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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모범적 군 생활:황제복무에 폭언·갑질로 얼룩진 軍→잘못된 문화 도려내 국민 신뢰 높이기

[공공story] 개념은 휴가 중

2020. 06. 19 by 김수연 기자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지켜야 할 4대 의무가 있다. 국방의 의무, 납세의 의무, 근로의 의무 그리고 교육의 의무. 특히 대한민국 성인 남성이라면 국방의 의무를 피할 수 없다. 헌법 39조 1항에서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신분이나 경제적 지위와 상관없이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 만큼 군 복무는 대한민국 남성들에게 민감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누군가 특혜를 받았다거나 군대 내 폭언과 가혹행위, 갑질 등 비뚤어진 행태라면 더더욱 용납하기 어렵다. 그러나 비모범적인 행위와 관련한 논란은 매년 끊이질 않고, 여전히 난무하고 있는 것이 현실. 입대를 앞둔 청년들, 아들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에게 불안과 상처를 안겨주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br>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군대 내에서 ‘아직도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나’ 싶을 정도의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에는 서울의 한 공군 부대에서 금융기관 부회장 아들이 ‘황제 복무’를 하며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이어 예하부대 대대장이 폭언과 갑질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육군 부대에서는 지휘관인 여단장이 병사에게 폭언했다는 의혹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나라의 젊은 청춘들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러 가는 신성한 곳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 “육군 여단장이 폭언·인격모독 했다” 靑 청원 등장

육군 부대에서 여단장이 병사에게 부모님을 언급하며 폭언을 했다는 의혹이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제기돼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육군 지상작전사령부 1군단사령부 1공병여단 소속 A일병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육군 지상작전사 제1군단사령부 제1공병여단 여단장의 실태(욕설, 부조리, 인격모독, 패드립)’라는 제목의 청원 글을 올렸다.

A일병에 따르면, 지난 8일 훈련장에서 일체형 화생방 보호의 상의를 내리고 휴식을 취하던 중 여단장이 나타나 병사들에게 ‘너네가 패잔병이냐’며 폭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여단장은 또 A일병에게 ‘너는 뭐가 불만이냐’ ‘일병이 태도가 왜 그러냐’고 지적한 뒤 여단장실로 불러 폭언을 했다.

A일병은 “너네 아버지 회사에 21살짜리가 ‘아 아저씨 왜 그래요’라고 한 걸 아버지가 들으면 너는 어떻게 할 것 같냐”는 여단장의 질문에 “기분이 안 좋을 것 같다. 한마디 할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자 여단장이 “좀 더하면 (21살 직원에게) ‘넌 애미, 애비도 없냐’고 말하겠지”라고 했다는 것이 A일병의 주장이다.

A일병은 “(해당 발언이) 나에게 하는 말이란 생각이 들어 울고 싶었다”며 “부모님이 욕을 먹어야 하니 정말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또한 A일병은 여단장이 ‘말 산업 고등학교’에 다닌 자신에게 “내가 말 주인이면 너에게 말을 맡기지 않는다. 너가 말 관리를 어떻게 할지 다 알 거 같다”고 말했다며 “여단장이 인격모독을 했다”고 토로했다.

육군은 A일병의 제보에 대해 “여단장의 지휘 활동 제보와 관련, 육군본부 인권조사관 등이 감찰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예정”이라며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후속 조치를 엄정하게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원인철 공군참모총장이 지난 4월28일 한국항공우주작전본부(KAOC) 전투지휘소를 찾아 현장지도하고 있다. <사진제공=공군>

# 황제복무에 대대장 갑질까지..폭로의 장 된 靑 국민청원

문제는 군 관련 잡음이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점이다. 잊을 만 하면 터지는 갑질, 특혜, 성폭행, 성희롱, 그리고 각종 비위 문제들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국민들도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국민청원은 불합리함을 겪은 군인들의 폭로의 장이 되고 있는 상황. 철저한 계급 중심의 위계 조직 내에서 정당한 목소리를 내기 힘든 하급자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짐작케 한다.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서울 모 공군 부대에서 병사 B씨가 ‘특혜 복무’를 하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부대가 부모의 재력 때문에 특정 병사에게 특혜를 줬으며 이를 묵인·방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원글에는 B씨의 부모가 밤낮으로 간부들에게 아들의 병영생활 문제에 개입해달라고 전화했다는 내용과 B씨가 1인 생활관을 쓰며 간부들에게 빨래를 외부 세탁시설에서 해올 것을 주문했다는 내용의 고발이 담겼다.

해당 의혹이 제기된 이후 감찰에 들어간 공군본부는 B씨에게 제기됐던 ▲병사 빨래·음료수 배달 관련 부사관 심부름 ▲1인 생활관 사용 ▲무단 외출 등이 대부분 사실임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의혹이 제기된 당시 피부 질환 치료를 이유로 청원휴가를 나가 병원에 입원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황제 군 복무’ 의혹이 불거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폭로 글이 올라왔다.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황제병사로 문제되고 있는 부대의 직속 부대 비위를 추가적으로 폭로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게재된 것.

