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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사소한 말다툼서 살인 등으로 치닫는 경우 多→배우자 향한 배려·대화 지속 중요

[공공story] 사랑과 증오의 경계

2020. 03. 15 by 김소영 기자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 최근 3년 간의 주말부부 생활을 정리하고 함께 살기 시작한 김모씨 부부. 그러나 김씨는 같이 살게 된 생활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그 이유는 아내 박모씨의 과도한 교육방식에 불만을 갖게 됐기 때문. 박씨는 초등학생인 아이를 새벽 1~2시까지 재우지 않고 공부를 시키면서 “도대체 누굴 닮아 돌머리인 것이냐” “네가 그렇게 멍청하니까 애들이 무시하는 거야” 등의 폭언을 서슴지 않았다. 또 정규수업과 방과 후 학습 외에도 학습지를 비롯해 수영·피아노·태권도 학원을 추가로 등록해 자녀에게 억지로 다니게 했다. 아이가 점점 힘들어하자 김씨는 박씨의 교육방식에 대해 개선을 요구했지만, 오히려 박씨는 김씨를 향해 ‘학력이 낮으니 그런 소리를 하는 거다’라며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여러 차례 내뱉었다. 이에 참다못한 김씨는 박씨와 말다툼을 벌이던 중 홧김에 손찌검을 하고 말았고, 결국 성격 차이와 가치관 차이로 이혼을 하게 됐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주변을 둘러보면 결혼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금슬이 여전히 좋아 깨가 쏟아지는 부부가 있는가 하면 매일 반복되는 싸움으로 조용할 날이 없는 부부도 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두 사람이 한 가정을 이뤄 가치관을 이해하고 생활 패턴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오해와 다툼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부부간의 싸움은 옆에서 말리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그 위험은 극에 달한다.

부부싸움은 밀폐된 공간에서 남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은밀하게 이뤄진다. 오랜 시간 말다툼을 하다 보면 자기주장과 논리에 빠져들어 가고 상대를 미워하는 감정은 점차 증오심으로 발전, 이는 살인으로 번져 결국 두 사람 모두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 ‘부부싸움 칼로 물베기’는 옛말

최근 들어 폭력 또는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는 부부싸움이 잇따르면서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는 말도 이제 옛말이 된 듯 하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대화가 부족해 헤어지게 되면 ‘남남’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부부싸움이 살인사건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제3자 입장에서 봤을 때는 별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평소에 쌓여있던 앙금으로 인해 폭력을 행사하게 되고 결국 극단적인 방법까지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 경남 진주시에서 부부싸움 도중 흉기를 휘둘러 아내와 아들을 살해하고 도주했던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이 남성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진주경찰서는 아내와 아들 등 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살인·살인미수)로 남편 A(56)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2일 오전 6시께 진주시 상평동 자신의 집에서 부부싸움 중 흉기로 아내(51)와 중학생 아들(14)을 살해하고 고등학생 딸(16)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다 저승 가자”는 마음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범행 후 본인도 죽으려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거 당시 A씨의 신체에는 자해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아내와 별거 중이던 A씨는 성격 차이로 부부싸움을 자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범행 직후 경남 함양군 함양읍에 있는 자신의 다른 집으로 달아났다가 함양 집에서 500m 가량 떨어진 야산으로 도주했다. 이후 경찰의 눈을 피해 집에서 300m 가량 떨어진 빈집 창고에 숨어있다가 14일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사건 발생 후 300여명을 투입해 A씨가 잠적한 곳으로 추정되는 일대의 주요 도로 등을 차단하고 야산과 숙박업소, PC방 등에 대한 일제 수색을 벌였다. 또 헬기, 드론, 수색견까지 동원해 주변 야산에 대한 밤새 수색작업을 벌여왔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

앞서 11일에는 부부싸움을 하다가 술주정이 심한 남편을 겁주기 위해 집에 불을 낸 5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부산 동래경찰서에 따르면, 부부싸움 도중 집에 불을 지른 혐의(현주건조물방화)로 B(57)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B씨는 10일 오후 11시10분께 부산 동래구의 한 아파트에서 남편과 말다툼을 하던 도중 주방에 시너를 뿌린 뒤 가스레인지로 헝겊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불로 B씨의 남편이 불을 끄다 발목에 2도 화상을 입었고 B씨는 연기를 들이마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또 주방 싱크대 등이 타 소방서 추산 10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났다.

소방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불은 꺼진 상태였으며 아파트 주민 대피 소동은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결과 B씨는 남편의 술주정으로 다투다가 겁을 주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진술녹화실. <사진=뉴시스>
진술녹화실. <사진=뉴시스>

# ‘배우자의 말투’가 부부싸움 부추긴다

부부싸움과 갈등, 폭력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만연한 가운데 부부싸움을 할 때 서로의 감정을 건드리는 말들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당신은 항상 왜 이래?” “당신은 늘 이게 문제야” 등과 같은 말투는 상대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상대의 약점을 들춰내며 무시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한숨을 내쉬거나 한심하게 바라보는 눈빛 등 비언어적인 메시지를 통해 상대를 모욕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분노의 감정을 가지고 거친 언행으로 대화를 하다 보면 결국 부부싸움은 끝이 없게 된다. 실제로 기혼자의 절반 이상이 부부싸움을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배우자의 말투’를 꼽았다.

