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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선회한 정부, 우판 폐렴 격리시설 천안→아산·진천 변경

[공공돋보기] 오락가락 교민 수용지 결정에 성난 주민들

2020. 01. 30 by 김수연 기자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가 주민들의 혼란과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

정부는 지난 28일 충남 천안에 있는 우정공무원교육원과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을 중국 우한 교민 수용지로 공식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주민들의 거센 항의로 계획을 번복, 다음 날인 29일 충남 아산의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을 수용 시설로 최종 확정하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선 것.

이에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우한 교민 수용 계획을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기 위해 진천을 찾았다가 거세게 항의하는 주민들에 의해 옷이 찢기기도 했다.

우한 교민 수용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불안과 분노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지역 주민들의 성난 민심을 달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30일 오전 11시30분께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앞에서 우한 교민의 격리 수용을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 차관은 30일 국회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긴급 현안보고에서 “정부의 최종 발표 지역(충북 진천·충남 아산)과 다른 일차적인 중간 내용이 언론에 공개됐다”며 “지역사회에 상당한 불만과 혼선을 초래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우한 지역 교민들을 모셔오자는 결정 이후 입국을 희망한 교민의 수가 날로 증가했다”며 “교민 입국 이후 임시 생활시설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간적 여유가 없어 사전에 지역주민들의 동의와 양해를 구하는 데 소홀했던 한계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김 차관은 “시간 여유가 있었다면 지방자치단체 관련 시설과 지역 주민과도 소통하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순서였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해당 시설의 지역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더 갖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차관은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에 임시 수용시설을 마련한 이유에 대해 ▲시설의 운영 주체가 국가기관이고 ▲관리의 용의성 ▲공항으로부터 무정차 접근성 등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지역 주민의 불안감이 님비(NIMBY) 현상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아직은 정확한 치료법이나 치료제가 나오지 않은 질병에 대한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며 “그분들의 불안감을 덜어드릴 수 있는 조치를 완벽하게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게 정부의 책무”라고 답했다.

김 차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력에 대해 “아직 감염력을 판단하기엔 자료와 사례 보완이 필요하다”면서도 “현재로선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증후군)와 비교했을 때 감염력은 ‘중간’ 정도고 사망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더 낮다는 평가를 잠정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 차관은 “오늘까지 약 3000건의 검사키트 물량을 확보했고 내일부터는 7000건 이상을 추가 확보할 수 있다”며 “2월 초에는 민간 의료기관에서도 검사할 수 있을 정도의 검사키트 물량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김 차관은 전날(29일) 충북 진천군 덕산면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집회 현장을 찾았다가 주민들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물병 세례를 당했다.

김 차관은 이날 인재개발원 앞 도로에서 농성 중인 주민 300여명과 만나 “여러분의 우려가 기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주민들을 설득하는데 역부족이었다.

분노한 주민들은 자리를 떠나려는 김 차관을 둘러싼 뒤 물병과 종이컵, 나무젓가락 등을 던지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맹렬히 항의했고, 이에 경찰은 주변에 대기 중인 경찰 인력 300명을 급히 투입했으나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쉽사리 진압하지 못했다.

주민들은 김 차관과 복지부 관계자들을 향해 “천안에서 진천으로 변경된 이유가 도대체 뭐냐” “우한 교민 격리수용을 결사반대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방침을 이해하달라”는 말만 되풀이하던 김 차관은 경찰들의 경호를 받으며 10여분 만에 현장을 벗어났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지난 29일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앞에서 진천군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민들 뿐만 아니라 아산시와 시의회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같은 날 긴급회의를 연 아산시 의회는 “아산시와 협의 없는 중앙부처의 독단적이고 일방적인 선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시민과 함께 반대 운동을 강력히 펼치겠다”고 말했다.

오세현 아산시장은 SNS를 통해 “우한 교민 수용시설의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결정은 합리적 기준도, 절차적 타당성도 결여돼 있다”며 “지방정부와 단 한 번의 협의도 없었고 더 나은 대안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아산으로 결정한 기준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오 시장은 “경찰인재개발원 인근엔 신정호 등 관광지와 아파트단지가 있어 유동인구가 많고 음압 병동 등 전문시설과 신속대응 시스템도 부족하다”며 “천안에서 아산으로 번복된 이유에 대한 아산 시민들의 허탈감 및 분노가 극에 달했다. 정치적 논리와 힘의 논리에 밀려 아산으로 결정됐다는 점이 아산 시민들의 상실감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격앙된 지역 민심을 전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을 역임한 이명수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도 “아산 출신 국회의원으로서 경찰인재개발원의 격리시설 이용을 결단코 반대한다”며 “경찰인재개발원 인근에는 아파트단지를 비롯해 수많은 아산시민이 거주하고 있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과 제약 요인이 있어 격리시설로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피해 귀국하는 한국 교민들을 진천과 아산의 공무원 교육시설에 나눠 격리 수용하는 것과 관련해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임시생활시설이 운영되는 지역 주민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빈틈없이 관리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종합점검 회의’에서 “정부는 임시생활시설이 운영되는 지역 주민들의 불안을 이해한다”며 “그에 대한 대책을 충분히 세우고 있고 걱정하시지 않도록 정부가 빈틈없이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해와 협조를 당부 드리며 불안해하시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거듭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소통 부족을 인정하며 주민들에게 사과 의사를 밝혔으나 우한 교민 수용 지역으로 선정된 아산과 진천 주민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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