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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진단] 류호정 재신임, 정의당에 득일까 실일까

2020. 03. 16 by 유채리 기자

[공공뉴스=유채리 기자] 정의당이 ‘대리게임’ 문제로 도덕성 논란이 불거진 비례대표 1번 류호정 후보를 재신임하기로 결정했지만 정치권과 게임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류 후보는 과거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롤·LoL)를 지인들에게 대신하게 하는 방법인 일명 ‘대리게임’을 통해 게임 등급으로 올렸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대리게임’이란 타인에게 돈을 주고 게임 운영을 부탁해 자신의 게임 캐릭터 등급을 올리는 행위를 말한다. 게임 업계에서는 심각한 불공정 행위로 간주하며 타인이 대신 시험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취급한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18년 12월에는 이동섭 미래통합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대리게임처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지난해 6월부터는 대리게임이 불법으로 규정됐다.

이 때문에 정치권 등에서는 류 후보의 재신임을 두고 “대리게임을 한낱 게임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대리게임’으로 논란이 된 류호정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의당, ‘대리게임’ 논란에도 류호정 재신임

류 후보는 16일 ‘대리게임’ 논란과 관련해 “게임 생태계를 저해한 잘못된 행동”이라고 사과했다.

류 후보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당에게 주어지는 도덕성의 무게를 더 깊이 새기며 총선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류 후보는 “6년 전 몇몇 지인에게 별생각 없이 게임 계정을 공유했으나 이는 게임 생태계를 저해한 잘못된 행동”이라며 “다만 게임 등급을 의도적으로 올리기 위해 계정을 공유한 행동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그 (대리게임) 계정으로 제가 이득을 취하지는 않았다”며 “동아리 회장, 대리 출전, 채용, 방송 등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류 후보는 대학생 시절인 2014년 자신의 아이디를 지인과 공유해 게임 실력을 부풀린 전력이 논란이 됐다. 이를 통해 취업 등에서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의당은 전날(15일) 정의당 전국위원회를 열고 류 후보를 재신임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음주 및 무면허 운전 논란이 불거진 신장식 비례대표 후보에게는 자진사퇴를 권고했다.

류 후보는 “저는 게임이 좋아 게임 회사에 취직했고 부당한 처우와 열악한 노동조건에 맞서 노동운동을 시작해 차별과 불평등의 문제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게임 산업의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노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지켜봐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정의당 비례대표 1번은 류호정이 얻어낸 자리가 아니라 당원과 시민들이 만들어주셨다”며 “후보로서 제 소임을 다하겠다. 절대 흔들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류 후보의 기자회견 뒤 김종철 정의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당 검증 결과 류 후보가 게임 계정을 공유한 것 외에는 특별하게 문제 될 사유가 없어 비례대표 후보 사퇴 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류 후보의 ‘대리게임’ 논란에 대해 “(류 후보가) 지금도 깊은 성찰을 하는 만큼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며 “이제 막 정치를 시작한 청년 정치인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실 것을 국민께 호소드리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류 후보는 대학생 시절 게임 윤리와 관련해 잘못을 한 바 있다”며 “당시 사과했지만 게임을 하는 청년들 사이에 여전히 문제 제기가 되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고 언급했다.

그는 “논란 과정에서 벌어진 근거 없는 인신공격과 폄훼, 불공정 논란에 대해 근거 없는 여론몰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류 후보를 향한 게임업체의 부당하고 과도한 개입은 당 차원에서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덧붙였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 <사진=뉴시스>

◆“꼰대적 기준”·“조국 수호 2탄”..류호정 재신임에 쏟아진 비판

그러나 대리게임 논란에 휩싸였던 류 후보가 재신임되자 프로게이머 출신인 황희두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이 “단순한 어린시절 해프닝이 아니다”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황 위원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류 후보의 재신임 결과에 대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며 “사실상 대리시험이나 마찬가지인 후보는 재신임하고 대리운전 안 부른 후보만 처벌한 결과를 보니 참 ‘꼰대적 기준’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적었다.

