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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돋보기] ‘미투’ 이후 변화 요구되는 문화예술계
김소영 기자 (114@00news.co.kr)  2020. 02. 25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지난 2016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_내_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이 시작되면서 문단, 미술, 영화계 등 문화예술계 전 분야의 성폭력이 공론화됐다. 이후 성폭력 피해자들의 고백과 고발이 계속 이어지며 ‘미투’ 운동으로 확산됐다.

그러나 여전히 문화예술계 종사자와 창작자들의 성희롱·성폭력 피해 경험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나 제도적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은 엄격한 상하관계, 일방적이고 불평등한 권력 구조 등 위계에 의한 성폭력과 성희롱·성폭력을 가볍게 여기는 분위기를 주요 성폭력 발생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실제로 가해자가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에게 침묵을 강요하거나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하는 것은 물론 폭로가 나오기 전에 예술계에서 피해자를 퇴출시키는 경우가 빈번한 실정이다.

<사진=뉴시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방지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대책을 권고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권고에는 ▲성희롱이 불공정행위에 해당함을 관련 지침에 명시 ▲‘(가칭)문화예술 성희롱·성폭력 심의위원회’를 신설 ▲신고사건의 조사와 처리를 위한 전담부서를 신설하거나 전담인력 확충 ▲성희롱 관련 형사처벌과 과태료 처분을 받은 자 보조사업자 선정에서 제외할 것 등을 담았다.

문화예술계는 근로계약이 아닌 도급계약 형태의 프리랜서 종사자가 많아 남녀고용평등법과 인권위법 등 실정법이 적용되지 않는 사각지대가 많다는 게 인권위의 판단이다.

또한 특정 권력은 문화예술계 내에서 광범위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성희롱 행위자에 대한 제재가 각별히 필요하다고 봤다.

특히 인권위는 성폭력범죄로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 보조사업자 선정에서 제외하고 있으나 성희롱과 관련해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경우에는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국고보조금 보조사업자 선정 시 성폭력범죄 뿐만 아니라 성희롱으로 형사 처벌을 받거나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경우도 보조사업자 선정에서 제외하되, 단체가 성희롱 방지노력을 다하거나 성희롱 발생 후 가해자에 대한 제재와 피해자 구제를 위한 노력을 성실히 수행한 것으로 인정된 경우에 한해 보조금 지급대상에 포함하도록 관련 지침을 개정하도록 권고했다.

이와 함께 표준계약서에 ‘(가칭)문화예술 성희롱·성폭력 심의위원회’를 분쟁해결의 조정기구로 포함하는 등 피해자가 예술 활동을 지속하면서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신고사건의 조사와 처리를 위한 전담부서를 두거나 전담인력을 확충해 성희롱·성폭력행위 심사를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문화예술계 내 만연한 성희롱·성폭력 문제가 세상에 드러나고 있지만, 여전히 성범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문체부는 지난해 9월 2018년 공연예술(연극·뮤지컬·무용·서양음악·전통예술), 대중문화·출판 분야 종사자 및 창작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문화분야 성인지 인권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연예술, 대중문화, 출판 분야 종사자는 예술인으로서 활동 기간 중 분야별로 11%부터 높게는 34%까지 성희롱・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 피해 장소는 공동활동 공간, 회식장소를 꼽았다. 작업(활동)과 사적인 활동의 경계가 모호해 작업 및 수업이나 연습 중에도 성희롱·성폭력이 발생하는 것.

복수응답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공연예술 종사자들은 공동 예술활동 공간(51.2%)과 회식장소(50.25%), 사적 만남(22.1%)을 피해 장소로 꼽았다.

출판 종사자들은 회식장소(60.0%), 업무 관련 미팅장소(38.3%), 회사 내 개방된 장소(29.6%)를, 대중문화 종사자들은 술집·식당(방송 43%·음악 30%·만화 31.2%·패션 30.1%)을 가장 많이 지목했다.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은 엄격한 상하관계와 일방적이고 불평등한 권력구조 등 ‘위계에 의해 성폭력’과 ‘성희롱・성폭력을 가볍게 여기는 분위기’를 주된 성폭력 발생 사유로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적절한 대응은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가 발생해도 문제해결 가능성에 대한 불신, 가해자와 같은 관련 분야에서 활동을 지속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피해자들이 적절한 대응에 나서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성희롱·성폭력 피해 방지를 위한 대책으로는 ‘가해자 처벌 강화’가 꼽혔다.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마련 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향후 법적 근거를 마련해 신뢰도 높은 실태조사를 정례적으로 추진하고 민관협의체 구성 및 운영으로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방지를 위한 중장기 이행안(로드맵)을 마련하는 등 실효성 있는 양성평등문화정책을 수립 및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화예술계 내 성희롱·성폭력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문체부 등 관련 부처가 적극적인 개선 의지를 밝힌 만큼 문화예술인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인권을 보장받으며 활동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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