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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돋보기] 어린이 만화책의 사회적 책임

2019. 12. 24 by 김수연 기자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일반적으로 그림이나 사진이 포함돼 있는 책은 활자로만 가득 찬 책보다 접근하기 쉽고 활자매체에 익숙하지 않은 자들도 쉽게 읽을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특히 만화책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가장 손쉽고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책임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어린이용 만화책에 이별 통보를 한 여자친구에게 염산을 뿌리는 장면이 담겨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가 된 책은 구독자 143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의 내용과 캐릭터를 가져오고 작가의 창작을 더해 재가공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아동서에 성평등 의식이 부재하며 여성혐오를 ‘조기교육’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출판사는 해당 만화책을 전량 폐기하기로 했지만 인기 캐릭터가 나오는 만큼 아이들의 모방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어린이용 만화책에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에게 염산을 뿌리는 장면이 묘사돼 논란이 일었다. <사진=트위터 캡쳐>

문제가 된 만화책 ‘태경TV 학교 탈출’을 출간한 대원키즈는 지난 23일 공식 홈페이지에 “12월 출간한 책 내용에서 부적절한 내용과 잔혹한 장면이 수록됐다”며 “어린이 대상의 도서를 만드는 출판사에서 사전에 충분히 잘못된 점을 인지하고 내용 및 표현을 수정하지 못한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사과문을 게시했다.

대원키즈는 “향후 책에 대한 보다 철저한 검증과 확인뿐만 아니라 기획 단계 및 작가 원고의 검증과 시스템 전반에 대해 재정비해 앞으로는 절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도서는 23일 바로 회수하고 폐기 조처를 취했다”며 “구매하신 독자들은 구입처에서 환불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책은 만 7세 이용가로 구독자 143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태경TV의 내용과 캐릭터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내용의 만화다.

문제가 된 장면은 여자친구에게 이별 통보를 받은 남성이 염산테러를 하는 부분이다. 책에서는 ‘무척 도도하고 건방진’ 여성이 이별을 통보하자 ‘복수심에 불탄’ 남자가 며칠씩 여자 주변을 맴돌다 여성 얼굴에 염산을 부어버렸다는 내용이 묘사됐다.

또한 “여자는 겨우 목숨은 건졌지만 얼굴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흉측하게 변해 버렸다”는 대사와 함께 염산 테러를 당해 녹아내린 여성의 얼굴도 적나라하게 묘사돼있다.

해당 장면은 누리꾼들이 SNS에 올리면서 급속도로 확산됐다. 누리꾼들은 해당 장면이 가해자인 남성의 시선에서 데이트 폭력과 여성혐오를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장면 묘사와 대사가 이별의 원인을 여성 탓으로 돌리고 있으며 마치 여성이 범죄를 당할만한 원인을 제공한 것처럼 그려져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염산으로 얼굴이 녹아버린 장면을 자극적으로 묘사해 성장기의 어린이들에게 그릇된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간행물윤리위원회 홈페이지의 유해간행물 신고 게시판에는 수십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논란이 커지자 ‘태경TV’ 측은 해당 내용이 영상과 다르다며 진화에 나섰다.

‘태경TV’는 “학교탈출 책에 부적절한 내용이 있었고 확인해보니 경악을 금치 못할 장면이 수록돼 있었다”며 “꼼꼼히 확인해 이런 내용이 나오지 않도록 했어야 했는데 책을 보고 놀라신 모든 분들에게 죄송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학교탈출 책은 제 콘텐츠에서 이상한 귀신이나 괴물이 출몰하는 학교에서 탈출한다는 내용의 콘셉트만 빌려온 상태였다”며 “영상 내용에는 그런 혐오적 내용은 절대 없다. 오해하지 말아달라”고 해명했다.

출판사가 전량 폐기를 결정했지만 출간 후 어떤 사람들이 읽을지, 만화가 공개된 후의 반응에 대한 예상 등에 대해 조금만 더 연구하고 고민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문제는 단순히 여성을 부정적으로, 끔찍한 범죄의 희생양으로 그려진 부분만 볼게 아니라 남녀의 부정적인 모습을 캐릭터화 한 부분도 경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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