그는 “청년, 청소년들에게 게임은 ‘사회의 축소판’이나 마찬가지다. 하나의 문화, 스포츠, 예술, 산업으로까지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하는 게임인도 많다”며 “청년, 청소년 게임인들의 분노를 ‘단순 열폭’ 정도로 인식한다면 큰 오산”이라고 말했다.

황 위원은 류 후보의 ‘대리게임’ 사건이 단순한 어린 시절 해프닝이 아니라는 점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황 위원은 “류 후보는 상징적인 정의당 1번 후보다. 게임과 IT노동자를 대변하겠다고 밝혔다”며 “그런데 막상 알고보니 과거 대리게임을 통해 부당한 이익을 취한 바 있고 심지어 거짓말까지 했다가 걸리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2014년 2월 모 인터뷰에서 류 후보는 ‘여성이 조금만 못하더라도 대리나 버스를 탔다고 쉽게 단정 짓는 사회적 편견’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인터뷰 직후인 2014년 3~4월 경 ‘대리게임’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이게 논란이 돼 2014년 5월 동아리 회장을 사퇴했지만 2014년 7월 인터뷰를 보면 여전히 류 후보는 동아리 회장으로서 인터뷰를 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상식적으로 이건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또한 “최근 함께 동아리 활동했던 분의 인터뷰에 따르면 ‘당시 동아리에서 류씨와 함께 대회에 출전한 멤버들까지도 모두 싸잡아 대리게임 의혹을 받았다. 동아리 회장직을 게임 회사 입사에 이용하고 정계 진출을 위한 하나의 이력인 양 소개한 것에 화가 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황 위원은 “이쯤 되면 어릴 적 ‘사소한 해프닝’을 가지고 말꼬리 잡는 상황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아실 것”이라며 “청년들에게는 매우 민감한 문제이며 여전히 ‘고작 게임’ 취급을 받는 현실에 분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음을 인지하지 못 하면 어떤 청년 정책을 전할지라도 전혀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게임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하태경 통합당 의원도 류 후보를 재신임한 데 대해 “조국 수호 2탄”이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류 후보는 대리게임 문제만 있는 게 아니라 언론과 국민을 속인 사기 인터뷰 문제도 있었다”며 “류 후보를 재신임한 것은 정의당의 조국 수호 2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의당과 심 대표는 거짓말, 사과, 또 거짓말을 반복하며 언론과 국민을 기만한 이런 사람에게 국회의원 배지 달아주며 면죄부를 주고 있다”며 “조국 수호하면서 공정의 가치 내버리더니 류 후보를 재신임하면서 ‘불공정’을 당노선으로 채택했다”고 맹비난했다.

앞서 이동섭 의원은 류 후보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이 의원은 11일 성명서를 내고 “대리게임 문제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오랜 문제로, 게임의 불균형을 초래하며 애꿎은 일반 유저들에게 박탈감을 주면서 신규 유저들의 유입을 방해해 곧 게임사 손해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대 국회의원 중 게임관련법안을 가장 많이 대표 발의하고 통과시킨 장본인으로서 류 후보는 게임을 경력으로 이용하고 있을 뿐”이라며 “사퇴만이 게이머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류 후보가 거듭 사과하며 해명을 내놓고 있지만 그의 재신임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게임을 즐기는 젊은층 사이에서 관심이 높은 데다 게임 및 e스포츠계에서는 ‘대리게임’이 승부조작과 동등한 심각한 불공정 행위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의당 비례대표 순번 1번은 사실상 국회 입성이 보장된 자리다.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인정받는 평범한 젊은이들에게 있어서 류 후보가 얻게 될 국회의원 자리는 청년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리게임 논란에도 ‘재신임’을 받은 류 후보가 정의당에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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