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뉴스Q

기사검색

본문영역

공공스토리

#퇴근 후 업무지시:근무시간 외 연락에 지치는 직장인들 →‘연결되지 않을 권리’ 보장·존중해야

[공공story] 철창 없는 감옥

2020. 03. 22 by 김소영 기자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여러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의견을 주고 받는 단톡방(단체대화방)이 하나의 문화가 된 지 오래다. 신입 직원이 입사할 때도, 클라이언트와 미팅 일정을 잡을 때도, 친구와 모임 장소를 정할 때에도 익숙하게 열게 되는 단톡방. 다양한 목적으로 유용하게 이용되고 있지만 사생활 침해, 근로자의 스트레스 등 폐해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실제로 직장생활 1년차에 접어든 A씨는 퇴근과 동시에 하는 일이 있다. 바로 회사 단톡방의 알림을 끄고 업무시간 후에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실천하고 있는 것.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단톡방 때문에 늘 신경이 곤두서 있다 보니 스트레스가 쌓인 A씨가 선택한 방법이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기술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을 이용해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다른 사람과 연락을 취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반대로 언제든지 상사의 업무지시를 받을 수 있게 되자 퇴근 후 몸은 사무실에 없더라도 여전히 업무에 연결돼 있는 상태가 돼버렸다.

근로자는 업무시간 이후 업무 관련 연락 때문에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되거나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지는가 하면 심하면 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리기도 한다. 누군가에게는 아주 편리한 수단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벗어날 수 없는 족쇄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것이다.

# 퇴근 후에도 업무는 계속된다?..근무시간 외 업무지시 ‘여전’

주 52시간제도와 워라밸 강조 등 근로환경 전반에 걸쳐 업무 외 시간을 보장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근무시간 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업무지시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직장인 10명 중 6명은 퇴근 후 업무지시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사람인이 직장인 1714명을 대상으로 ‘퇴근 후 업무지시를 받은 경험’을 조사한 결과 59.3%가 ‘받은 적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18년 조사(76%)보다 16.7%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다만 여전히 과반수가 퇴근 후에도 업무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재직 중인 기업 형태별로는 중견기업(60.5%), 중소기업(59.2%), 대기업(57.2%) 순으로 퇴근 업무지시를 받은 비율이 높았다.

일주일 중 퇴근 후 업무지시 빈도는 평균 2.8회에 달했다. 근무일수(5일) 기준으로 3일은 퇴근 후에 업무지시를 받은 것. 업무지시 빈도는 2018년(2회)보다 0.8회 증가했다.

재직 기업 형태별로 보면 대기업(3.2회), 중견기업(2.9회), 중소기업(2.6회) 순으로 횟수가 많았다. 직급별로는 임원급과 과장급이 3.5회로 가장 많았고 부장급(2.9회), 대리급과 사원급(2.4회) 순이었다.

퇴근 후 업무지시에 대한 대응은 과반 이상인 66.7%가 ‘선별해서 대응한다’고 답했으나 ‘바로 처리한다’는 응답도 21.5%로 조사됐다. 이어 ‘무시한다’(7.1%), ‘다음날 처리한다’(2.4%), ‘회사로 출근한다’(2%) 등이 뒤를 이었다.

그렇다면 주52시간제 근무제 시행이 퇴근 후 업무지시가 줄어드는데 영향을 미쳤을까? 직장인 12.4%만이 주52시간제 근무제 시행으로 ‘퇴근 후 업무지시가 줄었다’고 밝혀 제도 시행 2년이 다 돼가는 시점에도 불구하고 별반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무시간 외에 업무 관련 지시 등 연락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일명 ‘퇴근 후 카톡금지법’)이 4년째 국회에 계류 중인 가운데 퇴근 후 업무지시를 받아본 직장인의 10명 중 8명(80.5%)이 ‘해당 법안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이 연내 통과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76.3%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처럼 퇴근 후 업무지시에 시달리고 잦은 야근이 반복되는 등 업무가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이렇다 보니 법정 근로시간이 줄어도 근무시간 외에 업무 압박을 느끼는 직장인이 아직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사람인이 2018년 11월 직장인 550명을 대상으로 ‘업무 강박증’에 대해 설문조사 한 결과 근무시간 외에 업무 처리를 고민하거나 압박감에 시달리는 응답자가 70.4%로 집계됐다.

퇴근 후에도 업무 강박증에 시달리는 이유로는 ‘해야 할 일이 많아서’(44.4%, 복수응답)를 1위로 꼽았다. 다음으로 ‘업무 실수에 대한 불안감으로 재차 확인을 해서’(30.7%), ‘일을 다 못 끝내고 밀릴 때가 많아서’(29.5%), ‘성과 달성에 대한 부담이 커서’(27.1%), ‘근무시간 외에도 상시로 업무 요청을 받아서’(26.6%), ‘일 욕심이 있는 편이라서’(22.7%) 등의 답변이 이어졌다.

이러한 업무 강박은 신체적 질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극심한 피로감을 비롯해 잦은 분노와 짜증, 수면장애, 두통 등의 증상을 느낀 직장인도 상당수 있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 ‘퇴근 후 업무 카톡 금지’ 정치권 한목소리

직장인들 대다수가 퇴근 후에는 회사의 업무로부터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받고 싶어 한다.

