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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산업계에 전화위복 된 日 수출규제..‘1·2세대’ 조양호·김우중·구자경 역사 속으로

[공공뉴스-아듀 2019] ②경제·산업 7대 뉴스

2019. 12. 31 by 이민경·정혜진 기자

[공공뉴스=이민경·정혜진 기자] 2019년은 국내 기업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고단하고 다사다난한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전례 없는 일본발(發) 경제보복으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고, 국내 경제 발전을 이끌었던 1·2세대 재계 큰 별들은 연이어 타계하는 등 숨가쁜 한 해를 보냈다. 이런 와중에서도 5G 상용화와 폴더블폰 출시를 전 세계 최초로 이뤄내며 우리나라의 IT 기술력을 공고히 하는 저력도 과시했다. 하지만 과거부터 지적의 대상이 돼 왔던 도시정비사업 비리 문제는 사상 초유로 입찰 무효 사태까지 확대되면서 건설사들은 지탄을 받았고, 글로벌 굴지의 그룹 삼성의 고위 임원들은 최근 잇단 재판에서 줄줄이 실형 선고를 받으면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기해년(己亥年)의 마지막을 앞두고 <공공뉴스>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올 한 해 경제·산업계 이슈에 대해 짚어봤다.

흥사단 관계자들은 지난 8월3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백색국가 제외 일본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시스
흥사단 관계자들은 지난 8월3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백색국가 제외 일본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시스>

-日 수출규제에 100% 국산화 외친 정부·기업들

일본 정부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관련해 지난 7월1일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필요한 부품 등 한국 수출을 제한하는 조처를 같은달 4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일본은 8월에는 수출우대국인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기도 했다.

당시 수출 규제 품목에는 TV와 스마트폰의 유기이엘(EL) 디스플레이 부품으로 사용되는 플루오린 몰리이미드, 반도체 제조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리지스트와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등이 포함됐으며 이와 관련된 제조 기술 이전(제조 설비 수출 관련도 포함)이 포함됐다.

이 같은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한국 산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수출규제 품목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는 일본 의존도가 높은 까닭.

하지만 정부와 기업의 발빠른 대처로 생각보다 피해는 크지 않았고,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국내 기술 독립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오히려 산업계 자생력을 키우는 득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정부는 일본 수출 규제를 계기로 내년 소재·부품·장비 분야 예산안에 올해보다 두배로 늘어난 1조2716억원을 편성하는 등 소·부·장 국산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왼쪽부터) 전 구자경
(왼쪽부터) 故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故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故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재계 거목 조양호·김우중·구자경 타계

올해는 한국 경제 성장을 이끈 1, 2세대 재계 거목들의 타계 소식이 잇따랐다. 4월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에 이어 12월에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작고 소식이 이어졌다.

대한항공 창업주인 조중훈 회장의 장남인 조 전 회장은 1974년 대한항공에 입사 후 한진그룹을 국내 대표 운송·물류 기업으로 키워내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진그룹은 국내 항공사 1위 사업자인 대한항공을 주력 계열사로 두고 있다.

김 전 회장은 1999년 대우그룹이 해체되기 전까지 자산규모 기준 현대에 이어 국내 2위의 기업을 일군 1세대 기업인이다. 김 전 회장은 만 30세인 1967년 대우실업을 설립한 후 사세를 확장했는데 초반 자본금은 500만원, 직원은 5명에 불과했다.

1925년생인 구 명예회장은 LG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의 장남으로 1970년 LG그룹 2대 회장에 올라 25년간 그룹을 이끌었다. 특히 구 명예회장 취임 직후 LG는 주력사업인 화학과 전자 부문을 부품소재 사업까지 영역을 확대, 원천 기술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수직계열화를 이루며 현재의 LG 모습을 갖출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이동통신 3사는 4월3일 밤 11시 5세대 이동통신인 5G 상용화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시작했다. 사진=뉴시스
국내 이동통신 3사는 4월3일 밤 11시 5세대 이동통신인 5G 상용화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시작했다. <사진=뉴시스>

-미국과 눈치싸움 승리..세계 최초 5G 상용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는 4월3일 밤 11시 기습적으로 1호 5G 가입자 개통 행사를 진행, 한국은 지난해 12월1일 세계 최초로 기업용 5G 상용화 성공 이후 일반용 5G 서비스도 세계 최초 타이틀을 얻게 됐다.

당시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이 4월11일로 예정됐던 5G 상용화 일정을 4일로 앞당긴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세계 최초 타이틀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정부와 국내 이통사들은 철통 보안 속에서 이보다 앞선 3일 밤 5G 1호 가입자 개통을 한 것.

이통3사는 5G 서비스 출시 후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콘텐츠 등 무제한 상품을 업그레이드하면서 경쟁을 이어갔다. 그 결과 5G 가입자 수는 빠르게 증가했고, 11월말 기준 430만 가입자를 넘어섰다. 이는 역대 통신 세대 전환 중 가장 빠른 수치다.

