영역은 학생 선발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대입 개편 공론화 결과에 따라 정시 비율은 2022학년도부터 이전보다 5~10% 늘어난 최소 30%로 조정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최근 대입 공정성 강화 요구가 불거지자 서울 주요 대학 정시 비율만 2022학년도부터 40%대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국진학지도협의회와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는 전날 “지난해 8월에 발표한 2022대입제도 개편안을 시행하기도 전에 이를 다시 고치겠다는 것은 장기적 교육정책을 수립하겠다는 대통령의 공약을 스스로 지키지 않겠다는 것이며 학교 현장의 혼란은 안중에도 없다는 뜻”이라며 “문 대통령의 정시 상향 발언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전국 고등학교 교사의 약 60%가 대입 정시 비율 확대에 반대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교사 상당수가 정시 확대보다는 학종이 학생의 진로 개발이나 미래 역량 함양에 바람직한 전형이라고 답했다.

전국진학지도협의회와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는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3~25일 고등학교 3305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설문에는 진로·진학 담당이 아닌 일반 교과 교사들도 참여했다.

설문 참여 교사 10명 중 6명(59.8%)은 정시 확대에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교사들은 ‘2022학년도에 정시가 30% 이상으로 확대될 예정인데 추가로 확대할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에 38.3%가 ‘전혀 그렇지 않다’, 21.5%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교사들은 ‘학생의 진로 개발, 미래 역량 함양에 가장 적합한 전형은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78.9%가 ‘학종전형’을 선택했다. 이어 수능전형(11.2%), 학생부교과전형(8.0%), 논술전형(1.8%) 순이었다.

‘고교학점제에 가장 적합한 전형’을 택하라는 질문에도 ‘학종전형’이라고 답한 비율이 71.7%에 달했다. 학생부교과전형은 15.2%, 수능전형은 11.9%였다.

교사들의 71%는 학종이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학종이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 42.6%, 그렇다 28.4%로 집계됐다.

두 단체는 문재인 정부의 교육 정책 변경에 대해 우려했다. 이들은 “정시 확대는 교육적 가치보다는 여론만 추종하는 우매한 정책”이라며 “학교 현장을 혼란에 빠지게 하는 무분별한 대입 개편 논의를 즉각 중단하고 대입 개편 논의에 현직 교사와 대학 관계자를 참여시키라”고 촉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文대통령 ‘정시 확대’ 추진에 정치권도 들썩

수능 성적으로 입학생을 선발하는 정시 비중 상향을 두고 정치권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정시 비중 확대는 찬반을 넘어 그 비중을 법률로 명시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내년 총선에서 핵심 이슈가 될 전망이다.

지난달 25일 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에서 교육부는 학생부 종합전형 및 논술 위주 전형의 쏠림 현상이 높은 서울 소재 대학에 대해 정시 위주 전형 비율을 상향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이날 회의에서 “정시가 능사는 아닌 줄은 알지만 지금으로서는 ‘차라리 정시가 수시보다 공정하다’라는 입시당사자들과 학부모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정시 확대를 강조하면서다.

문 대통령은 “역대 정부는 대입 제도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많은 교육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라 점수 중심의 평가에서 벗어나 학생마다 소질과 적성이 다른 점을 반영하는 다양한 전형으로 입시의 공정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학종 위주의 수시 전형은 입시의 공정성이라는 면에서 사회적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며 “제도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국민적 불신이 커지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학종은) 입시 당사자인 학생의 역량과 노력보다는 부모의 배경과 능력, 출신 고등학교 같은 외부 요인이 입시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과정마저 투명하지 않아 깜깜이 전형으로 불릴 정도”라고 꼬집었다.

이어 “제도에 숨어있는 불공정 요소가 특권이 대물림되는 불평등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누구도 그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게 만든 것”이라며 학종 전형의 획기적 개선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전형자료인 학생부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동시에 대학이 전형을 투명하게 운영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현재 진행 중인 실태조사를 철저히 하고 결과를 잘 분석해 11월 중에 국민들께서 납득할만한 개선방안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지시한 내용은 오는 11월 교육부가 발표하는 교육제도 개선 방안에 구체적으로 담길 예정이다.

