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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돋보기] 체벌·구타 등 폭력에 움츠린 성인 운동선수

2019. 11. 25 by 김수연 기자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시합 끝나고 카메라가 집중됐을 때 감독님한테 뛰어와서 두 팔 벌려 가슴으로 안기지 않았다고 화를 냈습니다.”

운동선수들의 성(性)적 피해와 폭력 관행이 여전한 가운데 실업팀 성인선수의 인권침해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실업팀 선수는 지자체, 공공기관, 기업에서 운영하는 직장운동부 소속 선수를 일컫는다.

선수들은 폭언과 폭력이 일상화 돼 있었고 여성선수에 대한 성폭력 문제도 빈번해 이들에 대한 보호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사진=뉴시스>

◆실업팀 운동선수 ‘인권침해 사각지대’

실업팀 성인선수 1251명의 대상자 중 33.9%(424명)는 언어폭력을, 15.3%(192명)는 신체폭력을, 11.4%(143명)는 성폭력 경험을, 56.2%(704명)는 (성)폭력 행위를 목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인권위)은 실업팀 성인선수의 인권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5일 밝혔다.

실태조사는 지난 7월22일부터 8월5일까지 모바일 설문조사와 심층인터뷰 등으로 이뤄졌으며 직장운동부를 운영하는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와 40여개 공공기관 56개 종목 총 1251명(남 635명, 여 616명)이 참여했다.

언어폭력의 경우 여성선수 37.3%, 남성선수 30.5%로 여성선수들의 피해가 다소 높았다. 주요 가해자는 지도자나 선배선수로부터 이뤄졌다.

언어폭력 장소는 주로 훈련장 또는 경기장(88.7%)에서 발생했고 이외에도 숙소(47.6%)나 회식자리(17.2%)에서도 언어폭력이 이어졌다.

신체폭력은 ‘머리박기, 엎드려뻗치기 등 체벌’이 8.5%로 가장 많았다. ‘계획에 없는 과도한 훈련’ 7.1%, ‘손이나 발을 이용한 구타’ 5.3% 등이 뒤를 이었다.

폭력 경험 주기는 ‘일 년에 1~2회’가 45.6%로 가장 높았고 이어 ‘한 달에 1~2회’ 29.1%, ‘일주일에 1~2회’ 17.0%, ‘거의 매일’ 8.2% 순이었다. 폭력 장소는 훈련장(73.1%), 합숙소 또는 기숙사(44.5%)였다.

실업선수가 직접 경험한 성희롱·성폭력 유형을 살펴보면 ‘불쾌할 정도의 불필요한 신체접촉’(손, 볼, 어깨, 허벅지, 엉덩이)을 경험한 선수는 66명(5.3%)으로 나타났다. 남성선수(2.2%)보다는 여성선수(8.4%)들이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많이 당했다.

성폭력 피해 세부 유형으로는 ‘신체 일부를 강제로 만지게 하거나 팔베개, 마사지, 주무르기 등을 시키는 행위’(남 1.4%, 여 2.7%), ‘신체의 크기나 모양, 몸매 등에 대한 성적 농담 행위’(남 1.6%, 여 5.2%)가 있었다.

‘강제 키스, 포옹, 애무’는 여성선수 11명, 남성선수 2명의 피해가 확인됐다. 디지털성범죄에 해당하는 ‘신체부위 촬영’ 피해 경험자는 여성선수 11명, 남성선수 2명으로 응답했으며 성폭행(강간)피해는 여성선수 2명, 남성선수 1명으로 드러났다.

실업팀 여성선수들의 경우 결혼, 임신, 출산과 관련해서도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감독이 선발명단에서 선수를 제외하거나 은퇴를 종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30대 실업팀 선수는 “제가 아이를 가지려고 준비한다고 했을 때부터 명단에서 제외시키려고 했다”며 “감독이 ‘할 수 있어? 힘들걸?’ 이런 식으로 얘기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숙소 생활 선택권 없어 지도자와 한 집에 살면서 다양한 사생활 침해도 있었다.

실업팀 합숙소 생활 경험은 86.4%로 대다수의 성인 선수들이 상시 합숙 훈련을 하고 있었다. 주된 합숙 이유는 ‘훈련에 집중할 수 있어서’(42.8%),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돼서’(34.1%), ‘팀워크를 위해’(31.5%)로 나타났다.

그러나 ‘내부지침으로 인한 강제’(29.3%), ‘지도자가 합숙소 생활을 원해서’(19.4%) 등 원하지 않는데도 어쩔 수 없이 합숙을 하는 경우도 상당했다.

인권위는 “실업팀 직장운동부는 여성선수들의 인권침해에 취약한 환경으로 원하지 않는 회식강요, 직장 성희롱 및 성차별, 결혼이나 임신‧출산으로 인한 은퇴 종용 문제를 경험하고 있었다”며 “여성지도자 임용을 늘려서 스포츠 조직의 성별 위계관계 및 남성중심 문화의 변화를 통한 인권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관련 부처, 대한체육회 등에 실업팀 직장운동선수의 인권보호방안을 마련하도록 할 방침이다.

<사진=뉴시스>

◆초·중·고 학생선수, 언어·성폭력 피해 ‘심각’

한편, 성인뿐만 아니라 초·중·고 학생선수의 인권침해도 심각했다. 상당수 학생들이 언어폭력과 신체폭력에 노출됐으며 이중 일부는 강간 등 성폭행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7월부터 9월까지 학생선수가 있는 전국 5274개교 초중고 운동선수 6만3211명을 대상으로 인권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 5만7557명 중 3.8%가(2212명)이 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응답자 중 9035명(15.7%)은 언어폭력을, 8440명(14.7%)은 신체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인 학교급별 성폭력 현황을 보면 초등학교의 경우 응답자 1만8007명 중 438명(2.4%)이 피해를 입었다. 중학교는 응답자 2만1952명 중 1071명(4.9%), 고등학교는 응답자 1만7598명 중 703명(4.0%)이 피해를 경험했다.

언어폭력의 경우 초등학교는 응답자 1만8007명 중 3423명(19.0%)이, 중학교는 응답자 2만1952명 중 3039명(13.8%)이, 고등학교는 응답자 1만7598명 중 2573명(14.6%)이 피해를 당했다.

신체폭력은 초등학교는 응답자 1만8007명 중 2320명(12.9%)이 피해를 경험했고 중학교에서는 응답자 2만1952명 중 3288명(15.0%)이, 고등학교에서는 응답자 1만7598명 중 2832명(16.1%)이 폭력을 겪었다.

성폭력 가해자는 주로 동성의 선배나 또래인 반면 언어·신체폭력은 코치나 감독이 가해자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폭력에 대해 괜찮은 척 그냥 넘어가거나 아무런 행동을 못 하는 등 소극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 측은 “학생 선수들이 각종 폭력에 노출돼 있지만 공적인 피해구제 시스템이 전혀 작동되지 않고 있다”며 “폭력으로부터의 보호 체계를 정교화하고 학생 선수 인권실태 전수조사를 정례화하는 것을 검토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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