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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진단] 日에 영원히 면죄부 주는 ‘문희상 안’

2019. 12. 19 by 유채리 기자

[공공뉴스=유채리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해법으로 제시한 이른바 ‘1+1+α’ 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반발 기류가 거세다.

문 의장이 발의한 법안의 주요 골자는 한일 양국의 기업과 국민들이 성금으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대법원이 일본의 한반도 불법 강점과 일본 기업‧일본 정부의 책임을 분명히 했음에도 ‘문 의장 안’은 한국 기업과 국민을 기금 조성에 끌어들여 일본의 책임을 무화시키고 피해자를 삭제했다.

불법과 범죄에 대한 책임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져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일부 시민단체들은 ‘문희상 법안’이 강제동원 피해자의 인권을 짓밟고 일본에 면죄부를 주는 법안이라며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근로정신대와 함께하는 시민모임·광주시민단체협의회 등 44개 단체가 19일 광주 서구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 내용을 담은 ‘문희상 국회의장 안’의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참석, 법안 반대의 뜻을 담은 손편지를 낭독했다. <사진=뉴시스>

◆‘문희상 해법안’에 시민사회단체 반발..“반인권적·반역사적 법안”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국민성금 등으로 모은 위자료를 지급하겠다는 방안이 담긴 문희상 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등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는 19일 광주 서구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의 사죄 없는 더러운 돈을 받도록 규정한 문희상 안의 법안 통과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91)는 자신이 직접 쓴 국회의원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양 할머니는 “나고야미쓰비시 회사로 끌려간 것이 국민학교 6학년 때였다”며 “중학교도 보내주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다는 말에 갔지만 다 거짓이었다. 미쓰비시는 우리를 동물 취급하고 죽도록 일만 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은 일본에 갔다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를 폭행하고 외면했다. 지금까지 흘린 눈물이 배 한척을 띄우고도 남을 것”이라며 그간 힘겨웠던 삶에 대해 털어놨다.

양 할머니는 “내 나이가 91살이 됐다. 내가 돈에 환장에서 지금까지 온 것이 아니다”라며 “기부금이라는 말이 무슨 말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나를 무시하더니 당신들까지 나를 무시하느냐”며 “어느나라 국회의원이냐. 당신들의 딸이 끌려갔어도 이렇게 할 것이냐”고 꼬집었다.

양 할머니는 “내가 지금 곤란하게 살아도 거지는 아니다”며 “내가 일본에 가서 당한 수모와 고통을 의원들은 눈으로 안 봐서 전혀 모를 것이다. 절대로 사죄 없는 그런 더러운 돈은 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양 할머니의 자필 편지 낭독에 이어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 역시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문희상 안을 법안 발의를 규탄했다.

시민사회단체는 “문희상 안은 한마디로 사죄와 반성 없는 ‘기부금’을 피해자들에게 지급하고 일본 정부와 전범기업의 역사적·법적 책임을 묻지 않은 채 가해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겠다는 반인권적이고 반역사적인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해 대법원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소송에서 “불법적인 식민지 지배·침략 전쟁 수행과 직결되는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기초한 위자료 청구권은 한일 청구권 협정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원고들의 배상 청구권을 인정했다.

이는 한반도 식민지배와 반인도적 불법행위의 역사적 책임과 법적 책임이 일본정부와 피고기업에 있음을 명백히 밝힌 판결로, 20여년 넘게 법적 투쟁을 해 온 피해자들의 눈물겨운 성과이자 역사적인 승리였다.

그러나 일본은 대법원 판결 1년이 넘도록 배상 판결 이행은커녕 수출규제, 화이트리스트 국가 제외 조치로 한일관계를 악화시키는 한편 ‘한국이 국제법을 위반했으니 한국정부가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해왔다.

이 같은 시기에 발의된 ‘문 의장 안’은 일본과 전범기업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대법원의 판결을 우리 국회가 나서서 스스로 무력화시키고 가해자 일본의 주장을 그대로 실현시킨 꼴이 됐다는 게 시민사회단체의 주장이다.

시민사회단체는 “역사적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을 외면한 채 피해자들의 화해만을 강조하는 것으로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가해자의 사죄가 수반되지 않은 ‘기부금’ 방식의 금전 지급은 피해자들에 대한 심각한 인권침해”라며 “이 ‘기부금’은 자발성을 전제로 하고 있어 강제동원 가해 기업들이 기부금을 낼 의무가 전혀 없다”고 반발했다.

