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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명의 ,쉼표

[이상명의 ,쉼표] 유럽식 자유혼 ‘결혼’을 다시 쓴다

2019. 12. 27 by 이상명 기자

[공공뉴스=이상명 기자] 송송커플로 불리며 금슬(琴瑟)을 자랑하던 유명 연예인이 결혼식을 올린 지 채 얼마 되지도 않아 이혼 소식을 알려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결혼은 사랑의 완성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도리어 그것이 영원한 결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에 놀랍다. 오랜 연애를 하고도 결혼에 골인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결별 소식을 알리는 경우도 흔한 까닭이다.

<사진=공공뉴스DB>
<사진=공공뉴스DB>

9년여의 연애기간을 가졌던 지인도 결혼식을 올리고 2년이 채 되지 않아 남남이 됐다. 사랑의 결실은 결혼이라고 생각해 왔던 많은 사람들에게 이들의 이별은 꽤 신선한 충격을 안겼던 기억이 난다.

오랜 연애에도 지칠 줄 모르고 사랑을 표현하던 이들의 결혼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잦은 불화를 겪더니 급기야 이혼이라는 충격적인 소식까지 전했다.

혹자는 이혼한 부부는 남만도 못한 사이가 된다고 한다. 과연 결혼을 하지 않았어도 이처럼 슬픈 결별을 맞이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감정도 인간의 뇌 화학반응이라는 해외 연구결과가 있었다. 처음 무엇을 접할 때 신기하고 설레고 긴장되는 마음도 시효 2년6개월이 지나면 흐지부지 된다는 것. 사람을 사랑하는 감정 또한 이와 같아서 불타는 사랑을 하다가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밍숭맹숭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들은 9년여의 기간을 변함없이 사랑했었다.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렸지만 한 집에서 같이 살고부터 사랑이 식기 시작했다는 지인의 말에 결혼이라는 제도가 도리어 이들의 사랑을 마감시켰다는 생각까지 도달했다.

연애는 늘 함께하지는 못한다. 예쁘고 멋있는 모습으로 데이트를 즐기다가 아쉬운 마음을 남긴 채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결혼은 어떠한가? 늘, 항상, 언제나 함께다.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눈 뜨면 보게 된다. 예쁘고 멋진 모습만이 아니라 침 흘리며 자는 모습, 자다 깬 후 뻗친 머리, 코고는 소리를 원치 않아도 들어야 하며 심지어 이까지 갈아대는 사람이라면..

서로를 향한 설레임이나 두근거리는 긴장감이 생길 리 만무하다. 이쯤되면 지나다니는 길거리의 남녀에게 눈이 돌아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지 않을까.

한 남자, 한 여자와 평생을 사랑하면서 정절을 지키는 것이 과연 인간의 초자연적 감정으로 가능한 것인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유럽 중에서도 특히 프랑스의 결혼율은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출산율은 대한민국보다 높다. 자유혼이 성행하는 프랑스는 집안과 집안의 결혼이 아니라 개인과 개인이 사랑해서 같이 사는 형식이다. 또한 사랑이 없어지면 언제든 이별이 가능하다.

특히 사랑해서 아이를 낳았지만 사랑이 끝나 헤어진다 해도 국가는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한부모 가정을 지원한다. 아이가 성장해서 어른이 될 때 까지 잘 키울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을 뒷받침 해준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떠한가? 결혼율은 프랑스보다 높지만 출산율은 지극히 낮아 지구에서 가장 먼저 소멸할 나라로 언급되기도 한다. 집안 대 집안의 결합을 결혼이라고 생각하는 한 한국의 이혼율은 결코 낮아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랑이 식어 이혼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이혼사유를 조사한 결과만 보아도 사랑보다는 집안문제, 시댁문제 등 기타의 사유가 더 많음은 부정할 수 없다.

1930년대 여류화가 나혜석은 이렇게 말한다. 유럽에서는 가정을 위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바람도 피운다고. 도리어 그것이 가정에 원만함을 가져온다고.

그렇기에 유럽 남자들은 여자들에게만 정절을 요구하지도 않는다고. 내가 그러하니 당신이 그리해도 이해해 주는 사회. 결혼율은 낮지만 출산율은 높은 나라. 자유혼이 성행해도 무너지지 않는 문화.

오늘날 나혜석의 주장은 극단적으로 보여질 수 있다. 그러나 우리도 이제 인간이 만든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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