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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2명 중 1명, 직·간접 피해 경험..신고해도 처벌 약해 악순환 반복

[공공돋보기] 디지털 성범죄로부터 안전지대는 없다

2019. 12. 03 by 김수연 기자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성범죄가 만연한 세상이다. 최근 매일같이 발생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다양한 형태의 성범죄 소식들이 넘쳐나고 있다.

​특히 유포된 뒤 확산이 빠른 디지털 성범죄로 인해 피해자가 겪게 되는 고통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크다. 하지만 처벌이 약하다는 점을 악용해 쉽게 범죄를 행하고 있는 실정.

실제로 서울 거주 여성 2명 중 1명은 몰래카메라와 같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점차 안전지대라고 부를 만한 곳이 사라지고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자료=서울시>
<자료=서울시>

3일 서울시가 서울 여성 368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울 여성의 디지털 성범죄 피해 실태 및 인식 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직접 경험하거나 목격한 여성은 43%(1581명)로 조사됐다.

이는 2명 중 1명 꼴로 디지털 성범죄에 노출된 셈. 이 중 직접 피해자는 14.4%(530명)에 달했다.

특히 2~30대 피해경험(직·간접)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았다. 직접 피해경험자는 30대가 16.1%, 20대가 15.6%, 10대가 15.4%, 40대가 13.2%로 나타나 전 연령대 여성이 성범죄에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조사에서 디지털 성범죄는 ▲카메라 등 매체를 이용해 상대의 동의 없이 신체를 촬영 ▲촬영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해당 촬영물을 동의 없이 유포, 유포 협박, 저장, 전시 ▲디지털 공간, 미디어, SNS 등에서 원하지 않는 성적 언어 폭력, 이미지 전송 등 성적 괴롭힘을 가하는 행위를 포괄했다.

직접 피해를 경험한 여성의 47.5%는 ‘원치 않는 음란물 등의 수신’ 피해를 입었다. 또 ‘특정 신체 사진 전송 요구’(30.4%), ‘특정 신체부위 노출 요구’(25.9%), ‘성적 모멸감이 느껴지는 신체 촬영 피해’(19.8%), ‘성적행위가 찍힌 영상 및 사진 무단 유포’(17%) 등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피해를 당하고 신고 등 대응을 했다는 응답자는 7.4%에 불과했다. 대처를 한 경우에는 신고보다는 ‘해당 온라인 서비스 이용을 중단’(17.1%), ‘가해자에게 정정 및 삭제 등 요구’(16%), ‘경찰에 신고’(13.9%), ‘센터 상담접수’(12.7%),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신고’(11.5%) 순으로 대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피해를 입고도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은 경우는 전체 피해자 530명 중 353명(66.6%)이었다. 그 이유에 대해 피해 여성들은 ‘처벌의 불확실성’(43.1%)을 가장 많이 꼽았다. ‘번거로운 대응 절차’(36.8%), ‘대응 방법 모름’(35.4%), ‘피해 사실이 알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30.6%) 등도 대응하지 않은 이유로 꼽혔다.

피해 후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는 ‘심리적 불안, 모멸감 등 정신적 스트레스’(27.6%)가 가장 높았으며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불안’(23.8%), ‘가해자에 대한 분노’(19.9%)가 뒤를 이었다.

피해 유형별 가해자는 ‘원치 않는 성적 대화(채팅)요구’(37.2%), ‘특정 신체 사진 전송 요구’(33.5%), ‘성관계 제안 수신’(32.1%) 피해의 경우 가해자가 ‘SNS 사용자’인 경우가 가장 많았다.

또한 ‘성적 모멸감이 느껴지는 사진 영상물의 타인 소지’(31.3%), ‘성적 행위가 찍힌 영상 및 사진 무단 유포’(27.8%) 등 피해에선 가해자가 ‘친구’(선후배 포함)인 경우가 많았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 경로는 메신저를 통한 범죄가 32.3%로 가장 높았으며 SNS(26.1%), 커뮤니티 사이트(25.3%), 이메일(24.8%), 채팅어플(18.6%) 순으로 확인됐다. 직접 피해 경험이 비교적 높은 10대에서는 SNS(46.9%), 메신저(40.6%), 채팅어플(26.6%), 온라인 게임(23.4%) 순이었다.

피해 대응이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었는지 여부에 대해 직‧간접 피해 여성(1580명) 중 ‘도움이 됐다’는 응답은 33.6%에 그쳤다. 대응을 했음에도 본인이 생각한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았다고 보는 이유로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미약해서’(42%), ‘신고내용에 대한 처리결과를 확인할 수 없어서’(20.7%)였다.

지난해 11월16일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대구시 아동여성안전지역연대 주관으로 ‘아동·여성이 안전한 세상 만들기’ 캠페인 행사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최근 늘어나는 다양한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고 시민들의 인식 개선과 사회적 경각심을 고취하고자 마련됐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11월16일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대구시 아동여성안전지역연대 주관으로 ‘아동·여성이 안전한 세상 만들기’ 캠페인 행사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최근 늘어나는 다양한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고 시민들의 인식 개선과 사회적 경각심을 고취하고자 마련됐다. <사진=뉴시스>

이처럼 디지털 성범죄가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처벌이 약하다는 점을 악용해 쉽게 범죄를 행하기 때문’(75.6%)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쉽게 접근 가능한 디지털 환경 특성 때문에 업로드가 용이해서’(48.3%), ‘기기 등을 매개로 한 전송과 유포가 가해자라는 인식이 약해서’(42.8%) 등의 순으로 높게 조사됐다.

디지털 성범죄 예방을 위한 정책으로는 ‘가해자 처벌 강화를 위한 법제 정비’(78.5%), ‘디지털 성범죄 및 온라인 이용 시민교육’(57.3%), ‘피해 감시 모니터링 및 단속’(50.2%), ‘유통 플랫폼 운영자 규제’(35.2%), ‘피해자 지원을 위한 상시기구 확충’(34.2%) 순으로 응답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성범죄 예방과 피해자 지원을 위해 서울지방경찰청, 서울시교육청,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한국대학성평등상담소협의회 등 4개 단체와 함께 ‘온 서울 세이프(On Seoul Safe)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온라인 익명 상담부터 고소장 작성, 경찰 진술 동행, 소송 지원, 심리상담 연계까지 피해구제 전 과정을 일대일로 지원한다. 모든 과정은 젠더폭력 분야 10년 이상 경력을 보유한 ‘지지동반자’ 3명이 전담한다.

아울러 전문 강사 40명을 양성해 초·중학생 5000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성범죄예방교육을 추진하는 한편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지지하는 ‘IDOO(아이두) 공익캠페인’도 시작한다.

몰래카메라 등 디지털 성범죄는 사회적 의제로 자리 잡았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지만 국민의 공포는 여전하다.

특히 온라인을 통한 유포사건이 발발할 경우 피해자는 본인이 촬영된 유포 사진이나 영상을 지인이 볼까봐 두려워하며 인생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디지털 성범죄가 발붙일 수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행정과 법의 정비가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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