시민사회단체는 “문희상 안은 피해자들을 우롱하는 반인권적인 법안으로 아무런 해결도 못 하고 가해자의 책임만 면제함으로써 또 다른 한일 갈등을 낳을 것”이라며 “‘문 의장 안’은 피해자들의 권리를 구제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일본 책임 세탁법”이라고 천명했다.

아울러 “반역사적인 입법에 동조해 피해자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 역사를 후퇴시킨 국회의원들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법안이 철회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1회국회(정기회) 제12차 본회의에서 2020 예산안을 가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文의장,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 ‘문희상 안’ 발의

문 의장은 전날(18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과 관련된 ‘기억·화해·미래재단법안’과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문 의장은 “(이 법안은) 1998년 10월 대한민국 김대중 대통령과 일본의 오부치 게이조 총리가 함께 선언했던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 중 ‘금세기의 한·일 양국 관계를 돌이켜보고 일본이 과거 한때 식민지 지배로 인해 한국 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줬다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했다’는 일본 정부의 반성·사죄의 뜻을 재확인하는 역할을 한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밝혔다.

문 의장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법안을 정책대상과 적용 법리에 따라 ‘기억·화해·미래재단법안’과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2건으로 분리해 대표발의 했다.

‘기억·화해·미래재단법안’은 2018년 말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이미 집행력이 생긴 국외강제동원 피해자들과 재판에서 승소가 예상되는 피해자들 및 그 유족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목적으로 특수 재단(기억·화해·미래재단)을 설립해 양국 기업과 개인 등의 자발적 기부금을 재원으로 조성한 기금(기억화해미래기금)에서 위자료를 지급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기억·화해·미래재단’을 설립해 국외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위자료 지급, 추도·위령사업, 강제동원 피해에 대한 조사·연구 등을 수행하게 하되 위자료는 국외강제동원 기간 중 있었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피해에 상응하는 금전으로 규정했다. 

또한 재단이 설치하는 기억화해미래기금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기업·개인 등의 기부금으로 재원을 조성하되 기부금을 모집할 때 기부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시했다.

특히 재단이 위자료를 지급하면 이는 제3자 임의변제로서 해당 피해자의 승낙을 받아 재단이 채권자대위권을 취득한 것으로 간주하고 위자료를 지급받은 피해자는 확정판결에 따른 강제집행 청구권 또는 재판청구권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했다.

화해치유재단 잔액 60억원과 관련된 내용은 이 법안에서 별도로 규정하지 않았다.

아울러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은 2015년 말까지 활동했던 조사지원위원회를 다시 구성하고 일제 강제동원피해에 대한 진상조사 및 위로금 등의 지급과 관련해 종래 미진했던 부분을 보완·마무리하도록 하려는 목적을 담고 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를 부활시키되 강제동원 피해의 조사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온 경우에도 이후 피해를 증명할 수 있는 새로운 자료가 발견되면 피해신고인 또는 진상조사 신청인의 신청에 의하거나 직권으로 재조사할 수 있도록 했다.

위원회는 강제동원 피해와 관련해 조사·축적한 각종 정보·자료를 기억·화해·미래재단과 정보망으로 연계해 공유하도록 했다.

미수금지원금 액수의 경우 이 법의 제정(2010년)이 9년 이상 지난 점을 고려해 그 동안의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사망 시 그 배우자에게도 의료지원금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고 피해자 또는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중 사망한 사람의 유해 발굴·수습·봉환에 필요한 유전정보를 얻기 위해 유해 및 그 유족에 대해 유전자검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문 의장은 자신의 구상을 법안에 담기 위해 다양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쳤다. 

문 의장 측은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피해자 중심’의 지원 방안이면서 한일 갈등을 푸는 가장 현실적이고 실현가능한 방안이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문 의장은 이런 의견들을 최대한 수렴해 장시간에 걸쳐 법안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문 의장은 “현재 교착상태에 빠져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 양국관계가 과거를 직시하는 동시에 미래를 지향하는 관계로 나아가도록 (이 법안이) 마중물의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다만 강제동원 문제 해결 방안을 담은 ‘문희상 법안’이 징용 피해자들과 국내 여론이 온전히 납득할만한 법안인지는 의문부호가 달리는 상황이다.

위안부 피해자 관련 단체들이 사과하지 않는 일본 정부에 면죄부를 준다고 크게 반발하며 ‘문희상 안’을 폐기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20대 국회 내 처리하겠다는 문 의장 측의 계획은 국민여론과 반대로 가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 같아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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