경기 화성 모 공군 부대에서 복무하고 있다고 밝힌 청원인은 “해당 부대 대대장은 폭언, 갑질, 횡령, 사적지시 등 수많은 비위 의혹이 있고 올해 초 상급 부대로부터 조사를 받았다”며 “비위 사실 중 많은 부분이 사실로 드러났음에도 지휘권 행사에 따라 ‘있을 수 있는 일’로 여겨져 가장 가벼운 주의경고 조치가 내려졌다”고 밝혔다.

그는 “심지어 조사 과정에서 진술자들이 공개됨에 따라 해당 장병들에게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보복조치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청원이 올라간 후 이뤄질 2차 가해가 두렵다”고 했다.

청원인은 ▲사적지시와 권력남용(본인 거주 영외관사 대리 청소 의혹, 음주운전 은폐 의혹) ▲가혹행위(다리부상자 뜀걸음, 근무취침자 기상, 간부 휴식권 침해) ▲횡령(군수품 사적유용, 의전 확대) ▲폭언과 갑질(의자 발로 차기, 강제 복귀, 외모 평가, 꾀병 취급) 등의 사례들을 나열했다.

이와 관련해 공군은 해당 대대장이 올해 초 경고 처분을 받은 뒤 신고자에게 보복하고 갑질을 했다는 제보가 들어와 추가 감찰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군 복무 관련 논란에 국민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며 분노를 표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군에서 국민의 공분을 일으키는 사건이 일어났다”며 관련 사건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원 지사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병사가 단독 생활을 하고 부사관에게 심부름을 시켰다는 주장이 나왔다”며 “또 문제가 일어난 부대의 예하부대 대대장이 폭언, 갑질, 횡령, 사적 지시 등 수많은 비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있다는 추가 폭로도 나왔다”고 적었다.

그는 “이는 군의 신뢰가 걸린 사건인 만큼 철저한 조사와 공개를 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제보자의 불이익이 없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또한 “이번 사건은 군 일부에 남아있는 폐쇄적 문화 때문에 생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국방부 장관이 책임지고 사건의 전모와 재발방지책을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단순히 군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나라를 위해 힘들어도 병역의 의무를 다해주는 고마운 청년들과 정부를 믿고 군대에 보낸 부모들의 심정은 헤아릴 수 없이 배신감을 느낄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날 원인철 공군 참모총장도 전대급 이상 지휘관 대상 화상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황제 군 복무’ 의혹에 엄정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원 총장은 “대국민 신뢰가 이렇게 무너진 적은 거의 없었을 정도로 매우 엄중하게 인식해야 할 사안”이라며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것에 대해 총장을 비롯한 각급 부대 지휘관은 깊은 성찰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는 “부대 관리를 책임지는 각급 부대장은 책임을 통감하기 바란다”며 “법과 규정, 절차를 어긴 부분이 있다면 엄정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휘관들은 와신상담해서 자기가 지휘하는 부대에 대해 ‘자기직을 걸고 하겠다’는 강한 책임감을 갖고 지휘 관리를 해달라”며 “유리 어항과 같이 모든 것을 숨길 수 없는 세상에서 구태의연한 생각을 하고 군 생활을 할 수 없다는 것을 각급 지휘관 참모들은 자각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군필자와 미필자들이 군 내 특혜, 갑질 사건에 대해 분노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신속하고 정확한 조사와 엄중한 처벌로 군 기강을 바로 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뉴시스>

# 국방의 의무, 누구나 평등하고 공정하게 짊어져야 한다

국방의 의무는 신성하다? 우리나라 국민 중 정말 국방의 의무가 신성하다고 실감하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세상은 진화하고 발전하고 있지만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은 여전히 존재하며 여기에 군 복무 문제가 빠질 리 없다.

​병역 문제만큼은 민감하고 예민할 수밖에 없다 보니 국민들은 연예인이나 재력가의 자제들에게는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민다. 유명인이라서 또는 누구의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특별대우를 받는다는 것은 안 되니 말이다.

특혜는 권력이나 재력으로 얻어지는 것이기보다는 사회적 약자나 마땅히 받아야 할 이들이 받는 것이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특혜를 받는다면 암묵적인 동의를 하게 되는 것.

하지만 이러한 특혜가 엉뚱한 사람이 받았을 때 우리는 분노한다. 특혜를 받은 사람이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이고, 특혜를 받은 공간이 국민의 의무와 관련이 있다면 상대적 박탈감과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하지만 군 내 갑질 등에 대한 폭로를 비롯해 경거망동한 금수저들의 일탈까지 군 기강 해이로 인한 사건사고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는 비단 군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병들게 만드는 사회적 문제다.

더 이상 안이한 대응으로 인해 신성한 국방의 의무가 얼룩져서는 안 된다. 그렇기에 불평등이 불평등을 낳고 격차가 격차를 벌리는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

아울러 특혜, 갑질, 차별대우 같은 구시대적 악습이 발생하도록 눈감아주고 편의를 봐준 관련자들에게도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돈과 권력질로 갑질을 일삼으며 군 내부의 위화감 조성을 하는 이들과 달리 열심히 군 생활을 하며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이들을 위해서라도 군대 내에서 상사가 알량한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날이, 금수저 흙수저 구분 없이 공평한 국방의 의무를 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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