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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출산 경험 없어 철 없다’ 발언 역풍에 “부족함 통감한다” 사과

[공공진단] 이낙연의 점잖은 막말

2020. 07. 02 by 유채리 기자

[공공뉴스=유채리 기자]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구설수에 올랐다. 

“남자는 엄마가 되는 경험을 하지 못해 나이를 먹어도 철이 없다”는 발언을 해 논란에 휩싸인 것. 이 의원의 발언을 두고 시대착오적이고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출산 여부로 남성에게 ‘철이 안 든다’고 한 것은 성차별적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과 함께 난임이나 비혼 등의 이유로 출산하지 않는 사람들을 배려하지 못한 차별적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논란이 커지자 이 의원은 “저의 부족함을 통감한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지만, 야권에서는 ‘출생·육아에 대한 차별적 발언’, ‘점잖은 막말’이라는 등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한민국 재도약의 길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의원은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오늘 아침 제가 강연 중 했던 일부 발언이 많은 분들께 고통을 드렸다”고 운을 뗐다.

그는 “저의 부족함을 통감한다”면서 “마음에 상처를 입은 분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논란의 발언은 이날 국회 지구촌보건복지포럼의 주최로 열린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한민국 재도약의 길’을 주제로 강연을 하던 중에 나왔다.

이 자리에서 이 의원은 “인생에서 가장 크고 감동적인 변화는 소녀가 엄마로 변하는 순간”이라며 “남자들은 그런 걸 경험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이를 먹어도 철이 안 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발언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젠더 감수성’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의원은 논란이 된 발언과 관련해 “1982년 어느 날, 한 생명을 낳고 탈진해 누워 있던 아내를 보면서 든 생각이었다”며 “오늘 아침 강연에서 저는 삼십대 초반에 제가 아버지가 됐던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이 말을 꺼냈다. 누군가를 아프게 하거나 불편하게 하려는 뜻이 있을 리 없다”고 해명했다.

이 의원은 어머니라는 존재는 놀랍고 위대하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모성의 소중함에 대해 말씀드리고 감사드리고 싶었다”며 “그러나 정작 어머니를 비롯해 세상의 여성이 겪는 고통과 희생을 제대로 들여다보려는 노력은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이 여성만의 몫일 수 없다. 부모가 함께해야 하고 직장, 마을, 국가가 해야 한다”며 “아버지들이 육아를 함께하고 직장에도 출산육아 휴직제도가 생겼고 국가의 지원도 늘어났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진단했다.

이 의원은 또 “제가 30대이던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삶의 모습과 선택이 다양해졌다”며 “성숙한 사회란 다양해진 선택들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라 생각한다. 정치의 역할은 모든 국민이 자신이 선택한 삶에 자부심을 갖고 행복하게 누릴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이번 일을 통해 많은 분들이 제게 깨우침을 주셨다. 잘 듣고 더 가깝게 소통하겠다”면서 “저만의 경험으로 세상을 보려 하지 않는지 경계하며 더 넓게 우리 사회를 보겠다. 시대의 변화와 국민 한 분 한 분의 삶을 더 세심하게 살피고 챙기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이 의원의 발언은 야권에서 비판의 대상이 됐다.

김은혜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한 국가의 총리를 지내신 분의 입장이라기엔 섭섭한 발언”이라며 “여성만을 출산 육아의 책임을 진 존재로 몰고 아버지의 역할은 폄하했다”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산후조리를 욕망이나 로망으로 표현하는 건 생명에 대한 몰이해여서 더 유감”이라며 “출산하지 않으면 철이 없는 것인가. 비혼이나 난임 부부에 대해서는 공감도 배려도 없는 차가운 분이었나 다시 보게 된다”고 힐난했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도 비판에 가세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출생을 경험한 여성을 우대하는 척하면서 출생과 육아의 책임을 여성에게 모두 전가하고 아빠로서의 역할, 책임, 경험을 경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출생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거나 난임인 부부 등 다양한 형태의 삶 역시 배제시킨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조 대변인은 “산후조리를 대접과 배려로 생각했다니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산후조리는 회복하기 위한 과정”이라며 “여성들의 삶에 조금만 관심을 가졌다면 ‘점잖은 막말’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사과 및 성찰을 촉구했다.

이 의원이 국회 강연에서 했던 발언이 의도치 않게 구설수에 오르면서 곤혹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이 의원의 발언을 비판하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이 의원을 감싸는 의견도 있다.

말이란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이 의원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이 있을 수 있겠으나 오해할 여지가 있고 민감한 사안인 만큼 표현에 좀 더 신중을 기했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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