‘연결되지 않을 권리’란 근무시간 외에 직장에서 오는 이메일이나 전화, 메시지 등을 받지 않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는 디지털 시대에 부합하는 사생활 보호와 자유권의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새로이 등장한 권리 개념으로 노동자들의 사생활과 여가시간을 보장하기 위한 것.

메신저로 인해 쌍방향 소통이 원활해진 측면도 있지만 소통의 원활함을 이용해 퇴근 이후에도 업무지시가 내려지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즉 출근과 퇴근의 경계가 사라져버린 셈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24시간 메신저에 갇혀 있는 SNS 폐해와 폐단을 없애기 위해 ‘퇴근 후 업무지시 금지’에 힘을 싣고 있다. 근로기준법에 퇴근 후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명시하는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것.

2016년 6월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퇴근 후 문자나 SNS 등 통신수단으로 업무지시를 내릴 수 없도록 하는 일명 ‘퇴근 후 업무카톡 금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최근 스마트폰 보급과 SNS의 보편화에 따라 스마트워크 시대가 열렸지만 정작 근로자들은 퇴근 전·후를 불문하고 항상 연결(Online) 상태로 있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메신저 강박증’을 호소하는 근로자가 늘어나고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야간과 휴일에 직장에 나오거나 집에서도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등 근로자의 사생활 침해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게 신 의원의 주장이다.

신 의원은 헌법 제17조 ‘국민의 사생활의 자유 보장’, 제32조3항 ‘인간의 존엄에 반하지 않는 근로조건의 보장’, 제34조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개정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사용자가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근로시간 이외의 시간에 전화(휴대전화 포함)·문자메시지·SNS등 각종 통신수단을 이용해 업무에 관한 지시를 내려 근로자의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았다.

신 의원은 “헌법이 명시한 국민의 기본권을 시대의 흐름에 맞게 법에 반영하자는 것”이라며 “모든 근로자는 퇴근 후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있다. 법 개정을 통해 근로자의 사생활을 존중하고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 법안은 신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김현미·김해영·문미옥·박정·우원식·윤관석·이개호·이종걸·이찬열·이철희·표창원 의원이 공동 발의했다.

업무시간 외에 업무 관련 지시 등 연락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일명 ‘퇴근 후 카톡금지법’)은 4년째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신 의원에 이어 이용호 무소속 의원도 ‘퇴근 후 카톡 금지법’의 일환으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2017년 8월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퇴근 후 SNS를 통한 업무지시 관행과 관련해 직접적인 지시뿐만 아니라 단체채팅방을 통한 간접적인 업무지시까지 제한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업무를 위한 카카오톡 단체채팅방, 소위 ‘업무 단톡방’이 보편화 되면서 퇴근 후 업무지시 또한 이를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경우 해당 지시와 관련 없는 근로자까지 메시지를 확인해야 하는 불편이 야기되고 경우에 따라 근로자 간 경쟁구도가 형성되기도 하는 등 다양한 문제점이 수반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근로시간 외의 시간에 휴대전화 등을 이용해 직‧간접적으로 업무지시를 내리는 등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이를 연장근로로 보고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해 지급하도록 했다.

이 의원은 “근로자 상당수가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울리는 단체채팅방 메시지 때문에 ‘24시간 출근해 있는 것 같다’고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며 “업무용 단체채팅방의 잘못된 사용 관행을 개선하는 것은 근로자의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퇴근 후 카톡금지법’은 여전히 국회를 떠돌고 있지만 그동안 활발히 이뤄진 사회적 논의가 수포로 돌아간 것은 아니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캠페인과 사내 지침을 통해 조직문화를 바꿔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 몸은 ‘퇴근’ 카톡은 ‘출근’ 언제까지?

워라밸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모바일 메신저로 회사 안팎에서 업무지시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퇴근 후 갑작스런 업무지시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직장인들이 한둘이 아니다. 심지어 휴일에 휴대폰을 무음으로 설정할 정도.

언제 업무 연락이 올 지 몰라 ‘몇 분마다 휴대폰을 확인하는 강박증이 생겼다’는 가슴 아픈 사연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업무 카톡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구 반대편에도 SNS를 통한 업무지시는 존재한다.

이 가운데 프랑스와 독일 등 서유럽 국가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 보장 차원에서 퇴근 후 업무지시 금지를 법으로 명시하고 있다.

독일은 근로시간과 휴식시간을 명확히 구분하는 ‘안티스트레스법’을, 프랑스에서는 2016년부터 5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업무시간 외 전화, 이메일, SNS 등으로 업무 관련 연락을 차단하는 ‘엘 콤리 법’을 시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퇴근 후 업무 카톡 금지법안’이 국회에 발의된 바 있으며 일부 기업에서도 관련 가이드라인을 정해 SNS 업무지시를 지양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SNS의 발달로 시공간을 넘어 누구나 소통할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동시에 ‘카톡 감옥’처럼 개개인의 사생활과 여가시간을 구속하는 양날의 칼로도 작용하고 있는 실정.

남을 배려해야 나도 배려를 받을 수 있다. 메시지 하나로 타인의 자유시간까지 침해할 수 있는 사회에서 상대방의 방해 받고 싶지 않은 시간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문화가 형성된다면 ‘카톡 감옥’에서 탈출할 수 있지 않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