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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명의 ,쉼표

[이상명의 ,쉼표] ‘무병장수(無病長壽)’ 소원, 엄마 그리고 잡곡밥

2019. 11. 15 by 이상명 기자
현미에 검은찹쌀, 기장, 수수, 조, 검은콩을 넣고 밥을 했다. <사진=이상명>

[공공뉴스=이상명 기자] 요즘 식사를 위해 밥을 할 때 도정한 흰 쌀을 제외하고 현미와 함께 검은찹쌀, 기장, 수수, 조, 검은 콩을 넣어 밥을 먹고 있다.

​외가쪽 유전 당뇨병으로 인해 엄마의 친할아버지도 60세가 넘어가면서 눈이 안보이기 시작했고 나의 외할아버지인 엄마의 아버지도 60세가 되기 전 합병증으로 세상을 뜨고 말았다.

​그리고 우리 엄마도 15년 전부터 당뇨를 앓기 시작한 후 당뇨에 좋다는 콩물도 마셔보고 여러가지 민간요법으로 당뇨를 자연치료 하려 노력했지만 결국에는 당뇨망막증, 당뇨성 신증 그리고 2년 전 12월 심근경색까지 발병하며 급기야 지난해 7월 사랑하는 딸을 두고 세상을 떠나버렸다.

​당뇨 치료를 위해서는 그 어떤 것보다도 매일 먹는 밥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당뇨를 치료해 보겠다 콩물을 드시면서도 여러차례 도정한 하얀 쌀밥은 맛있게 드시던 엄마였다.

엄마가 어린 시절에는 하얗고 반지르르 윤기나는 이밥, 즉 하얀 밥을 먹는 것은 부잣집의 상징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고전 드라마를 보다보면 ‘이밥에 소고기국’이라는 말도 등장하지 않던가.

​보릿고개가 되면 먹을 쌀은 커녕 보리(요즈음은 보리쌀이 별미로 각광받지만) 조차도 구하기 힘들었다고 하니 슈퍼마켓에만 가면 갖은 쌀종류가 넘쳐나는 현재와 너무도 다른 모습이다.

미디어에서는 몸에 좋다는 곡식류에 대한 정보가 하루에도 몇 건씩 쏟아지기도 한다. 무엇이 좋다고만 하면 얼마 안 있어 동네 슈퍼마켓에서조차 그 곡식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판다.

처음에는 불티나게 팔리던 곡식도 미디어를 통해 또 다른 건강식품이 등장해 버리면 언제 그랬냐는 듯 흐지브지 되버려 슈퍼마켓에는 재고가 쌓이면서 더이상 들여놓지 않는 현상이 반복되고 만다.

​당뇨에는 잡곡을 드셔보지 그러느냐는 내 조언에도 쓰러지기 직전까지 도정한 하얀 쌀밥만을 고집하셨다. “얼마나 더 살겠느냐, 먹고 싶은 거 먹고 사는 게 건강하게 사는거다”라며 고집을 부리셨다.

현대에 들어 예전보다 경제가 풍족해지고 육류 소비가 늘면서 성인병을 앓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건강보조식품을 찾는 이들의 수요도 커졌지만 건강보조식품만으로 몸을 고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생각이다. 그야말로 보조 아니던가.

매일 먹는 주식, 그 중에서도 빼 놓을 수 없이 매일 섭취해야 하며 삼시 세끼 꾸준히 접하는 밥이야 말로 우리 몸을 건강하게 유지시켜 주는 근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밥이 까맣다고, 빨갛다고 투정을 부리던 아이들도 이제는 하얀 쌀밥 대신에 잡곡밥을 아주 잘 먹는다. 당연히 먹어야 할 주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가끔 식당에 가서 흰쌀밥이 나오면 그 밥을 더 낯설게 생각할 정도니까.

​아이 친구의 손바닥이 하얗게 껍질이 벗겨졌다. 영양소가 부족한 것이 틀림없다. 옆에 있던 다른 학부모가 종합영양제를 먹이라는 말에 잡곡을 매일 먹여보라고 권했다. (물론 종합영양제를 먹어도 효과야 있겠지만) 변화가 올 것이라고.

한 두 가지의 잡곡이 아니라 넣을 수 있는 잡곡은 가능한 많이 넣고 흰쌀은 되도록 적게 넣어보라고. 그렇게 하면 밥만 먹어도 건강해지고 더 이상 손바닥 껍질도 벗겨지지 않을 거라고 귀띔했다.

그리고 얼마 후 다시 만난 그 엄마. 정말 신기하게도 아이 손바닥에 하얀 껍질도 없어지고, 얼굴에 각질도 없어졌다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모든 자연식품에는 껍질에 많은 영양소가 함유되어 있다. 그 좋은 영양소를 벗겨 먹는 사람들. 하얀 쌀밥을 매일같이 그것도 많이 먹으면서도 영양에 불균형이 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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