하지만 이동통신 시장의 혁신과 경쟁 속 5G 품질 논란 등 부작용도 있었다. 이통3사는 이 같은 초기 품질에 대한 소비자 불만을 줄이기 위해 연말까지 기지국장치 23만개 85개 도시, 인구대비 93%까지 5G 커버리지를 구축하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 5G’(Galaxy Fold 5G)를 출시, 지난 10월21일부터 삼성전자 홈페이지와 전국 삼성 디지털 프라자, 모바일 스토어, 이동통신사 매장 등에서 일반 판매를 시작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 5G’(Galaxy Fold 5G)를 출시, 지난 10월21일부터 삼성전자 홈페이지와 전국 삼성 디지털 프라자, 모바일 스토어, 이동통신사 매장 등에서 일반 판매를 시작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접어서 사용하는 폴더블폰의 등장

2019년에는 디스플레이를 접어서 사용할 수 있는 폴더블(Foldable Phone) 스마트폰이 시장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은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빌 그레이엄 시빅 센터에서 열린 ‘삼성 갤럭시 언팩 2019’ 행사에서 폴더블폰인 ‘갤럭시 폴드’를 언론에 첫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4월26일 미국 시장에 갤럭시 폴드를 처음 출시한 후 순차적으로 유럽 15개국과 한국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이음새(힌지) 결함 논란 등으로 한차례 출시가 연기됐다.

우여곡절 끝 9월 삼성전자가 전세계 최초로 내놓은 폴더블폰은 239만8000원이라는 높은 출고가에도 불구,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출시와 동시에 완판 행진을 기록하는 등 현재까지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일대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일대 모습. <사진=뉴시스>

-재개발·재건축 수주전 과열..사상 초유 입찰 무효 사태

올해도 대규모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서 시공사 선정이 잇따르면서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경쟁도 상당히 치열했다. 최근 도시정비사업 수주 가뭄인 상황에서 대규모 사업장들에 건설사들은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조합원 금품 제공 등 건설사들의 비리 문제가 끊이질 않아 비난이 일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최근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과열 양상을 보인 총 사업비 7조원 규모의 강북 최대어로 꼽히는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구역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하고 사상 초유의 입찰 무효를 선언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한남3구역 시공사 선정이 불공정, 과열 양상을 보이자 최초로 입찰 관련 현장 점검을 실시해 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GS건설이 모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위반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한남3구역 재개발조합은 이달 27일 대의원 총회를 열고 시공사 재입찰 안건과 추후 임시총회 개최 안건을 원안대로 통과시키는 등 한남3구역 시공사 선정은 재입찰 순서를 밟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파괴 1심 판결 선고 입장발표 기자회견’ 을 열고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파괴 1심 판결 선고 입장발표 기자회견’ 을 열고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삼성 증거인멸·노조와해 사건..法 “그룹 차원 조적적 범행”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증거인멸 사건과 삼성전자서비스 및 에버랜드 노조와해 사건 1심 판결이 최근 끝난 가운데 해당 사건과 연루된 대부분 고위급 임원들이 줄줄이 실형 선고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는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삼성전자 재경팀 소속 이모(56) 부사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삼성전자의 박모(54) 사업지원TF 보안담당 부사장과 김모(54) 사업지원TF 부사장에게는 각각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또 이들의 지시를 받고 증거인멸 등을 한 임직원들에게도 모두 유죄가 선고됐다.

이 부사장 등은 삼바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가 예상되자 지난해 5월부터 삼바와 삼성바이오에피스 내부 문건 등을 은폐·조작하도록 지시하거나 실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직원들의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에서 이 부회장을 뜻하는 ‘JY’, ‘미래전략실’, ‘합병’ 등 키워드로 노출되는 분식회계 관련 자료를 삭제하고 회사 가치평가가 담긴 문건을 조작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혐의다. 또 삼바 직원은 윗선의 지시에 따라 다수의 회사 공용서버 및 저장장치 등 증거물을 공장 바닥에 묻은 혐의도 있다.

또한 삼성 노조와해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협력업체’로 이어지는 부당노동행위 공모관계를 인정하면서 삼성그룹 차원의 조직적 노조와해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설립 및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은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함께 기소된 강경훈 인사팀 부장에게도 같은 형량이 선고됐다. 두 사람은 이날 선고 직후 법정구속됐다.

아울러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는 징역 1년6개월, 최평석 전 삼성전자서비스 전무 징역 1년 2개월, 목장균 삼성전자 전무 징역 1년, 송모 삼성전자 자문위원은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특히 재판부는 이들 사건을 모두 ‘삼성그룹 차원의 조직적 범행’이라고 판단, 초일류 삼성의 두 얼굴에 많은 이들은 분노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또 일각에서는 현재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7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9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7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9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연금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 강행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이 투자한 기업에 이사 해임, 정관 변경 등을 요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을 이달 27일 처리했다.

가이드라인에는 국민연금이 불법 행위로 기업가치를 훼손했다고 판단한 기업들에 대해 법원 판결과 상관없이 이사 해임이나 정관 변경 등을 건의하기로 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에 과도한 간섭을 할 빌미를 줄 것이라는 경영계 우려가 나오자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의결을 연기했지만, 그러나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대상 기업과 범위, 절차 등을 규정한 지침을 한 달 만에 강행 처리한 것.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의 기업 경영 참여가 본격화됐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기업 경영에 대한 개입이나 간섭이 아닌 기업 가치를 높이고 주주가치를 제고해 국민연금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라고 밝혔지만, 경영계는 국민연금이 기업 활동을 과도하게 위축시킬 우려를 표하며 가이드라인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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