2012년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부부상담 교육기관 ‘듀오라이프컨설팅’을 통해 전국 기혼 남녀 252명(남성 113명, 여성 139명)을 대상으로 ‘부부싸움의 말버릇’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부부 10명 중 9명이 ‘부부싸움 시 배우자의 말투에 영향을 받는다’고 밝혔다.

특히 남성의 74.3%, 여성의 73.4%는 ‘배우자의 말투가 부부싸움을 악화시킨다’고 답해 무심코 사용하는 부부 간 말버릇이 관계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배우자의 말투로 다툰 경험’을 묻는 질문에 한 달 기준 ‘1회 이상~3회 미만’(남성 69.0%, 여성 57.6%)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으며 월 평균 2.2회 이상은 말투가 직접적인 원인이 돼 싸우는 것으로 조사됐다.

배우자 말투를 점수로 환산해보니 평상시 말투는 ‘75점 이상~90점 미만’이라는 답변이 46.4%로 가장 많아 평균 80.5점인 반면 부부싸움 시 말투는 ‘60점 이상~75점 미만’이 31.7%로 나타나 평균 55.7점에 그쳤다.

‘배우자가 싫어하는 말투의 사용’에 대한 응답도 전체 중 77.8%는 악의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부싸움 중 상대가 싫어하는 말투를 일부러 사용한 경험이 남성 77.0%, 여성 78.4%가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

‘이성을 잃을 만큼 화나게 하는 배우자의 말투’로는 남성의 경우 ▲신경질적인 말투 (23.1%) ▲무반응(14.2%) ▲무시하는 말투(13.2%) ▲빈정거리는 말투(11.8%) 등이 있었으며 여성은 ▲단정적인 말투(24.6%) ▲신경질적인 말투(16.5%) ▲빈정거리는 말투(12.7%) ▲명령조의 말투(11.0%) 등의 순으로 높았다.

‘부부싸움 시 가장 듣기 싫은 말’은 남녀 모두 ‘됐어, 말을 말자’(남성 36.3%, 여성 32.4%)라는 대답이었다. 이어 남성의 경우 ‘이게 다 당신 탓이야’(18.6%), ‘갈라서! 이혼해!’(15.9%)가 나타났고 여성의 경우 ‘결혼, 후회된다’(23.7%), ‘당신이 그렇지 뭐’(20.9%)라는 답변이 많았다.

비난이나 부정적인 말은 사람을 날카롭게 만든다. 비아냥거리는 말투나 경멸하는 듯한 태도도 마찬가지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말이 있듯, 부부 사이에도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예의가 필요하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 부부싸움에 승자는 없다

과거에는 서로 의견이 달라 싸우다가도 자식이나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행복하지 않은 결혼 생활을 이어나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러한 희생은 가족을 지키는 미덕이 아닌, 정작 자신의 권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을 야기했다.

반면 요즘은 남보다는 자신을 우선시하면서 서로 의견이 맞지 않으면 빠른 시일 내 이혼을 결정하는 부부들이 늘고 있는 상황. 현대 사회에서는 서류 한 장에 도장 찍으면 당장 내일이라도 남이 되는 게 현실이다.

물론 이혼하는 부부도 많지만 싸움도 하고 의견 다툼도 하면서 화해하고 다시 노력하며 부부생활을 유지하는 부부들도 많다.

부부싸움을 하게 될 때 몇 가지만 주의하면 된다. 먼저 싸움의 이유가 명확해야 한다. 다툼은 맞지 않는 부분을 맞춰가고 합의점을 찾는 작업이지, 누가 이기고 지는 싸움이 아니다.

종종 다툼의 본질에서 벗어나 과거의 잘못 혹은 감정을 꺼내 싸움이 더 커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것들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다툼이 시작될 때 문제가 되는 부분과 불만인 부분만을 명확히 해결해야 한다.​

또한 배우자의 습관이나 행동을 바꾸려고 하면 안 된다. 가족이 되면 배우자의 행동을 바꾸려고 하게 되기 마련.

그러다 보면 서로 간의 불만이 쌓여 다툼을 일으키게 된다. 배우자는 바꾸는 대상이 아니라 존중하고 맞춰가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무엇보다 중요한 건 불만이 쌓이기 전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 것이다.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줄어들면 오해가 쌓이고, 안에 있던 서운한 감정을 이야기하지 않다가 터져서 더 큰 다툼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일주일에 한 번이나 두 번, 서로에게 서운했던 점이나 고마웠던 점 등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 게 좋다.

어렵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어렵지만 조금만 양보하고 올바른 대화법을 하게 되면 사랑하는 사람끼리 인생의 동반자가 될 수 있다.

서로 사랑해서 결혼한 만큼 배려를 통해 갈등을 극복해야 하며 싸우더라도 극단의 상황에 이르지 않도록 하는 지혜가 각자에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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