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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돋보기] 확진자 동선 공개 범위 놓고 갑론을박

2020. 03. 09 by 김수연 기자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확진자의 동선을 확인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

문제는 공익 목적으로 공개되는 확진자 동선에 대해 장난을 빙자한 조롱이나 비판을 가하는 일이 점차 늘고 있는 것. 확진자를 향한 무분별한 비난과 인신공격은 물론 근거 없는 소문까지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비뚤어진 시각과 관심은 코로나19 확산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동선이 밝혀지는 게 무서워서 자신이 확진자라는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의 개인정보, 이동경로를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하는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인격 및 사생활 침해라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공공의 안전과 모두의 알권리가 우선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방역 관계자가 지난달 21일 서울 은평구 구파발역에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은평구보건소 감염병관리팀 관계자는 “은평성모병원에서 발생한 확진자가 지하철로 이동했을 가능성에 대비해 구파발역부터 녹번역까지의 방역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코로나19 확진 환자의 이동경로를 알리는 과정에서 사생활 정보가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노출되는 사례가 발생하는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가 확진 환자의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것을 권고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9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확진 환자의 이동경로를 알리는 과정에서 내밀한 사생활 정보가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노출되는 사례가 발생하는데 대해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현재 질병관리본부 및 시·도 지자체는 확진자가 날짜 및 시간대별로 이동한 경로와 방문 장소 등을 인터넷 홈페이지와 언론보도를 통해 알리고 있다. 이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 따른 것이다. 

최 위원장은 “감염병의 확산 방지와 예방을 위해 감염 환자가 거쳐 간 방문 장소, 시간 등을 일정 부분 공개할 필요성 자체는 부인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실제로는 확진 환자 개인별로 필요 이상의 사생활 정보가 구체적으로 공개되다 보니 내밀한 사생활이 노출되는 인권침해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 나아가 인터넷에서 해당 확진 환자가 비난이나 조롱,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2차적인 피해까지 확산되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지난달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자신이 감염되는 것보다도 확진 환자가 돼 주변으로부터 비난을 받는 것을 더욱 두려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 위원장은 “모든 확진 환자에 대해 상세한 이동 경로를 공개하는 것은 오히려 의심증상자가 사생활 노출을 꺼리게 돼 자진 신고를 망설이거나 검사를 기피하도록 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간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확진 환자 개인별로 방문 시간과 장소를 일일이 공개하기보다는 개인을 특정하지 않고 시간별로 방문 장소만을 공개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확진 환자가 거쳐 간 시설이나 업소에 대한 보건당국의 소독과 방역 현황 등도 같이 공개해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한편 확진 환자의 내밀한 사생활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보건당국을 향해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의 확산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면서 감염 환자의 사생활이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확진 환자의 정보 공개에 대한 세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코로나19 확진자 동선공개와 관련해 인권침해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진 전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바이러스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들까지 파괴하도록 허용하지 말자”고 적었다.

그는 “정보는 방역에 꼭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공개돼야 한다”며 “바이러스 잡는 일이 아무리 급하다 해도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9일 서울 강남구에서 마스크를 쓴 한 시민이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걸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역시 확진자 개인정보가 지나치게 노출되고 있다며 동선 공개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 최고위원은 지난 7일 페이스북을 통해 “확진자 동선공개 방식에 대한 우려가 깊다”며 “감염에 필요한 정보만 공개하라”고 말했다.

그는 “지방자치제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확진자에 대한 정보를 ‘얼마나 더 까발리느냐’가 지자체장의 행정력의 척도인 양 비치는 게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 최고위원은 “어떤 확진자가 집-회사를 반복한 경우 회사에 같이 근무하는 동료직원 외에 우리가 그 회사가 어딘지, 몇 시에 집에서 나갔는지를 분단위로 알아야 하는가”라며 “집-회사-헬스장-집-회사-헬스장을 반복한 사람의 나이와 성별을 우리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우리 동네 안전을 고려했을 때 우리 동네에 있는 성범죄자들이 더 무섭다”며 “성범죄자 알리미에 올라온 정보는 캡처해서 돌리면 강력 처벌받는데 왜 확진자의 동선은 인터넷에 공개해서 분석의 대상이 돼야 하느냐”고 꼬집었다.

이 최고위원은 “어떤 이유에서든지 비확진자가 확진자에 비해 우월하고 확진자들의 기본권을 제약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착각하는 순간 확진자는 숨어든다”고 말했다.

그는 “확진자는 우리와 같은 일상생활을 하는 사람들인데 안타깝게도 우연한 계기로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뿐”이라며 “정부나 지자체는 욕먹을 각오로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논란이 지속되자 정부는 감염병 방역을 위해 동선공개는 불가피하다면서도 불필요한 동선 공개나 인권침해가 없도록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6일 브리핑에서 “감염병 분야는 개인의 인권과 권리도 중요하지만 타인에게 전염시킬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개인의 인권보다는 공익적인 요인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세부 기준에 대한 사항을 만들어 지자체에 권고하고 교육을 통해서 동선 공개를 왜 해야 하는지, 어떤 경우에 해야 하는지를 조금 더 명확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불필요한 동선 공개나 인권침해 같은 것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대한 관리하겠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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