정시 비중 확대와 관련 정의당을 제외한 야당은 긍정적인 입장이다.

자유한국당은 ‘정시 비율 50% 이상 확대’를 당론으로 채택하고 이를 법률로 명시하기 위해 ‘고등교육법 개정안’도 당론 발의했다.

한국당은 정시 비중 확대에 환영하고 있으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부의 의지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김현아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한민국 입시제도는 대통령 지지율 올리겠다고 마음대로 해도 되는 게임이 아니다”라며 “당장의 여론 무마용 정책으로 우선 선거를 치르고 선거 후에는 학종을 보완했다면서 다시 수시를 올리는 건 아니냐고 의심한다”고 내다봤다.

반면 정부 정책에 호의적이었던 정의당은 등을 돌렸다. 정의당은 “정시 확대는 고소득층과 고학력, 강남에 유리하다. 고소득자와 강남에 유리한 정시수능의 확대로 공정성 및 형평성 저해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은 정시 ‘최소 30%로 확대’가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살필 때”라고 정시 확대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의견이 갈렸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학종이 완전하고 올바른 대입제도라 할 수는 없지만 이것이 대폭적인 정시 확대로 이어져야 하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같은 당 김병욱 의원은 “우리 교육 현장이 학종이 추구하는 바를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이 되기까지는 적어도 수능이라는 공정한 시험을 통한 선발 비중을 50% 이상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교육 이슈 선점에 노력하는 사이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내년 총선이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교육이 정쟁의 도구로 전락할 처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자료=리얼미터>
<자료=리얼미터>

# 대입 정시 확대 ‘찬성’ 63% vs ‘반대’ 22%

한편, 문 대통령이 교육의 공정성 확립을 목표로 대입 전형에서 정시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은 대학입시 전형에서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달 25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입 전형에서 정시 전형을 확대해야 한다’는 찬성 응답은 63.3%로 나타났다. 반면 ‘정시 확대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22.3%였다. 모름‧무응답은 14.4%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 모든 지역·연령·이념 성향·정당 지지층에서 찬성 응답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30대와 40대는 70% 이상이 찬성했다.

찬성 응답은 지역별로 경기·인천(찬성 70.3% vs 반대 18.5%)과 서울(68.7% vs 19.2%), 대전·세종·충청(65.2% vs 20.1%), 광주·전라(62.0% vs 25.1%), 부산·울산·경남(50.7% vs 28.7%), 대구·경북(45.5% vs 29.6%), 연령별로 30대(72.7% vs 17.1%)와 40대(70.8% vs 21.1%), 50대(66.9% vs 17.2%), 20대(62.8% vs 26.9%), 60세 이상(49.4% vs 27.2%)으로 집계됐다.

이념성향별로는 중도층(찬성 66.8% vs 반대 24.3%)과 진보층(64.6% vs 19.2%), 보수층(64.4% vs 23.8%), 지지정당별로 민주당(71.3% vs 13.5%)과 정의당(67.5% vs 16.9%), 한국당(52.9% vs 32.4%) 지지층, 무당층(62.3% vs 23.7%) 등 거의 모든 지역과 계층에서 대다수였다.

이번 조사는 무선 전화면접(10%)과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통계보정은 2019년 7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다.

정치인들의 자녀입시 의혹에서 시작한 정시 확대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장기전으로 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시 확대 시점과 비율을 놓고 학부모와 학생, 교직원, 시민단체, 대학교, 정부의 입장이 모두 엇갈리고 있는 상황.

특히 일각에서는 ‘공정성 강화’라는 목적과 달리 정시 확대가 일부 지역이나 계층에 유리한 방향의 개편이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또한 정시와 수시 비중이 아닌 입시 중심의 교육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교육부는 내달 중순쯤 구체적인 상향 비율과 적용 시기를 발표할 계획이지만 진짜 문제는 ‘정시 확대’ 그 다음이다. 정부의 정시 확대 방안을 확정한다 하더라도 실현되기까지 상당한 난관이 예상되고 있다. 

과연 정부가 각계각층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문제 해결 방안을 내놓고 교육계 혼란을 잠재울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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