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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돋보기] 흉악범들의 방패 된 ‘심신미약’

2020. 06. 11 by 김수연 기자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강력범죄를 저지른 흉악범들이 심신미약을 방패삼아 처벌 수위를 낮추는 행태가 여전히 자행되고 있다.

피의자들 입에서 진심 어린 반성과 사죄가 나오기는커녕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변명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8년 발생한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이후 법이 개정돼 심신미약의 의무감경이 폐지되고 판사 재량에 맡기게 됐지만, 여전히 심신미약 상태를 주장하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은 상태다.

<사진=뉴시스>

11년 지기 친구였던 현직 경찰관을 살해해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 18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사건 발생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하는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이환승 부장판사)는 11일 김모(30)씨의 살인 혐의 선고공판에서 징역 18년과 보호관찰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반복적 폭행을 가하고 어떤 저항도 없이 사건 현장에서 나와 여자친구 집에서 아침까지 잠을 잔 것으로 확인됐다”며 “피해자가 상당한 출혈로 의식을 잃었다는 점을 인식했음에도 119에 신고를 하거나 심폐소생술 등의 구호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의 주장대로 피고인이 술에 취해 범행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하더라도 사건 당시에는 나름의 인식과 판단에 따라 범행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피고인의 범행 이후 행태를 비춰보면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 범죄라고 볼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4일 새벽 서울 강서구의 한 자택에서 서울 소재 지구대 소속 경찰관 A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대학교 동기동창으로, A씨의 결혼식 사회를 봐줄 정도로 친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김씨가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 혐의로 고소를 당해 조사를 받자 A씨는 수시로 조언을 주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는 지난해 12월 술자리 이후 비극으로 끝났다. 술자리에서 두 사람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고 기분이 상한 김씨는 술기운이 올라 이전에 배운 주짓수 기술을 활용해 A씨를 제압, 수차례 폭행 후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한다’며 고의에 의한 살인이 아니었다고 주장해왔지만, 검찰은 고의성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사소한 시비 끝에 가장 친한 친구라고 믿은 피해자를 잔혹하게 살해한 만큼 무기징역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이날 형이 확정되자 A씨의 어머니는 “(김씨를) 살려두면 다른 사람을 또 때려죽일지 모른다”면서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오열했다.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경우는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앞서 금전 관계로 다투다 내연녀를 살해하고 달아난 혐의를 받는 50대 남성이 ‘술에 취해 심신미약 상태에서 한 범행’이라고 주장했지만 결국 실형이 확정됐다.

지난달 29일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내연녀를 살해한 혐의(살인·절도 등)로 기소된 B(54)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B씨는 지난해 5월18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한 아파트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내연녀 C씨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B씨는 당시 C씨와 금전 문제로 다투다가 ‘돈을 주지 않으면 그만 만나자’는 말을 듣고 격분, C씨의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 B씨는 범행 후 C씨의 지갑과 체크카드 등을 훔친 뒤 220만원을 인출해 사용하기도 했다.

B씨는 “술에 취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며 감형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어느 정도 술을 마셨던 사실은 인정되나 범행의 경위, 수법, 범행 후에 보인 행동 등에 비춰보면 B씨가 살인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2심 역시 “1심이 선고한 형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는 판단되지 않는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 과정에서 심신미약 여부가 쟁점이 되곤 한다. 그러나 법이 오히려 범죄자를 보호하는 상황이 돼선 안 되며 심신미약이 합법적 면죄부가 돼선 안 된다.

인륜을 저버린 범죄자들이 법을 악용해 감형 받고 일찍 사회로 복귀해 범죄를 저지른다면 또 다른 피해자만 양산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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