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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돋보기] 납득하기 어려운 안태근 무죄 판결

2020. 01. 13 by 김수연 기자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후배 검사를 성추행하고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안태근 전 검사장에게 대법원이 무죄 취지 판결을 내린 것을 두고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가 조직 내 성폭력 피해자의 불이익을 외면하는 대법원을 향해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 지난 2018년 1월 서지현 수원지검 성남지청 부부장 검사는 과거 안 전 검사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고 이 폭로는 한국 사회 각계의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으로 번졌다.

수사에 나선 검찰은 안 전 검사장이 자신의 성추행 사실을 덮기 위해 서 검사를 직권을 남용해 서 검사를 좌천시켰다고 보고 안 전 검사장을 기소했다.

1·2심은 이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안 전 검사장에게 실형을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관계자들이 1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안태근 무죄판결한 대법원 규탄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이하 미투시민행동)은 1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안태근 무죄 판결한 대법원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미투시민행동은 “대법원 판결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성폭력과 조직 내 성폭력 문제 제기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 조치를 통한 무마 은폐, 입막음을 사법부가 제대로 들여다봐야 하는 책무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수많은 사람이 있는 장례식장에서 법무부 장관을 보좌하던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이 평검사를 성추행했다”며 “검찰에서 이를 기소하고 1·2심에서 검찰 내 부당한 인사 조치가 있었는지 상세한 심리를 거쳐 2년 형을 선고했던 것은 그동안 이와 같은 사건들이 쌓이고 묵혀온 현실에 대한 최소한의 응답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달 9일 대법원은 2심 판결에 대해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했다”며 “그동안의 성폭력 무마 은폐에 이용돼 온 수단이자 도구인 인사 불이익 조치와 그에 대한 책임을 묻고 바로잡을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에 눈감았다”고 꼬집었다.

미투시민행동은 “7~8년을 조직 내부에서 문제를 제기하다가 어떤 응답도 없었을 때 피해자만 조직에서 조용히 나가기를 압박할 때 어떻게 해야 한다고 우리 사회는 가르쳐줬는가”라고 반문하며 “피해자의 용기 있는 목소리는 한국사회 많은 조직에서 무마, 은폐, 가해자보호, 피해자 고립을 자행해온 문제를 드러나게 했다”고 지적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대법원의 무죄 판결은 1·2심이 본 인사가 검찰 인사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검사인사의 원칙과 기준에 명백히 반하는 것이라는 판단과 정면 배치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직 내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인사원칙을 아니라고 말하는 대법원의 판단 근거가 대체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김예지 한국YWCA연합회 성평등위원회 청년위원은 “조직 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은 고질적인 2차 가해이자 피해 사실을 은폐시키는 도구”라며 “조직의 견고한 위계와 결속 아래 가해자는 비호되고 피해자가 2차 가해에 시달리다가 견디지 못해 조직을 떠나야만 했던 상황들이 늘 반복된다”고 힐난했다.

또한 “뿌리 깊은 성차별적 사고를 바꾸지 못하고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대법원의 판결에 분노한다”며 “재판부는 가해자의 명백한 위력에 의한 직권남용이 존재했음을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김수경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여성국장은 “안 전 검사장이 위력에 의한 성폭력으로 유죄를 받은 것은 어쩌면 더 쉬운 판결일 수 있다. 가해자 하나 처벌하기는 쉬울 수 있다”며 “그러나 안 전 검사장의 보복성 인사권 남용에 대한 무죄 판결은 미투 운동이 원하는 변화, 조직을 바꾸고 사회를 바꾸는 미투운동에 응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에 우리가 분노하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라고 강조했다.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하고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태근 전 검사장이 지난 9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석방돼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이날 대법원 2부는 안 전 검사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사진=뉴시스>

앞서 서 검사는 9일 대법원 판결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직권남용죄의 ‘직권’에 ‘재량’을 넓혀 ‘남용’을 매우 협소하게 판단했는데 도저히 납득이 어렵다”며 “피해자에 대한 유례없는 인사발령을 한 인사보복이 ‘재량’이냐”고 반발했다.

서 검사는 “판결 전날 꽤 울었다. 영혼이 타는 듯한 두려움과 고통 속에 숱한 잔인한 시간들이 지났다. 그 시간들이 이제야 끝났다는 안도감에 자꾸 눈물이 났다. 그런데 여전히 끝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진실이 인정되고 여기까지 온 것은 눈을 부릅뜨고 거짓을 분별해내고 검찰개혁을 함께 외쳐주시고 한없는 응원을 보내주신 덕분”이라며 “검찰개혁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고 성폭력이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라는 인식이 퍼져가고 있으니 이겨가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안 전 검사장은 2015년 8월 자신이 성추행한 서 검사가 수원지검 여주지청에서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발령되는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 검사는 2018년 1월 검찰 내부망에 안 전 검사장으로부터 과거에 성추행 피해를 입고 인사상 불이익까지 받았다고 폭로했다.

1·2심은 모두 안 전 검사장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리고 실형을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안 전 검사장이 인사 담당 검사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취지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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