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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명의 ,쉼표

[이상명의 ,쉼표] 친구가 보내온 김장김치

2019. 12. 24 by 이상명 기자

[공공뉴스=이상명 기자]

어젯밤,

‘띵동~’
“택배입니다!”

아이스박스에 매직으로 쓴 ‘김치’라는 글씨가 커다랗게 보인다. 이어 보낸 사람을 봤더니 친구의 이름.

사진=이상명 기자
<사진=이상명 기자/공공뉴스DB>

무슨 뜻인지 알기에 오늘도 난 눈물이 핑 돈다. 이제 눈물이 마를 때도 됐건만.. 

그동안 엄마가 반찬이고 김치고 해주셨다는 걸 너무 잘 아는 친구이기에 엄마가 돌아가신 후 첫 겨울인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렇게 김장김치를 보내왔다.

마트에서 김치를 구매하며 이 나이 먹도록 김치 하나 담그지 못하는 내가 무척이나 한심스러웠는데 말이다.

내 친구 역시 엄마가 보내주셨단다.

너 먹지 뭘 이렇게 많이도 보냈느냐고 했더니
“어휴, 야야 너무 많아서 어디 둘 곳도 없어서 처치 곤란으로 보낸 거야”
라고 굳이 덧붙이는 이유를 나는 안다. 내가 미안해 할까봐 그런 것임을 말이다.

친구의 엄마든 나의 엄마든 누군가의 엄마 손길로 담근 김치라는 생각에 순간 눈물이 왈칵.

‘엄마’라는 말은 언제 어디서 들어도 눈물이 자동적으로 반응하고 만다.

하얀 쌀밥에 물을 말아 친구가 보내 준 김장김치를 밥에 얹어 먹었다. 어릴적 엄마가 김장을 하던 날이면 가까운 친척들도 김장을 도우러 와서 모두 둘러 앉아 삶은 돼지고기를 김장김치에 싸서 먹던 기억이 스친다.

어린 나는 김장하는 엄마 옆에 앉아 무엇이 그리도 신기한지 내내 들여다보곤 했다. 그러면 엄마는 고무장갑 낀 손으로 노란 배춧잎에 김장 속을 넣어 둘둘 말아 입에 쏙 넣어주곤 하셨다. 매콤한 무채와 아삭아삭 배춧잎이 씹히면 그렇게도 꿀맛이었는데..

지난해 돌아가시기 전까지 매년 김장철이면 엄마는 김장을 하셨다. 그 힘든 몸으로 말이다.

그 소중함과 고마움, 애틋함을 그때는 미처 몰랐다. 어리석게도.

친구 어머니가 담가 주신 김장김치를 넋놓고 한참을 바라봤다. 너무나도 아까워 어찌 먹을지 두 손으로 통에 담아 고이고이 냉장고에 넣었다.

단 한 명이라도 진정한 친구를 두면 그것은 성공한 인생이라고들 하지 않던가. 나이 들고 시간 갈수록 친구가 제일이라고 하는 사람들 말이 무언지 알 것도 같다.

너무 행복해서 눈물나는 엄마의 김장김치 추억 속 변함없이 내 손을 잡아준 친구가 있기에 나는 오늘도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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